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내가 회사 기숙사 생활하던 시절에 겪은 일이야.
당시 숙사가 4층 원룸형 건물이었고, 한 복도에 10개 정도 객실이 있는 구조였는데,
내가 지내던 방은 1층 복도에서 맨 끝방이었어.
근데 잘은 모르겠지만, 1층 구역에선 우리 방만 유일한 여자였지 싶은데, 그게말이지.
기숙사 건물 벽이 무슨 종잇장마냥, 방음이 드럽게 안 돼서,
낮이고 밤이고 어지간한 소리는 다 들릴 정도야. 프라이버시 따윈 개나 줄 기세.
그런데 당시 지내면서 여자 목소리는 한 번도 들은적이 없단 말이지.
그래서 여자방은 우리쪽이 유일하지 않은가, 하고 추측하고 있어.
아무튼, 당시 한 방에서 셋이 같이 지냈는데,
숙사 생활한 지 2주 될 무렵이었나....
그때 룸메 친구가 자기 남친이랑 밖에서 술마시다가,
나한테 남친 보여주겠다고 기숙사에 데려왔어. 물론 술도 사들고.
일끝나고 한창 피로하기도 하고, 술도 땡길 무렵이라 완전 웰컴이었지.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한잔했는데,
어느정도 취기가 올라올 무렵에 갑자기 누가 초인종을 누르더라고. 올 사람이 딱히 없는데.
그래서 누구세요? 하면서 현관으로 가는데, 대답이 없어.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방음이 안 된댔으니, 택배든 뭐든 올거면 대답을 하는게 정상아님?
아니든 말든 아무튼, 그래서 문 열어봤어.
근데 아무도 없더라고.
내가 초인종 소리도 분간 못할정도로 꽐라된건 아닌데,
뭐 그걸 대수롭게 생각할 정도로 정신이 말짱한 건 아니어서 그냥 문 닫고 다시 들어와서
술마시려고 앉았어.
근데 또 벨소리가 들려오는거야.
다시 일어나서 누구냐고 하면서 곧장 문열었는데, 또없어 ㅅㅂ
슬슬 짜증게이지가 돋더라고.
설마싶지만, 옆집서 장난질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근데 그건 또 아닌게, 장난질한거면 옆집 문 여는 소리가 들려야 정상이잖아.
당시에야 술들어가서 청각이 둔해지기도 하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도 않아서 그렇게 생각했지.
그래서 벨튀 네다섯번 당한 시점에서 빡돌아서 현관앞에서 대기했어. 벨누르면 곧장 오픈하려고.
근데 또 서 있으니까 안누르더라고.ㅋㅋㅋㅋ
아 미친자가 싶어서 씩씩거리면서 다시 들어갔는데, 귀신같은 타이밍에 또 딩동 ㅅㅂ;;
진짜 이번엔 광속으로 달려서 현관문 벌컥 열었어.
근데 아무런 기척도 없네?
아니 아무리 술에 꼴아도 초인종 소리를 환청으로 들을 정도는 못 되거든.
오히려 이 빌어먹을 소리때문에 술이 깰 기세였지.
미치겠는거야. 거기까지 가니까 이 빌어먹을 벨튀새퀴를 잡아야된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고,
그래서 나름 머리 굴려서 현관문 닫고 다시 돌아가는척하면서 제자리걸음질 했지.
나름 발소리 볼륨을 줄이는 디테일함까지 겸비하며 ㅋㅋㅋ
아니나다를까 미끼문 활어새퀴가 또 딩동하고 벨을 누르네?
잘됐다 싶어서 곧장 문 벌컥 열었어.
근데 뭐여. 또 없는거야. 내가 귀신한테 홀린건가?
빡돌아서 반정도 열었던 문을 활짝 열었는데,
동시에 문 바로 옆에서 기척이 느껴지길래 확 돌아봤어.
아......지금 생각해도 미칠것 같은데,
그때서야 시선에 들어오더라고.
우리 문 바로 옆에 누가 버리려고 내놓은 장롱하나가 있었거든. 그 문이 슬쩍 닫히는거야.ㅡㅡ
이새퀴 잡았다 싶었지. 밤중에 벨튀질하는 ㅁㅊㄴ이 누군가 안면 확인할 생각으로 술기운 버프받아서 벌컥열었어.
그랬더니........하,
왠 미친 남자하나가 장롱 안에 찌그러져서 누운채 날 쳐다보면서 씨익 웃고있는거야.
맨정신이었으면 멘붕올 상황이었지.
실제로 다음날 술 깨고 그랬고.
근데 당시에는 술버프 받은덕에 용기가 바짝 충전된 상태여서
당신 뭐냐고 소리질렀지.
그랬더니 그 미친놈이 씨익 웃으면서 몸을 슬쩍 일으키는거야.
그때서야 이상한 낌새에 흠칫하고 놀라서 뒤로 물러서려는데,
현관으로 친구 남친이 따라나오더라고. 잡았냐면서
그랬더니 미친놈의 태도가 순식간에 싹 바뀌더라.
친구 집이 위층인데 헷갈린것 같다느니 미안하다느니하면서.
나한테 보인 행동하고 확연하게 다르잖아 이건.
그래서 거짓말하지 마라고 뭐라했는데
그놈 시선이 내쪽으로 오면서 씩 쪼개는거야. 개소름 ㄷㄷ
그래서 남친분이 나보고 들어가라고 하고
그 미친놈 대신 쫓아냈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가 위층이 친구집이라고 하던 그 미친놈이 도로 밖에 나갔다는 거야.
게다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주머니에 뭐가 들었는지 불룩 튀어나와있더라는 이야기도 해줬고.
이게 참......
다음날 술 깨고 나서 돌이켜 보니까 미치겠는거야.
그 남친분 아녔으면 어찌 됬었을런지 싶은 생각이 드니까
온몸에 소름이 오싹 돋는거 있지.
결국 이후에 못 견디고 기숙사 나옴.
지금도 당시 트라우마가 남아서
자취 생활이라던가 이런건 꺼려진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