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다 감사드려요.
그리고 유전병이 어떤거냐고 물으신 분들이 많은데
'신경섬유종' 이라는 병이고요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이라고 하네요.
증상은 보통 피부에 커피색 반점과 수종으로 나타나고
정도에따라 다르지만 큰 혹이 한 두개인 경우도 있고
사마귀 정도의 작은 종양이 온몸에 나기도 합니다.
전남친의 경우 어머니쪽 유전이었고 누나는 유전되지 않아 평범한 피부라고 들었습니다. 유전확률이 50%정도 된다니 출산결심은 당연히 쉽지 않을텐데 아이를 둘 낳으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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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여자입니다.
20대에 이혼이라는 힘든 시기를 겪고 이성을 만나는데 두려움이 많던 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너무 얌전해서 회사에서 별 존재감이 없는 남자였습니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잡다한 일을 떠맡곤 하는 남자이기도 했지요.
처음부터 저는 선을 그었습니다. 난 이혼녀고 상대의 부모님이 반대한다면 시작도 하지 않을거다, 많이 사랑하고 지지 받아도 힘겨운게 사랑이고 결혼이다 하면서요.
그 사람은 자기의 속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유전병이 있어 몸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아이를 낳으면 유전확률이 높아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말 여자에게 잘해주고 잘 지내고 싶은데 늘 여자들이 상처를 주고 떠나갔다는 얘기였습니다.
서로 결혼같은건 생각하지 말자고 하며 시작된 만남이었습니다. 서로 가족에게 잘 보일 자신도 없고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점도 비슷해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나던 어느 날. 그 사람이 어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보고싶어 한다고요. 저는 무엇보다 제 이혼사실을 알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엄마와 누나는 알고 있는데 아빠는 모르겠다, 엄마가 얘기를 했는지 라고 하더군요.
제 고민을 덜어주려 그랬는지 그가 가볍게 말했습니다.
나 결혼 생각없는거 집에서도 알아, 그러니까 어렵게 생각 안해도 돼, 라고.
저녁식사 초대여서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의 차림에 적당한 선물을 들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부담스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생각보다 편하게 그 시간을 지나고 난 후 그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결혼에 대해 용기를 내보고 싶다고요.
저희집에 그사람 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우선 정말 제가 괜찮은지를 물으셨습니다. 앞으로 더욱 심해질게 뻔하고 사회적인 편견같은 것에 당당할 수 있겠냐는 거였죠. 저는 실제로 신경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고했고 그렇게 양가허락하에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로 파혼을 하게 되었네요.
그사람 부모님을 뵙고 얼마후 그사람과 어머니가 타지에 살고 있는 누나집을 가는데 저에게 동행을 권하셨습니다. 그땐 결혼말이 나오기도 전이었고 가면 자고 온다기에 불편하다고 거절을 했지요.
누나라는 분은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어 좀처럼 고향에 내려오지 못했고 저는 언젠가 기회되면 만나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파혼에 이르는 이유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네요.
누나라는 분이 갑자기 저를 보자고 했다는 말을 하는 그사람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냐고 하자 누나가 저를 반대한다고 했어요. 어째서냐고 묻는 제게 예의가 없어서... 라고 말하며 그 사람이 고개를 숙이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기회다, 저를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 했다는겁니다.
저는 우선 내가 어떤 점이 무례했는가를 물었고 그사람은 쭈뼛쭈뼛 제가 찾아가지 않은 점이 그렇다고 했답니다.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 주변에 조언을 구해보니 대체로 제 잘못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희 집에선 기가 막혀 하셨고요. 결혼전에 친척이나 가족들을 많이 만나면 좋지만 굳이 찾아뵙는건 어른들 위주고 그 누나의 경우 애때문에 고향도 못 온다는데 가서 자고 오는거 서로 더 불편하지 않느냐 하고요.
그리고 만나자는 날이 제 조카 생일이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친이모라고 엄청 저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녀석에게 전 당연히 가겠다는 약속을 한 터였지요.
결국 그사람 누나는 반대를 선언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의 가족을 무시한다는게 이유였고 윗사람이 청하는데 거절했다, 그러니 이혼당한거 아니냐...라는 식의 이야기였다고 들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집안, 시골에서 크게 뒷받침도 못해줬는데 간호사가 되어 서울에서 사는 누나가 집안의 보배더군요. 보통 어디 불편한 자식이 있으면 그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줄 알았는데 그 집은 잘난 딸의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저를 사랑했다던 남자는 누나의 열변과 부모님의 한숨속에서 저와의 헤어짐을 다짐하고 왔고 그렇게 헤어지게 되었네요.
헤어지며 이야기하고 싸우기도 하며 들을수록 그 집안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화도 났습니다. 친구가 술김을 핑계로 내뱉어준 한마디가 정말 사무쳤습니다.
이혼이랑 유전병이랑 뭐가 더 흠이라고 생각하는거냐
이런 파혼이라니 참 쓸쓸하고 힘드네요.
헤어진 그사람도 안쓰럽고.
얼른 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