-탁- 술잔을 소반에 내려놓은체 한 늙은 사내가 비스듬히 자리에서 일어나 붉게 물들고 있는 저 녁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정 3품의 벼슬을 가지고 있는 대장군인 승하인대감 이였 다. 얼마전 북에서 내려온 호족(豪族)들을 타진하고 나서 국왕으로부터 방가 (放暇: 휴 가)를 얻고낸뒤 자신의 집으로 내려왔다. 모처럼의 휴식을 맞아서인지 그의 몸과 마음은 편안한 상태였다. 집안의 하인들은 승하인이 내려오자마자 분주히 곳곳을 수리하고 주인을 맞이하기시작했으며 안주인인 예인부인 또한 그들에게 지시를 하기 바빴다. “아버님, 소자 현영 들었사옵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그는 여전히 그의 아들을 쳐다보지 않은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부자지간 이전에 그의 아들 현영을 어릴때부터 직접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둘만의 자리라 해도 예 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아비 없이도 집안을 잘 이끌고 있구나.” “아닙니다. 그저 제 일만 했을뿐입니다.” “음..그건 그렇고.. 너도 좀 있으면 16세가 되겠구나. 너도 조금 있으면 무과시험을 치룰 나이가 된다.” “알고 있습니다.” 그는 조용히 그의 아들을 뒤돌아 보았다. 곧 16세 되는 그의 아들은 벌써부터 보통 성인의 체격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을 닮은 또 하나의 장수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를 부른 것은..이번 무과의 시험감독으로 이 애비가 지명되었기 때문이다.” 흠짓 놀란 현영은 그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각지에서 무과시험을 응시하게 될 젊은이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이번에 과거시험이 바뀐 터라 양인과 노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자격이 부여해진다. 무예만 뛰어나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병서와 강서등의 시험도 월등히 뛰어나야만 하는 것이니라. 미리 이 얘기를 하 는 것은 나를 보고 놀라지 말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비록 지금의 너의 아비로써 앞에 있 는것이지만 관직안에서는 단지 시험감독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라. 너의 실력이 뛰어 나다면 빛을 발하게 되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아버님, 소자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저는 추호도 아버님의 지위로 무과급 제를 원하지 않습니다. 스승님에게서 배운 제 실력으로 모든 시험에 응시해보겠습니다.” 현영이 조용히 말을 하고 머리를 숙이자 승하인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자신의 아들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장성하였구나. 그건 그렇고 연화는 요즘 무얼 하고 지내는거냐. 여식 이라고 그동안 안부 한번 묻지 않았구나. ”. “연화는 요즘들어 부쩍 소녀 티가 납니다. 낯선 이를 보면 금새 제 방으로 들어가 얼굴도 한번 보이지 않는답니다.” “허허, 벌써 그렇게 되었군. 내년에는 혼처를 알아보아야겠구나, 자 이만 방으로 들어가자 구나. 봄인데도 초저녁은 바람이 차가우니..” 늦은 밤, 이미 달은 중천에 떠있었고 한 소년이 어설프게 나마 목각검을 사방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 되어있었고 호흡은 거칠어져 있었다. “음, 자세가 많이 불안정하긴 하지만 검을 휘두르는 정신력은 강해보이는구나.” 갑자기 사람의 음성이 뒤에서 들려오자 놀란 청운은 그쪽으로 검을 휘둘렀고 그 사람이 누 구인지 알아본 그는 얼른 그 자리에서 업드렸다. “죽..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대감.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청운의 뒤에는 언제부터 그를 지켜보았는지 모르는 승하인 대감이 서있었다. “죽을 죄인줄 알면서도 주병군의 훈련장인 여기서 노비가 칼부림을 하고 있다니. 그리고 저 목검은 어디서 낫느냐.” “제..제가 만들었습니다.” 청운의 이마에서는 한차례 식은땀이 흘려내렸다. “무엇 때문에 저걸 만들었느냐. 나를 해하려고 만들었드냐” “아..아 닙니다. 저는 단지..” “무어냐. 말하지 못하겠느냐” “단지...저에게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승하인은 청운이 엎드리고 있는동안 그의 몸 곳곳을 보았다. 저 정도면 그의 아들 현영에게 도 뒤지지 않는 체격이었던 것이었다. 노비의 몸이라고 보기는 힘든 장수의 골격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네가 하고 있었던 검술은 나의 아들에게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현영이 가르쳐 주더냐” “아..아닙니다. 