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하던 여자가 알고 보니 이름을 거짓말했었네요

진짜빙구2015.12.24
조회335
21살 수능을 본 삼수생입니다.

22살 누나를 우연히 만나게 돼 100일 좀 넘게 연락을 계속 했었어요.

수능 일주일 전 스트레스 때문에 응급실까지 다녀오고 나서
응급실에 갔다는 사실은 숨긴 채 그냥 일주일동안 연락을 쉬자고 했었습니다.
마지막을 거의 톡을 씹다시피 끝내고 일주일동안 완전 잠수탔었거든요.
수능이 끝나고 핸드폰을 초기화하다가 백업을 잘못했는데
통화도 요금제 때문에 보이스톡으로만 했던 바람에연락할 수단이 다 날아가 버렸네요.
몇날 며칠을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기다렸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요.
수능이 끝나면 기쁠 줄 알았는데,
자려고 불 끄고 누워도 새벽에 잠이 깰 때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밖에 안돼고
진짜 마음이 타 들어가네요


뭔가에 홀린 듯이 연락을 시작했던 이후처음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새벽.
너랑 나랑 걷는 속도가 다른 것뿐이니까
제가 천천히 맞춰준다고 기다려 주었을 때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어서정말 고맙고 행복했었는데.
지마켓을 쓰는 걸 알고 있었어서
이름과 생년월일로 아이디 찾기를 해 보니아무것도 뜨지 않네요.
아마 처음에 거짓 이름을 알려줬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아이 입장에서는 낯선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는 상황이였어요.

그 동안 자기는 절대 용서 못할 것 같다면서
뜬금없이 거짓말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어봤던 거나
제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이유없이 그냥 다 미안하다고,
나는 너무 착한데 자신은 너무 나쁘다고 말하곤 했던 것도,
무언가를 챙겨 주었을 때 울었던 이유도,
생각이 많아졌다고 고민하던 이유도.
그제서야 이해가 되더군요.

이름이 거짓말임을 알았는데도 정말 조금도 화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아이가 했을 복잡한 생각과 아쉬움과 그런 감정들이 느껴져서 슬퍼요.
거짓말하면 어떨 것 같냐고 말했을 때
거짓말한거 있으면 괜찮으니깐 다 말해보라고 왜 물어보지 못했을까
수능이 뭐라고, 하루에 잠깐씩은 연락할 수 있었을 텐데왜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계속 미련이 남네요.

계속 그 아이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여고, 경영 2학년 마치고 두 학기 휴학, 삼촌 회사에서 4개월 사무알바.
이걸로는 이름과 학교를 모르니 찾을 수가 있나요.
10월 초에 그 아이가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서울에서 갔던 울산.
그리고 울산 간 김에 머물렀던 큰이모네
잠시 직장을 그만두신 사촌언니랑 쇼핑갔을 때 옷 원단가게에서 잃어버렸다가
주인분이랑 아는 사이라서 다행이 찾았던 언니 지갑
그리고 고1 사촌동생.
저 단서만 가지고 옷 원단가게를 찾으러 울산에 갔다가결국 못 찾고 다시 서울로 올라올 수 밖에 없었네요.

너가 보고 있다면,
융딩아 안녕? 오랜만이야.
친구들이 힘들다 하면 다 들어주고 집으로 불러서 같이 있어주곤 하던 너는,
조금 슬픈 글만 봐도 잘 울곤 하는, 마음 여린 아이였는데,
너가 처음 전화로 '나도 너 좋아'라고 말해 준 날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고
'사랑해'라고 마구 퍼부어준 새벽에는
심장이 정말 터질 것 같았어
어떻게 그 한 순간이 내 삶을 그렇게 황홀하게 만들었을까?

미안해.
수능 일주일 전에 그런 식으로 연락 끊어버려서.
구차한 변명이지만, 수능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날 새벽에 응급실 다녀왔었어 
너가 걱정할까봐 차마 말하지는 못하고
빨리 수능 잘 쳐서 홀가분하게 만나야지 하는 생각에
그런식으로 잠수 타 버렸다.
너도 그때 힘들었었는데,
그걸 알고 있었음에도 내 생각만 했던 것 같아. 미안해.나 그 일주일 동안 정말 많이 연락하고 싶었지만
너가 보내준 음성 메시지 들으면서 꾹 참았었다? 왜 그랬을까.
이제 한 달 반이 되가는데도 마음이 아픈데너도 일주일동안 이런 기분이였을까.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까지도 너가 없어서 참 힘들어.지금도 너밖에 생각이 안 나 많이 울었어
마지막 음성 메시지 들으면서
이제 평생 이 목소리를 못 듣게 되면 어쩌지 하는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나더라. 릊ㅡㅡ


우리가 했었던 후회스러운 말들과 아쉬운 부분들을 기억에서 없앨 수는 없지만.
우리는 사람이니깐 완벽할 수 없잖아.
그런 부분들을 품고 인정하고 이해하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욕하는거 보면 내가 너한테 정 떨어질거라고 지금은 착한 척 하는거라고 막 그랬지만,
이름을 거짓말했다거나 말을 험하게 한다거나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
그런게 나에게 널 절대 나쁘게 만들지는 못하니까.
그리고 나도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척한거 있었는걸.
네 모습이 어떻든 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고,
너가 말했듯이, 좋아하는 마음은시간이 흐른다고 흐려지는 게 아니잖아.
예쁜 건 많아, 소중한건 너 하나고.

너랑 나는 둘 다 원석이라고 생각해,
완벽하지 못하고 가끔 지저분한 모습도 있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석이 될 수 있는.
너무 아름다운 보석을 품고 있는 원석에서부터
너랑 같이 보석이 되어 가고 싶다.
잠깐 떠나 있어도 괜찮아
비록 수능 때문에 연락만 했지만, 우리가 나누었던 감정들을 믿으니까.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돼. 꼬옥 안아줄게.

설렁 너가 마음이 정말 떠나서 이 편지를 읽고도 아무런 마음이 들지 않거나
지금 네 옆에 다른 사람이 있더라도 연락은 줘.
그래야 힘들겠지만
내가 너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이 은단도둑아ㅡㅡ
애같은게ㅡㅡ ’기다리고 있을게용♥’하고 사라져 버리면
나는 어떡하냐.
내가 많이 미안해.

조금만 용기를 내 줘. 부탁해
잘 지내? 오랜만이야 라고만 말해주면 돼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우리 평소처럼 대화하게 될 꺼야
너를 정말 좋아했어. 지금도.
오래 걸려도 좋아.
기다릴게.

severlan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