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도끼에 발등 절단될뻔한 이야기 (1)

조선문어빵2015.12.26
조회322
실화입니다.

웃기려고 쓴 것보단 많은 분들이 보시고 저같은 사람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씁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내겐 알고지낸지 10년이 넘은 동창이 있음.
이제 그 동창을 a라 하겠음.


처음 연락이 온건 8월.. 오랜만에 걔한테 연락이 옴. 잘지내냐고.. 안부 묻고..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다. 얘는 휴학하고 인천올라가서 일한지 이제 거의 2년째.
그러다 나는 H자동차회사 인턴 면접에 떨어지고, 휴학하고 일자리를 찾고있었음
연락을 계속 하고있어서 얘도 그 사실을 알고있었음.
그런데 어느날 전화가 오더니
"요새 하던 일이 질려서 우리 작은아빠한테 일자리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거든.. 그러다 인천에 있는 자동차 공장에 인턴자리를 얻으셨다고 하시네.. 그런데 내가 여자라 남자들 사이에서 일하기 버거울꺼라고, 믿을만한 든든한 친구 한명 더 데려오면 좀 더 힘써서 한 자리 더 만들어준다고 하시는데.. 그런 친구가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너가 먼저 떠오르더라.. 넌 할 생각 있니?"
"나 안그래도 자동차회사 일자리 찾고있었는데 잘됐네.. 진짜 고맙다 그런 자리 알려줘서."
"아 참, 그리고 이건 우리 작은아빠 인맥으로 원래 합격한 사람들 빼낸 다음 우리 이름 넣는거니까.. 절대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 알려선 안돼! 그랬다가 이게 알려지면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이 크구 우리도 잘릴거야.. 알았지??"
"아.. 알겠어 그러지 뭐."
"이력서 양식 보내줄테니까 작성해서 내 메일로 보내줘~"
근데 기쁜건 잠시, 잠깐 의심이 들음. 얘는 전공이 식품영양인데 그리고 여자앤데 왜 굳이 자동차회사 일을 하려고하지?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한텐 알려야하는거 아닌가?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 나에게 전화까지해서 꽂아주는건 무슨 의도인거지??
하지만 동창인데.. 친구인데.. 내 생각해서 이런자리까지 소개해준건데.. 하는 고마움이 더 커서 더이상 의심은 하지 않았음.

다음날, 또 전화.
"작은아빠한테 이력서 보여드렸는데 열심히 할것같다구 맘에 들어 하시더라 ㅎㅎ 그리구 어제 말했지만 이게 급하게 만든 자리라서 우리 진행이 꽤 빠를수도 있어.. 혹시 이번 달에 약속이나 가족 행사나 제사같은거 없지??"
"(일하다 내려오기 그래서 그런가?) 응 약속 있긴한데 다 취소할게."
"아참 그리구 기숙사 줘서 너는 짐만 챙기면 되는데.. 월급은 한달 후에 나오니까 생활비 한 40만원정도는 챙겨와야해."
"응 알겠다.. 고마워"

또 다음날.. 전화
"내가 되게 빨리 진행될 수도 있을거 같다고 했잖아.. 우리 일 언제부터 시작하게?? 맞춰봐 ㅋㅋ"
"응? 음.. 설마 다음주부터는 아니겠지 ㅋㅋ"
이때가 일요일이었음.
"수요일부터 나오래~ ㅎㅎ 되게 빠르지? 너 빨리 짐싸야겠다.."
"아 진짜?? 되게 빠르네.. 나 캐리어도 없는데 사서 짐 얼른싸야겠다."
"아침에 출근해야하니까 전날에는 인천 올라와야겠다~ 올라와서 같이 밥두먹구, 시간 되면 술도 한잔하구..ㅎㅎ 나도 회사 나와서 숙소 없는데 같이 찜질방에서 자고 출근하자..."
이때 이상한걸 눈치챘어야했다..

그렇게 화요일이 됐고 나는 인천에 올라가서 같이 저녁을 먹음..
a가 누구한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는데..
"아 오빠 잘 지내시죠??ㅎㅎ 오빠가 추천해주신데서 밥먹구있어요."
"그니까요~ 얼굴본지도 오래되서 한번 봐야하는데~"
전화 끊고 나한테,
"예전에 일하던 데서 알게된 오빤데 얼굴보고싶다고 지금 퇴근하고 오신다는데.. 같이 술한잔 괜찮아?"
"어.. 그래라 그럼. 너 얼굴본지도 오래됬다며.. 난 괜찮아"