우연히 현영도련님이 하시는 검술을 엿보고 밤마다 조금씩 흉내를 내본 것 뿐이 없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하지 않을것이니 한번만 소인의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자 승하인은 아무말도 없이 뒤돌아서 어딘가를 들어가더니 어느 광에 서 무언가를 꺼내고는 청운의 가까이로 와 그 앞에 무언가를 던졌다. -챙- 청운은 그 앞에 떨어진걸 하나의 낡은 검을 보고 놀랐다. 그검은 훈련병들이 쓰던 환도였던 것이였는데 많은 연습을 한터라 칼은 무디고 날이 휘어져 있었다. “자 이 검으로 오늘밤부터 꾸준히 연습을 하거라. 내가 관으로 떠나는날 내 휘하의 사병과 대결을 시킬터인데 그 때 이기지 못하면 너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예..예?” 놀란 청운은 그 자리에서 살려달라고 다시 업드렸고 승하인은 일체의 말도 없이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뒤돌아 걸어가는 승하인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애초부터 그는 소년에게 한마디 말을 내뱉고 내쫓아 버릴 터였으나 온몸에서 흘러나온 소년의 풍채에 서 흘러나온 기교와 수완을 보니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자리에서 그런 명을 하였다. 대감이 자리를 뜨고나자 청운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온몸이 힘이 빠져나가 가 만히 넋을 잃은채 낡은 검을 바라보기만 할뿐이였다. 승하인이 관으로 들어가는 한달뒤 자 신은 처형되고 말겠지. 그는 홀로남겨진 어머니를 생각했다. 대감이 있을 때만이라도 검 술훈련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어머니였는데 어머니의 명을 그만 무시하고 이렇게 까지 일 이 벌어진것이였다. 청운은 있는 힘을 다해 목검과 낡은 환도를 지고는 자신의 방으로 터벅 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뒤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와 청운쪽을 노려보고 있었는 데 그의 두손은 너무나 굳게 쥐어 금방이라도 핏물이 베어나올 듯 했다. 모든 상황을 본 현 영은 청운이 사라지고 나자 반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애화(哀話) 제 2 화-
-탁-
술잔을 소반에 내려놓은체 한 늙은 사내가 비스듬히 자리에서 일어나 붉게 물들고 있는 저
녁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정 3품의 벼슬을 가지고 있는 대장군인 승하인대감 이였
다. 얼마전 북에서 내려온 호족(豪族)들을 타진하고 나서 국왕으로부터 방가 (放暇: 휴
가)를 얻고낸뒤 자신의 집으로 내려왔다. 모처럼의 휴식을 맞아서인지 그의 몸과 마음은
편안한 상태였다. 집안의 하인들은 승하인이 내려오자마자 분주히 곳곳을 수리하고 주인을
맞이하기시작했으며 안주인인 예인부인 또한 그들에게 지시를 하기 바빴다.
“아버님, 소자 현영 들었사옵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그는 여전히 그의 아들을 쳐다보지 않은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부자지간 이전에 그의
아들 현영을 어릴때부터 직접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둘만의 자리라 해도 예
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아비 없이도 집안을 잘 이끌고 있구나.”
“아닙니다. 그저 제 일만 했을뿐입니다.”
“음..그건 그렇고.. 너도 좀 있으면 16세가 되겠구나. 너도 조금 있으면 무과시험을 치룰
나이가 된다.”
“알고 있습니다.”
그는 조용히 그의 아들을 뒤돌아 보았다. 곧 16세 되는 그의 아들은 벌써부터 보통 성인의
체격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을 닮은 또 하나의 장수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를 부른 것은..이번 무과의 시험감독으로 이 애비가 지명되었기 때문이다.”
흠짓 놀란 현영은 그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각지에서 무과시험을 응시하게 될 젊은이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이번에 과거시험이 바뀐
터라 양인과 노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자격이 부여해진다. 무예만 뛰어나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병서와 강서등의 시험도 월등히 뛰어나야만 하는 것이니라. 미리 이 얘기를 하
는 것은 나를 보고 놀라지 말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비록 지금의 너의 아비로써 앞에 있
는것이지만 관직안에서는 단지 시험감독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라. 너의 실력이 뛰어
나다면 빛을 발하게 되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아버님, 소자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저는 추호도 아버님의 지위로 무과급
제를 원하지 않습니다. 스승님에게서 배운 제 실력으로 모든 시험에 응시해보겠습니다.”
