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인 내가 곧 연세대에 입학할 너에게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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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결코 보지 않을 이 곳에 글을 남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고등학교에 입학해 같은 동아리에서 우린 처음 만났지ㅋㅋ 아직도 네가 벚꽃엔딩 부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너 노래부른걸로 놀리면 짜증냈잖아ㅎㅎ 노래방에서 한 번 더 불렀으면서...
1학년 때 난 너한테 진짜 아무 감정 없었어. 너도 그 해 여름에 여자친구 사귀고 나도 남자친구 사귀었고 그랬지. 남자친구라고 해봤자 그 애 고백 거절하면 동아리 분위기 이상해질까봐 사귄거긴 했지만.
그렇게 첫 해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너와 가까워진건 2학년에 막 올라가고서부터. 결정적인건 자습시간 늦어서 쫓겨났을 때ㅋㅋㅋㅋㅋ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웃기다. 너 농구 ㅈㄴ못해... 어떻게 나보다 30cm 위에서 하는데 못넣냐ㅉㅉ 농구하면서 땡땡이치다가 자습실 다시 들어가서 학원다녀온거라고 니가 대표로 거짓말했는데 들켜서 엄청 혼났었지. 선생님이 출석부 던지고 주우라고 했는데 뻗쳐로 잘못들어서 엎드려뻗친 니 행동은 아직도 웃음거리로 종종 회자되고있어^p^
자습실에서 매일 쪽지 주고받고 몰래몰래 얘기했던 그 때, 난 우리가 정말 사귈 줄 알았다. 나 남자친구 한 번 밖에 안 사귀어봤고, 그마저도 제대로 사귄거 아니라 현재까지도 연락 제일 많이 한 남자가 너야ㅋㅋㅋ 그리고 나 원래 연락하는거 별로 안좋아해. 철벽은 무슨 졸라 방공호다 내가 ㅋㅋㅋ 다른 남자애들이 연락하면 씹거나 단답이었고 나 건들기만해도 정색하고 하지 말라고 했는데. 넌 하나도 몰랐지? 그래서 니가 ㅂㅅ인거야 헛똑똑아ㅋㅋㅋㅋㅋ 다른애들이 그러는건 질색팔색을 하면서 니가 머리 쓰다듬어주고 어깨동무하고 그런거에는 왜이리 설레던지. 거의 사육하는거 아니었냐ㅋㅋㅋ
그렇게 내맘 다 흔들어놓고서는 내 친구한테도 똑같이 하더라. 그래서 난 그냥 깔끔히 포기하려고 했어. 내가 빠지는게 낫겠다 싶었거든. 근데 더 웃긴건 너 전 여자친구 못잊어서 다른 애들한테 하소연하고 다닌거ㅋㅋㅋ 한 번에 세 명이냐ㅋㅋㅋㅋㅋ그래서 그 때 그냥 개노답새끼구나 하고 슬슬 정리 시작했어. 그런데 내 친구한테 남자친구 생기니까 다시 내 쪽으로 슬슬 오더라? 나도 병신인게 거기서 끝냈어야되는데 문자 오는걸 다 받았다.
그러다 겨울에 데면데면해지고 올라간 3학년. 너와 나의 웃기지도 않는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마주쳐도 상대방 옆에 사람이 있으면 절대로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등교길에도 마찬가지. 난 니가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 즈음 나 또한 너에 대한 극도의 애증을 지니고 있었고, 실제로 너도 나를 짜증난다고 느끼고 있었다. 잊을만 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문자. 분명 우리 사이는 좋지 않은데 왜 나한테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어. 데면데면하고 설명하기도 힘든 우리 관계에 대해 우리는 그 때까지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러다 5월 즈음에 어쩌다 얘기하게 되었고, 서로에 대한 짜증은 풀렸던 것 같다.
여름방학 때 부터 너는 매일매일 문자를 보냈고, 반은 포기상태였던 나는 그래도 아직 좋아하기에, 그래도 니가 연락하는 여자애는 나밖에 없음을 알기에 행복했다. 물론 학교에서는 여전히 아는척 안했지만ㅋㅋㅋ 나도 병신인게 나는 부끄러워서 아는척 못했다ㅋㅋㅋㅋㅋ 넌 왜그랬는지 여전히 몰라. 어쨌든 그렇게 매일 연락했다. 수험생이니까 공부하고 집에 와서 밤 늦게밖에 연락할 시간이 없었지만.
그렇게 수능이 끝났고, 난 수능을 망쳤다. 수시 광탈이었지ㅋㅋㅋ 너는 연세대 면접을 남겨두고 있었고. 수능은 망쳤지만 혹시 몰라 논술은 열심히 보러다니는 나에게 너는 잘 보라며 격려했다.
나한테 닥쳐라, 죽어라 이런 말 되게 자주 했었는데ㅋㅋㅋ 안하면 안되느냐는 내 말에 너는 정말 하지 않았어. 너랑 나 둘 다 단답 쩔어서 예전에는 내가 단답하면 그냥 문자 끝나는거였는데 이제는 계속 연락 이어나가려고 하는게 기특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관계가 나는 싫었어. 나도 좋아하는 티 하나도 안 냈지만 무슨 내가 지식인도 아니고 그냥 연락하고싶으면 하지 굳이 뭐 물어본다는 핑계로 연락하는 니가 짜증나고, 막상 만나자고하면 사양하는 너에게 화가 났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는 이도저도아닌 관계. 친구라고 하기에 니가 나를 대하는 것은 다른 여자애들 대하는 거랑은 너무 달랐다. 무엇보다 나는 니 마음을 하나도 모르잖아. 이외에도 지금껏 너에게 쌓인 것들이 너무 많았던 나는, 네가 유난히 성의없던 날에 결국 그만 연락하자고 말했다. 수천번 이 말을 할까말까 고민했고, 진작에 그랬어야했다. 너는 미안하다고 하더라ㅋㅋㅋ난 또 병신 찐따라서 끝까지 화를 못내고 나도 미안했다고 말했다.
결국 너를 좋아해, 라는 말은 못 했고, 내 사랑도 끝났다.
처음엔 괜찮았어. 1년 전부터 정리해왔던 마음이니까. 와 근데 요 며칠 온통 네 생각뿐이더라,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그러다 오늘 너의 합격 소식을 들었다. 듣고나서 처음 든 생각은 놀랍게도 축하해, 였어. 그 뒤로는 졸라빡쳤지만ㅋㅋㅋ 네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니까 욕은 못하겠더라. 그리고, 나에겐 무엇보다도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는 내년에 연세대학교에 합격한다. 너를 따라잡을거야.
무언가를 내려놓은듯이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정말 미안한데 1년만 니 생각 더 할게. 넌 키크고 인기도 많으니까 연애못하면 병신이라는 송도에서 여자친구 사귈테니 그 때쯤이면 너에 대한 오기만 남겨두도록 할게ㅋㅋㅋ
이제야 너를 정리한건지는 모르겠다. 고맙다, 내 인생을 한 순간이나마 눈부시게 만들어줘서.
너를 정말 많이 좋아해.
안녕. 안녕. 그리고 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