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좋은건지 쉽지 않더라

숭례문202번버스2015.12.06
조회312

잘지내니

우선 정말 잘 지내고 있다는건 너 친구 한번 만났을 때 잘 들었어

정말 다행이야.(금방 남자친구생긴건빼고)

내가 말했지 어딜가나 너는 사랑받을거라고 나쁜것아

일단 나 취업 성공했어. 그런데 있잖아

 

사실 부치지 못한 편지는 생각보다 많은데 부칠 수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글을 쓰게 되네 할말은 정말 많은데 말야

 

22살 25살에 만나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버렷네

사귈땐 그런걸 어떻게 하냐며 편지한통 쉽게 전하지 못한 나였는데

너가 미국으로 한학기동안 그렇게 떠나면서 일주일 뒤에 헤어지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술마시고 한숨만 쉬던 기억밖에 없네

(아 그리고 너가 나 정말 안운다며 눈물보고싶다 그랬는데

정말 많이 울었어)

 

너가 말했지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하지만 난 잘 안되는 것 같아.

그래서 우리 원래 다 끊지 않던 SNS도 결국 오늘부로 다 끊어 놓은걸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된거 축하해(사실 축하하진 못해 너무 부러워 그사람)

얼마전에 다른 SNS에서 정말 내얘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보게된 내용이랑

우리랑 어쩜그리 비슷한지 그거 읽으면서도 속으로 눈물이 펑펑 나더라.

나 역시도 너말대로 정말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놈이었나봐.

 

헤어지고나서 사실 1주일은 아무렇지 않았어 실감이 안났거든

근데 지금까진 잠을자도 오랫동안 깊게 잘수 없엇고, 술을 안마시는날이

마시는 날보다 훨씬 적고, 언제나 지갑속에 너사진만 봤다가 집어넣곤해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거라고 너가 언제나 잘생겼다고 나랑 사귀면서도

소개시켜달라는 내 친구가 조언해줘서 만나봤고, 이외에도 도서관에서

나 좋다는 사람있어서 만나봤어. 낯간지러워서 어떻게 연락해야될지몰라서

여차여차 한명은 만나게 되었는데 알아가고 있는데 정말 '착한'사람이었어

너처럼 키도 작지 않고,SNS계정 비밀번호도 묻지 않는거래고,

말도 막하는 사람도 아니엇지, (상관은 없지만 성형도 안했다)

 

 

정말 잘되가고 있엇어 누구나 보면 알콩달콩한게 보일만했었어

근데 만날때마다 너생각이 나더라. 정말 나도 미쳣던게

너얘길햇어. 그냥 너 자랑을햇던거야. 이런 사람이 있다고.

물론 당연히 쫑났지.

 

집이 멀어도 일주일에 하루라도 안보면 보고싶다고 페이스타임하던 내가,

너희 집 근처로 찾아가 죽치고 기다리면서 잠깐 얼굴이라도 보고가던 내가,

그 완벽한 사람과는 그런 생각 1도 안들고

너가 항상 맛있다던 쌍문에 돼지국밥집이나

수유에 순대국집이

한양대앞에 그 분식집이,

ㄷㅅ여대앞 천사들카페가, 

겨울 시험기간 따듯한 커피 사고 버스타고 내려서 걸어올

널 기다리던 학교 카페가,

종각에 너가 맛있다던 돈부리집이,

인간에게서는 나올 수 없을 것같은 너의 그 기나긴 방귀소리가,

가끔 맛갈나게 날리던 너의 그 찰진 너의 욕이 너무나 그립고

내속엔 그대로더라.

 

가끔 데이트 할때 오늘은 내가 좋은 날이 아니라며, 아니면 그날은 너가 안예쁜날이라며

갑자기 만나기 싫다고해서 세시간 기다려서 결국 만나는 날이면 이런 자기가 뭐가 좋냐며

왜이렇게 찌질하냐며 뭐라 그랬던 너가 아직은 내안에 그대로있었어.

 

피터팬 신드롬같이 나는 아직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에 살고있나봐

시간 나는 날이면 혼자 우리가 데이트했던곳을 다니면서 우리가 걸었던곳

우리가 싸웠던곳 보면서 서있곤해, 비록 인정하긴 싫지만

너도 이제 똥차 버렸고 벤츠 탔으니까 어쩔수는 없다고 생각해

언젠가 나한테도 올 여자가 있겟지 그치만

 

나는 아직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 네버랜드인가봐

우리 사진, 편지, 모든 추억 다 그대로있거든,

수유에서 쏘다니며 먹던 삼겹살과 된장찌개, 스시집, 우동집, 떡볶이집 모두

혼자 다시 가도 너와있을때처럼 그맛이 안나더라

나는 네버랜드에서 잘 살고잇을테니 얼른 여행까지 잘 마치고 귀국하길바래.

가끔 꿈에선 내가 멀리갈때 안가면 안되냐며 울던 네 모습이랑, 우리 중간에 만났다가

중앙역에서 널 보낼때 그 모습이랑, 너가 떠날때 마지막으로 보냈던 숭례문 앞에서

202번 버스에서 헤어지던 너의 모습이 아른거려.

책임을 묻자면 너가 떠나기전 못되게 굴던 있을때 잘하지 못했던

내 잘못이지..

 

하지만 정말 나중에 내가 널 정말 다 잊고 아무렇지 않을때 만난다면

꼭 인사하자.

미안하지만 누군지 모르는 지금의 너 남자친구랑은

재미없게 그냥 그렇게 지냈으면 한다.

너 여기 자주보던거 아니까

이글도 꼭 돌고 돌아 너가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진심으로 정말로.. 꼭..

 

 

아 그리고 있잖아 

 

시험공부할때 집중좀하고 공부하라며 머리가 왜이렇게 나쁘냐며

너가 뭐라 그랬었는데

나도 놀란게 사실 나 기억력 좋은가봐

 

왜인지 다잊어도 너랑 보낸 시간은 잊혀지지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