현영이 조용히 말을 하고 머리를 숙이자 승하인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자신의 아들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장성하였구나. 그건 그렇고 연화는 요즘 무얼 하고 지내는거냐. 여식
이라고 그동안 안부 한번 묻지 않았구나. ”.
“연화는 요즘들어 부쩍 소녀 티가 납니다. 낯선 이를 보면 금새 제 방으로 들어가 얼굴도
한번 보이지 않는답니다.”
“허허, 벌써 그렇게 되었군. 내년에는 혼처를 알아보아야겠구나, 자 이만 방으로 들어가자
구나. 봄인데도 초저녁은 바람이 차가우니..”
늦은 밤, 이미 달은 중천에 떠있었고 한 소년이 어설프게 나마 목각검을 사방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 되어있었고 호흡은 거칠어져 있었다.
“음, 자세가 많이 불안정하긴 하지만 검을 휘두르는 정신력은 강해보이는구나.”
갑자기 사람의 음성이 뒤에서 들려오자 놀란 청운은 그쪽으로 검을 휘둘렀고 그 사람이 누
구인지 알아본 그는 얼른 그 자리에서 업드렸다.
“죽..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대감.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청운의 뒤에는 언제부터 그를 지켜보았는지 모르는 승하인 대감이 서있었다.
“죽을 죄인줄 알면서도 주병군의 훈련장인 여기서 노비가 칼부림을 하고 있다니. 그리고
저 목검은 어디서 낫느냐.”
“제..제가 만들었습니다.”
청운의 이마에서는 한차례 식은땀이 흘려내렸다.
“무엇 때문에 저걸 만들었느냐. 나를 해하려고 만들었드냐”
“아..아 닙니다. 저는 단지..”
“무어냐. 말하지 못하겠느냐”
“단지...저에게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승하인은 청운이 엎드리고 있는동안 그의 몸 곳곳을 보았다. 저 정도면 그의 아들 현영에게
도 뒤지지 않는 체격이었던 것이었다. 노비의 몸이라고 보기는 힘든 장수의 골격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네가 하고 있었던 검술은 나의 아들에게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현영이 가르쳐 주더냐”
“아..아닙니다. 우연히 현영도련님이 하시는 검술을 엿보고 밤마다 조금씩 흉내를 내본 것
뿐이 없습니다. 다시는 이렇게 하지 않을것이니 한번만 소인의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자 승하인은 아무말도 없이 뒤돌아서 어딘가를 들어가더니 어느 광에
서 무언가를 꺼내고는 청운의 가까이로 와 그 앞에 무언가를 던졌다.
-챙-
청운은 그 앞에 떨어진걸 하나의 낡은 검을 보고 놀랐다. 그검은 훈련병들이 쓰던 환도였던
것이였는데 많은 연습을 한터라 칼은 무디고 날이 휘어져 있었다.
“자 이 검으로 오늘밤부터 꾸준히 연습을 하거라. 내가 관으로 떠나는날 내 휘하의 사병과
대결을 시킬터인데 그 때 이기지 못하면 너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예..예?”
놀란 청운은 그 자리에서 살려달라고 다시 업드렸고 승하인은 일체의 말도 없이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뒤돌아 걸어가는 승하인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애초부터
그는 소년에게 한마디 말을 내뱉고 내쫓아 버릴 터였으나 온몸에서 흘러나온 소년의 풍채에
서 흘러나온 기교와 수완을 보니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자리에서 그런 명을 하였다.
대감이 자리를 뜨고나자 청운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온몸이 힘이 빠져나가 가
만히 넋을 잃은채 낡은 검을 바라보기만 할뿐이였다. 승하인이 관으로 들어가는 한달뒤 자
신은 처형되고 말겠지. 그는 홀로남겨진 어머니를 생각했다. 대감이 있을 때만이라도 검
술훈련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어머니였는데 어머니의 명을 그만 무시하고 이렇게 까지 일
이 벌어진것이였다. 청운은 있는 힘을 다해 목검과 낡은 환도를 지고는 자신의 방으로 터벅
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뒤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와 청운쪽을 노려보고 있었는
데 그의 두손은 너무나 굳게 쥐어 금방이라도 핏물이 베어나올 듯 했다. 모든 상황을 본 현
영은 청운이 사라지고 나자 반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