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너무도 싫어하는 너에게.

찌질찌질201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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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글로 남겨요.

 

 오늘 저녁먹으러 갔다가 널 봤어.

 저번주 주말부터 요번주 까지 널 우연히라도 보고싶어서 멋지게 꾸미고 몇 없는 친구 동원해가며 약속잡고 시내를 배회했어. 친구와 너가 보고싶단 말을 안주삼아 쓰디쓴 술을 한 잔, 두 잔. 니 생각이 커져갈 때에도 널 만나지 못했어.

 그렇게 약속해서 만날 친구마저 동이 나고 다 포기했어. 공부나 하며 내 자신을 갈고 닦아야겠다며 꾸미지도 않고 나왔는데 널 우연히 만났네. 이걸 어째. 거기에 니 앞엔 남자까지 있네. 기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너와 눈이 마주치자 순간 깜짝 놀라서 바로 샛길로 새서 먼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어. 오랜만에 듣는 너의 허스키한 웃음소리가 참 좋더라. 근데 만감이 교차하더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씁쓸하기도 했고,  좋은 사람만나는 듯 한 니 모습보니 그걸로 만족하기도 하고.

 근데 왜이렇게 가슴이 답답한지 모르겠어.

 

 장교로 군복무 마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5개월 차. 너가 내게 관심을 보일 때 내 월급은 겨우 50만원 밖에 안됐었지. 일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였기에 여자를 돌보듯했지만 넌 좀 특별했어. 날 바라봐주는 그 눈빛과 마음 씀씀이에 난 반할 수 밖에 없었어. 그렇게 우리는 사귀게 됐어.

 월급도 서서히 오르고 여자친구도 생겨 너무 들떠있는 상황에서 너와,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셨었지. 짖굳은 동료들의 농담에 넌 기분이 나빠보였어.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내 제안도 거절한 채 택시를 타고 떠나는 너의 모습을 보며 난 술취해서 삐쳐버렸지. 집에 도착해서야 톡을 한 내게 넌 답답함을 호소하며 화를 내었지만 난 술김에 그 화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술마시면 개가 되는 날 알고 있었으면 절제를 했어야 하는건데. 난 처음부터 너의 천사같은 모습에 반해서 니가 변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고있었는데 그날 변하는 널 보며 더 만나기 전에 헤어지자고 쉽게 얘기했지.

 이 점 진심으로 미안해. 아직도 많이 후회하고있어. 사실 변한건 니가 아니라 술에 취한 나였고 너에게 맞춰주지 못한 나였는데.

 

 다음날이 되서 날 잡아줬던 널 생각하며 다시 사귀었지만, 난 그 당시 참 생각이 짧았었어. 널 왜그렇게 소중하게 대해주지 못했을까. 니가 먼저 좋아해줬고, 니가 잡아줬고, 난 오만 그 자체였지. 그래서 몇마디 말 따듯하게 하지 못했어. 금요일 새벽에 헤어지고, 토요일, 일요일 너와 만나고 싶었지만 자존심에 만나달라는 노력조차 하지 못했지. 넌 사실 내게 큰 실망을하고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던 건데.

 

 월요일에 운동하러 온 너와 얘기를 나누고 잘 풀었어야 했는데 난 또 주말동안 무시당했다는 어이없는 착각에 널 또 쓸쓸하게 했어. 미안. 이 점도 진심으로 미안해.

 이미 상처받을대로 받은 너한테 나는 그제서야 잘해보겠다고 너한테 톡이며 전화며 뒷북을 쳤지. 넌 그 때 사실 내게 정떨어져서 맘을 추스르고 있던건데. 난 그것도 모르고 재촉하며 안달나고. 연락 안받는 너에게 화가나서 또 삐치고. 진짜 속좁다 나도.

 그렇게 금요일, 운동하러 온 너에게 다시 다가가 무슨일 있냐며, 내가 싫냐며, 왜그러는 거냐며 너에게 따지듯 얘기하다 대답없는 널 답답해하며 내 할일 하러 휙가버린 것도 미안해. 그냥 말없이 안아줄걸. 미안하다고. 그랬다면 너와 내가 이렇게 멀어졌을까.

