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갚으면 결혼해준다는 남자친구

수원수투2015.12.13
조회7,316

안녕하세요, 27살 아주 평범한 직장인 여자사람입니다.

이 이야기를 어디서 부터 어떻게 꺼내야할지 모르겠지만.. 서툰 글솜씨로 지금 제 상황을 얘기해 드릴게요.

저는 어릴 때 부터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매우 자수성가한 타입이에요.
개천에서 용 난다 하듯이 촌 동네나 다름없는 곳에서 나름 알아주는 대학에 부분 장학금 타고 들어간지라 아버지도 굉장히 절 아끼셨죠.
하나 뿐인 핏줄 생각하며 아버지 고생 덜어드리려 대학 다니면서도 알바를 잊은 적 없었고 늘 잔병치례를 달고 사는 수준이었어요.

저는 정말 열심히 잘 살고 있는 줄 알았고, 언젠가는 복이 오리라 믿고 살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아버지 가방에서 **앤캐시 대출 내역 증서를 보게됐어요, 그때 부터 모든 게 무너져 내렸어요.

있는 거 없는 거 탈탈 털리고 알바해서 조금씩 모은 돈도 다 대출 갚는 데에 급급하게 썼고 그 날 이후로는 아버지는 허구한 날 술 드시고 집에도 잘 안 들어오시고.. 그냥 그때가 제 인생 촤악의 시절이었어요.
결국 대학도 중퇴했구요.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무리 좋은 대학이라도 중퇴를 하면 어느 직장이라도 색안경을 끼고서 아니꼽게 봅니다.
그 덕에 취직도 힘들어지고 결국 눈높이를 한참 낮춰 아주 작은 소기업에 입사하게 됐었죠, 그것까지도 나름 행운으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취업난에 청년실업 많은 판국인데 멀쩡히 직장 얻는 행운아는 나니까 나름 잘된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왜 그 좋은 데를 중퇴했느냐고 물어오는 상사들의 질문을 들을 때 마다 가슴이 따콩거렸고 분명 집안 사정이라 한 말은 사람들 입소문으로 점점 과장 돼서 저를 완전 범죄자 집안 아이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핑계같이 들리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때 부터 모든 것에 약간씩은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거 같아요.

아니라 해도 과열된 소문은 종잡을 수 없었고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었습니다..
저녁 마다 술 드시곤 엄마없이 자라게 해서 미안하다 사과하시는 아버지나, 좁은 집구석이나.. 모든 게 조금 뒤틀리게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금의 약혼남을 만났습니다.
자세한 만남을 설명하려면 힘들겠지만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저희는 워낙애 소기업인지라 디자인팀과 영업팀이 구분돼 있지가 않아서 디자인 팀인 저도 바깥에 일을 따러 나가야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회사에 소일거리라도 얻으러 들렸는데 그 회사에서 일하는 그이가 일을 핑계로 번호를 교환하자 했고 조금씩 친해져 지금까지 오게된 거예요.

그렇게 3년을 만났습니다.
그이는 나름 좋은 집안에, 중소기업이지만 회사에서도 꽤 인정 받는 사원이고 승진도 빨랐던 사람이라 저 같은 사람의 거지근성을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도 서로를 대우해주며 나름 예쁜 연애를 이어왔습니다.
많이 갚았지만 조금 남은 빚도 남친이 갚아주고 부족한 월세금도 조금씩 보태주며 고마운 게 많은 사람이었죠.

데이트는 아무리 부족해도 너무 빚지는 게 싫은 터라 거의 반절씩 부담했고 굳이 따지자면 제가 조금 더 썼던 거 같아요.

그런데도 남자친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청혼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영 기쁘지가 않았습니다.
결혼에 조약을 두더라구요, 이제껏 써줬던 월세금이나 갚은 돈 같은 거를 결혼 전에 갚는 걸로.

지금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어서 그이가 하지 않는 판에라도 글을 올립니다.
전 정말 사랑합니다.
그 사람 덕에 회사 생활도 버틸 수 있었고 정말 하나하나 아끼고 사랑합니다..
맘 같아서는 뭐든 주고 싶지만 지금은 월세로도 긍긍전전하는 판이라 이대로 가면 파혼낼 거 같아요.

정말 솔직한 판단 부탁드려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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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반응을 보다 보니 제가 급해서 빼고 쓴 게 많아서 그런지 오해를 하고 계신 거 같아 추가합니다.

우선 저는 남자친구에게 빌린 돈이 5백만원 가량 됩니다.
빚은 알바나 직장생활로 원금은 저 혼자 갚아왔고 남은 이자도 거의 다 갚은 상태였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200만원 정도를 보태준 셈이고, 월세금도 300정도를 빌려줬거든요.

그러고나서 만날 때 마다 만원, 이만원씩은 늘 달라고 하기에 그때 마다 조금조금 갚은 게 370만원 정도입니다.
늘 다이어리에 갚은 금액을 기록해 왔기에 확실한 금액입니다.

남은 130만원도 사정상 금방 갚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빨리 갚으려고 통장에 조금씩 넣고 있습니다.

제가 빚진 상태는 맞지만, 남자친구도 천천히 갚기만하면 된대서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그걸 결혼 전 까지 2개월을 줄 테니 그 안에 돈을 갚지 않으면 파혼 밖에 길이 없다더군요..

남자친구가 많이 기다려 온 건 사실이지만 정말 미안하고 섭섭한 마음이 공존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반년 동안 370만원 아둥바둥 모은 건데 2개원 만에 130은 어디서 모으죠 대출이라도 쓰는 개 맞을까요?

여기까지 입니다. 저는 이게 주된 고민이었는데 그저 빚을 갚아준 남자친구, 갚을 생각도 않고 결혼하자는 여자친구로 비춘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필력이 부족해서 오해를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나름대로 위로받고 싶다고 급하게 글 올린 점 죄송하고 나름대로 조언해 주시면 감사히 참고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