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그림자를지켜보면서

이아름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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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실 말씀 있으신 분은 이야기하시고요.

온조 : 여기서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습니다. 이제 저를 구해주세요. 흐윽 흑 제가 여기에 이렇게 있었던 것은 백제를 어떻게든 지키고 떠나온 곳을 정복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저희 형제들이 여기까지 와서 나라를 세울 때는 무엇이 보기 좋았겠습니까?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러서야 모든 것이 헛되고 부질없음을 알게 되었고 여기 있는 모든 영혼들이 지금 이 시간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제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서 "자기가 온조였던 사람 나오세요."라고 누군가 외치던 때가 떠올랐다. 그러자 00가 혼의식정화대상자모임에 장난처럼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저 우연인가보다 했는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뭔가 심상치 않게 되었다. 울다가 00가 나를 쳐다보자 무엇인가 신호를 받은 듯 내 몸과 입에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정말 그분이 오신 것처럼 00가 하고 싶어했던 말을 내가 대신 이야기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울컥한 감정 때문에 목이 메이고 슬픔이 안에서부터 솟구쳐올라와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 곳은 다섯 왕, 즉 무왕, 성왕, 비류왕, 온조왕, 비유왕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서 왕들만이 아니라 연관된 수많은 영혼들이 어디선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남들이 해원상생이니 천도니하는 것들이 실제적으로 이렇게 형식없이 이루어졌고 수십만의 영혼들이 빛으로 떠나는 모습까지 완전히 보여주고 나서야 끝났다.


 


 

왠지 낯설지 않은 기분에 익숙하고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감정을 기시감이라고 한다. 군복무하러 갔던 곳도 난생 처음 가본 것이었지만 그리고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서 살았었구나하는 느낌이 밀려왔다. 또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에게 지난 기억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듯이 전생이란 잊혀진 과거의 지난 날들이 때가 되어 되살아나는 게 아닌가 싶다.

다음날 공주의 우금치를 향​해갈 때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전생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에 간다고 할지라도 내가 거기서 완전히 전생의 슬픔과 아픔에 몰입하지는 않게 된다. 그냥 거기서 그런 일이 있었던가보다하는 정도의 느낌이지 누가 자신의 기억을 완벽하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그대로 재현하겠는가. 그런데 역사탐방을 다니면서 혼에너정리를 하다보니 좀더 격해진 반응을 보이게 된다. 아마도 함께 한 사람의 자장이 남달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나 : 우금치라는 곳이 그냥 기념비와 조각상 정도만 있는 황량한 풀밭인줄은 몰랐는데...

%% : 전쟁터였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여기서 죽기 살기로 싸웠는데 후손인들 여기다가 뭔들 짓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구.

?? : 예. 여기가 동학의 격전지이자 눈물과 슬픔의 무덤이었던 우금치입니다. 관계되는 분들 알아서 자진납세하거나 호명하는 분들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나 : 가슴이 진동하기 시작하는데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네.

** : 혜명님, 나와주세요.

​관련된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손을 잡고 하나씩 자신의 당시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돌아가며 했다.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점점 아파오다가 결국은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이런 일이 그 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일이라 속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몸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응을 했다. 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 : 왼쪽 팔이 잘린 것 같은데요...

나 : 흐흐흑 게릴라처럼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다가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미 왼쪽 팔은 잘려서 피가 흐르는 채로 달리고 있었지만 결국은 포위당해서 죽창으로 가슴을 찔리고 죽어갑니다. ㅜㅜㅠㅠ

&& : 아... 제게 보이는 형상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부군들이 집단구타를 하다가 죽창으로 제 배를 가르고 속을 제 눈 앞에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숨이 끊어지면서도 저는 그것을 지켜보면서 죽어가네요. 흐흑흑 

## : 제가 정부 관리직으로 동학군을 색출해서 죽이고 잡아가두는 일제의 앞잡이 역할을 했지만 저 또한 처자식을 볼모로 일본군에게 붙잡혀 꼼짝없이 그들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었구요. 일이 끝나자 일본군은 제가 보는 앞에서 처자식을 죽이고 거세게 저항하는 저 또한 비참하게 죽였습니다. 

나 : 영원어머니입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죽고 죽이는 끔찍한 역사를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또한 하늘의 뜻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기 위한 것임을 알기 바랍니다. 아주 오랜 시간부터 계획되어 왔던 일들이 이 땅에서 펼쳐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때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몰살과 살육의 역사현장이었겠지만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모두 다 함께 이제 이 시간에 모이기 위해서 였음을 알기 바랍니다. 제 가슴 또한 아주 오랜 시간동안 모든 인간의 투쟁과 슬픔과 고통을 지켜보면서 끝없이 눈물을 흘려왔었지만 모든 일은 지금에 이르는 과정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잘 참아내었고 무사히 찾아와 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누군가 막걸리를 사왔고 악역의 전생을 맡았던 이들이 풀밭에 막걸리를 부어주었다. 그런데 겨우 진정되었던 울음이 그들의 그런 행동에 다시 격하게 온몸을 치고 올라왔다. 뭐가 뭔지는 몰랐지만 혼의식이라는 것이 모든 감정의 결정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정말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허리를 꺾고 대성통곡을 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일까? 그것이 의미가 없어보였다. 동학군을 죽였던 가해자 또한 사연을 보면 불가피했고 피해자였던 동학군 또한 죽기를 각오하고 무모한 도전을 치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것 또한 나라와 나라사이의 파워게임이었을지라도 이젠 모두 지난 일이었고 역사라는 것이, 지난 과거의 삶이라는 것이 한편의 영화나 연극처럼 부질없고 허망한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이 나라의 카르마였든지 계획된 프로그램이었든지.

누군가 노래를 불렀는데 내게는 전봉준의 노래가 아리아처럼 퍼져울렸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빛의대화 혼의식, 영원어머니

진실도 90%, 85%

작성자 혜명

작성일 2015. 8. 4.

 

빛의생명나무  www.treeofligh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