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인 청각장애인을 좋아해

201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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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그냥 심심해서 써봐.

우리반에 예쁜애가 있는데 성격도 되게 조용하고 잘 웃지는 않지만 웃는게 예뻐.

그리고 청각장애인인데 입모양 듣고 말 알아듣더라고! 수화는
조금은 하는데 사용을 안해. 얘가 손이 하얗고 고와서 수화하면 되게 손짓이 우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해.

가끔씩 발음 웃기게 할 때 있는데 그럴 때 내가 너 방금 탕수육을 땅뚜육이라고 했다고 장난으로 놀리면 막 부끄러워하면서 탕수육..탕수육 중얼이면서 연습하고ㅋㅋㅋ진짜 귀여워.

그리고 자기 할 일 똑부러지게 하고 진짜 남모르게 배려를 잘해줘. 아무래도 내가 얘 배려심 때문에 반한 것 같아. 아무도 모르게 착한 일 하는거 있잖아. 그거 얘 전문임. 뒤에서 챙겨주는거 쩔어ㅠㅠ

교실 나갈 때 의자를 옆에 사람꺼까지 넣어준다던지 내가 양치하고 뱉을 때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 걷어줘서 안묻게 해준다던지 이런 사소한 배려들이 몸에 배여있어.

그리고 얘가 사람 말을 되게 잘 들어줘. 얘가 이야기 들어줄 때( 입모양 듣고 알아들으니까) 입을 보잖아? 그 때 그 내 입으로 향한 시선이, 내 말 알아들었을 때 살짝 웃음짓고 그런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들이 너무 좋아. 진지한 얘기 할 때면 진지한 눈빛이 , 재밌는 얘기 할 때면 사랑스럽다는 눈빛이 느껴져.

공부도 되게 잘해. 우리는 중2고 곧 열여섯 되는데 얘는 항상 평균 95점대였어. 머리가 좋은 것 같아. 공부도 그냥 교과서 쉬는 시간에 대충 훝어보는 정도만 하고 집에서는 책 읽고 자기 취미생활 하거든. 그런데도 공부 잘하니까 얘한테 더 빠졌어.

아 얘가 책을 되게 자주 읽거든. 그리고 책 추천도 잘해줘. 이번에는 카스테라 라는 책이랑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라는 책을 추천해줬는데 읽어보니까 둘 다 너무 재밌더라. 원래 독서량이 코딱지만큼이였는데 얘랑 지내면서 책도 많이 읽게 됐어.

얘가 나를 정말 소중히 여기는게 느껴져. 나한테는 웃어주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해주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는 철벽이야. 특히 남자들한테는 항상 단답으로 대하고 여자애들한테도 그냥 인사만하고, 웃어준다던지 이야기를 성의껏 들어준다던지 이런 것들은 오직 나한테만 하더라고. 나는 그게 묘하게 기뻐. 아니 묘하게가 아니라 엄청정말 기쁜가? 비록 동성이지만 좋아하는 애가 나한테만 호감으로 구니까 정말 기쁘다ㅎㅎㅎ

얘가 혼자 지내는 걸 편해하는 애야. 근데 나는 학기초에 얘랑 정말 친해지고 싶어서 계속 다가갔는데 철벽 진짜 장난 아니였어ㅋㅋㅋ 그래서 마음에 상처도 좀 입었는데 그래도 계속 다가가니까 마음의 문? 을 차츰 열더라고. 지금은 완전 사랑스럽게 변했고ㅎ 내가 얘랑 왜 친해지고 싶었냐면 처음엔 예쁜데 청각장애인이라니까 왠지 신기한거야. (좀 이기적이지만) 나 뿐만 아니라 다들 그랬는지 얘한테 치근덕 대는 애가 되게 많았어.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치근덕 대는 걸 멈추고 끼리끼리 어울리더라고. 나는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얘가 진짜 진국이구나 정말 좋은 애구나 라고 느껴서 계속 치근덕 댔어. 눈 뜨고는 못 봐줄 정도로 매달리고 차이고 매달리고 차이고ㅋㅋㅋ 그 땐 진짜 눈물나는 시기였지.

결국엔 서로 마음 터놓는 사이가 됐어. 아직 중2지만 우리가 상처받고 멘탈 부서지고 그랬던 적이 또래보단 많았거든.

걔는 청각장애인으로써 상처를 받고 살아왔고( 아는 오빠들이 집적거리다가 얘가 안받아주니까 꼭지가 돌아서 때리고 ㅅㅂ
그랬던 적도 있다더라. 그거 듣고 너무 충격적이고 화나고 그래서 남자들을 경계하는 구나 느꼈어. ) 나는 동성애자로써, 어렸을때 가정폭력을 당한 상처를 받고 살아왔거든.

서로 힘들었던 과거들 말하다보니까(그러다보니 자연스러운 커밍아웃) 위로가 되고 우린 훨씬 더 가까워졌어. 나도 자해했었는데 얘도 했더라고. 나는 손목에 걔는 옆구리에 큰 흉터가 있어.

내가 원래 동성애자임을 초등학생 때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어서 동성인 얘를 좋아한다는게 충격적이진 않았어. 다만 이렇게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건 처음이라 모든게 조심스러워. 고백도 무서워서 못하겠어ㅋㅋㅋ 지금으로 만족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되긴 안되더라. 진짜 눈도 잘 못 마주치겠고 초점도 얘 앞에선 흐릿해지고 말도 더듬고.

음 여기까지 써야겠다
읽어줘서 고마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