 내게 서운했는지 그날 따라 넌 집으로 바로 갔지. 난 그게 너무 서운하고 화가났어. 너의 집앞에서 얘기를 하고싶다며 저녁 10시라는 늦은시간에 30분만 얘기하자고 조른것도 미안. 너가 기회를 한 번 더 줬었는데. 일요일에 만나서 얘기하자는 너의 제안도 무시하고 내 감정에 취해서 오늘 잠깐만 얘기하자고 계속 메달렸지. 지금 생각하면 널 그리워하며 아무 것도 못하는 이 상황에서도 이렇게 잘 참는데 왜 그땐 못참았을까 싶다.

 그런 내게 정 떨어졌을만 해. 넌 그제서야 솔직하게 내게 정떨어진거 추스르고 있었던거라 얘기해줬고, 이런 모습조차 정떨어진다며, 일요일까지 못기다리겠으면 그만해라고 했지. 나 사실 일주일간 읽씹에 무시를 당했어도 너에게 무슨일 있는거 아닐까, 내가 싫은가 오만 생각다하고 있었는데 너가 그렇게 말하니까 순간 욱하더라. 진짜 다혈질인가봐 나. 니가 떠나갈만 하다 글 쓰다 보니.

 나 그 때 너가 싫어서 헤어진것보다 내 자존심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에 헤어지자고 해버렸어. 내 자존심 그 뭐라고. 널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야했는데 그 땐 내 자존심 지키려고 그랬어. 진심으로 미안해 이 점도.

 

 마음이 없어져서 헤어진게 아니고 자존심 때문에 헤어진거라 그런지 더 많이 그립고 생각나더라. 새벽에 잠에서 깨서 니 사진 찾고, 낮에 공부하다 그리움에 시쓰고, 니 사진보며 니 초상 그리고. 헤어지고 나면 남자는 후폭풍 온다고 지금 거의 2007년 매미수준으로 폭풍 휘몰아 치고 있어. 너무 그립다.

 얼마전에 술먹고 연락한거. 이거 진짜 미안. 여자들이 다 싫어하는 행동인데 제발 한 번만 만나달라고 징징거리기나 하고. 아 진짜 못난 남자네 쓰다보니까. 그날 너가 하지말라고 한 부분 지금 다 안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어. 인스타, 페북 다 차단당하고 그나마 남은게 니 번호로 남은 카톡이라니. 카톡마저 차단당하긴 했지만 다행히 프로필은 볼 수 있어서 근근히 사진보며 잘 지내내 그리워해. 아, 나 스토킹하는 거 아니구. 지금은 내 마음이 널 그리워하고 싶어서. 그리워 할 만큼 그리워하다보면 마음 편히 널 보내줄 수 있을테니까 그러는 거니까 오해하진 말아줘. 이 글을 읽지도 않겠지만.

 

 이런 나랑 헤어진거 니 인생에서 큰 복인것 같아. 좋은 남자 만나서 오늘처럼 밝은 웃음소리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어.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는 너랑 이별 뒤에 참 많은 걸 반성하고 있어. 만남을 쉽게여겨 헤어지자는 말 하지 말 것, 술 조심, 다혈질 조심.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더 많이 잘 해주기. 내게 사랑이 다시 찾아온다면 후회없이 잘해주고 싶다는 다짐들. 고맙다. 사귈 때도 넌 참 많이 날 행복하게 해줬는데 이렇게 내 스스로 반성하고 순수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해줘서. 고마워. 언젠가는 너랑 다시 말이라도 틀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땐 사실 내가 그랬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그런 얘기들 하고 싶어.

그리고 내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줄수 있냐고 하고 싶지만. 이미 너한테 너무 많은 신뢰를 잃는 행위뿐이었기 때문에 이건 미안해서 못하겠네. 

 이젠 만나기 위해선 우연을 바랄수 밖에 없지만 못 만나더라도 멀리서 니가 잘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