밥을 먹고.. 술집.
"근데 이 오빠가.. 되게 예의같은걸 중시하는 분이라서 조금 주의해줘. 말도 좀 쌔신 분이거든.."
"응..그래?? 알겠어"
아는 오빠 k가 오고, 말이 참 많고 욕도 잘함. 자꾸 나에 대해서 뭘 묻고, 형제는 몇명있고, 아버지 어머니는 무슨 일 하시고, 집에 빚은 있는지 없는지.. 이런거까지 대답해줘야하나 했지만 분위기 깨기 싫어 그냥 대답함..
그러다가 k가 화장실 간다며 같이가자고 날 데리고 감. 방 안에는 친구만 남은 상황.
k는 화장실 변기칸으로 들어가더니 (아마 여기 앉아서 a한테 카톡으로 상황지시를 했을걸로 생각됨)
"너 볼일 끝났으면 먼저 가"
"예."
방 안에 친구랑 둘이 있는데, 갑자기 자기 집안이야기를 함.
아버지 일찍 여읜 얘기, 어머니 혼자 외벌이 하신 얘기, 형제들끼리 돈 마련해야 하는 얘기... 들으니까 착하고 따뜻하게만 자라온 거 같은 얘가 다시 보이는거야. 이렇게 아픔이 있었는데 그동안 웃으며 지내왔구나... 힘들었겠네..
"아까 너가 집안얘기 하는데 나랑 비슷한 거 같아서 많이 공감이 됐어.."
"나도 이렇게 우리 집 얘기 깊게 한건 이번이 처음이야.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
하고 이야기하는데 k 등장..
"나도 화장실좀.."
하면서 친구는 화장실로 가고 k와 나 둘만 남았어
a랑 어떻게 알던 사이며, 얘한테는 어떤 감정을 갖고있으며, 평소 얼마나 친했는지 뭐 이런걸 물었음.
한참 있다 a가 들어옴. 그리고 좀 더 술을 마시다가.
"너네 오늘 잘 데 있냐?"
"아뇨. 내일 출근하면 기숙사 들어갈 수 있대서 오늘 하루는 찜질방에서 자기로 했어요."
"아 그래? 잘됐네. 나도 내일 오후 출근이라 찜질방가서 몸좀 지지려고했는데 같이갈래?"
..??? 뭐지 이사람.

그렇게 이상하게 찜질방에 셋이 가게 되고.
k는 자리를 비운 사이, a가 내게 하는 말이
"사실은 아까 술집에서 작은아빠한테 전화가 왔거든. 그런데 사장이 자기 조카 일 좀 시켜서 정신차리게 해주려고 너 이름 빼고 조카 이름을 넣어서 명단을 넘겼대.."
"뭐? 그럼 내일 너혼자 출근하는거야?"
"그래서 작은아빠한테 너랑 같이 하는거 아니면 나도 안하겠다고 했는데.. 일단 명단 넘어갔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일 하던 말던 알아서 하래.."
내일이 출근인데 전날에 캔슬되다니?? 뭐지..
벙 쪄있는데,
"내가 k오빠네 회사에 혹시 일할수있는지 부탁드려볼테니까 이거라도 같이 할래?"
"그 형이 무슨 회사 다니시는데?"
"유통업체야.. 회사 알아보면서 알게될거야. 너 전공이랑은 상관없지만.. 이 일 하게되면서 얻어가는게 많을거야. 한번 같이 해보자. 응??"
고민이었지.. 부모님한테도 제대로 안알리고 온데다, 이번 달 일정도 일한다고 다 취소해놓은 바람에 집으로 돌아가도 할 게 없는거야.
결국 고민 끝에 하기로 결정..
일을 하게 되면서 얻어가는것이란 대체 무엇일까.. 하는 고민도 들었음.
날 인천까지 불러내서, 대체 전공이랑 상관도 없는 이 일을 소개해주는 이유가 뭘까??

k는 처음에 매우 띠꺼운 듯이
"너네 둘 문젠데 왜 내가 끼어야 하냐? a는 전에 같이 일해봐서 그렇다 치지만 너가 어떤 앤줄알고 우리회사에 부탁을 하냐? 그랬다가 너가 깽판치면 내 이미지가 뭐가돼냐?"
하다가
"a가 부탁하는거니까 한번 물어봐줄게. 근데 안될수도있다. 기대하진마라."
"할생각 정말 확실히 있으면 당분간 우리집에서 재워주는것까지 해줄테니까 결정해."
"우리 회사는 생활면접 방식이라고 해서 이력서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몇일간 합숙생활을 하면서 그사람의 인성을 보는 회사다. 그러니 일 할꺼면 합숙까지하고 아니면 말아라."
"재워주기까지 하시면 전 감사하죠.."
그렇게 잠이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