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미술학원에 다니던 동갑 남자애가 있었다.내가 많이 좋아했던 그 애.그 당시 나는 입시미술을 하고 있었기에,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하루종일 학원에서 그림만 그리느라 스트레스 지수가 만렙이었고,그건 그 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숫기가 없어 학원 친구들에게 말 한번 걸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살짝 따도는 듯한 느낌의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것은 그 애 뿐이었다.그 날 부터 급격히 친해져 나와 그 애는 항상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었다.학원건물 1층에 있는 작은 분식집에서, 단 둘이서 밥을 먹었다. 행복했고, 내가 뭐라도 된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그때쯤부터, 나는 그 애를 좋아하고 있었다.단정한 검정 바가지머리에 동그란 무쌍 눈인 그 애를. 그렇게 함께 입시를 준비하며 1년이 지났다. 원래 단발이었던 나는 머리를 길게 길렀고, 앞머리도 길러 없앴다.하지만 그 애는 언제나 단정한 바가지머리에 검정 후드티를 입고 다녔다. 달라지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더 좋았다.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이야기다.그 애와 난 지망하던 대학도, 당시 다니던 학교도 달라서같이 있을 수 있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시험날이 다가왔다.시험장이 달라서, 함께 가지는 못했지만그래도 그 애는 전날 저녁 나에게 카라멜 2개를 주며 시험 잘 보라는 말을 하고 집에 갔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난 그 애가 준 카라멜을 먹고 시험을 쳤다.나는 최선을 다했고,원하던 대학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애는 재수를 했다.처음엔 서로 위로하고 축하해주며 계속 잘 지낼 것이라 착각했다.결과가 나온 당일, 나는 친구들과 놀다 집에 가는 길에 그 애를 보았다.내가 집에 가는 길엔 그 애의 집이 있었다.난 아직도 그 애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자기 집 근처 놀이터 벤치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난 그 애의 우는 모습을 볼 일도, 본 적도 없기에 많이 놀랐다.그 애는 내가 아는 (심적으로)가장 강한 사람이었고, 긍정적이었고, 활발하던 아이이기에그 뒷모습이 더욱 슬퍼보였다.차마 원하던 대학에 붙지 못한 아이에게원하던 대학에 붙은 내가 말을 걸 용기가 없었다. 난 그렇게 한참을 그 애를 바라보다 집에 갔다.집에 가서 문자를 보냈다.카톡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 애가 내 톡을 보고 씹는다면난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읽음의 유무를 확인 할 수 없는 문자메세지로 괜찮냐는 한마디를 보냈다.그러자 바로 그 애의 답장이 왔다. 쓰지도 않던 이모티콘까지 쓰며 "ㅋㅋㅋ괜찮아!! 어쩌피 재수확정이라 생각하고 있었어XD 너 붙었다며!!! 축하해!!~~" 라고 내게 답장을 보냈다.아까 전의 울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되어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그렇게 난 대학을 갔고,그 애는 학원에 남았다. 나는 넘치는 과제와 학점관리에 그 애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그 애는 하루종일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느라 나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1년 뒤, 그 애에게 오랜만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잘 지내고 있냐, 얼굴 한번 보자 뭐 이런 말을 할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 번호의 주인은 바뀐지 오래였다. 참 고마운 아이였는데,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나중에 학원 선생님께 물어보니, 그 애는 원하던 대학에 붙었다고 한다.난 지금도 가끔 그 애가 나에게 잘 지내냐는 문자를 보내는 꿈을 꾼다. 가끔씩, 아직도 그 애는 바가지머리에 검정 후드를 입고 다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보고싶어, 주현아. 3
미술학원 그 애
같은 미술학원에 다니던 동갑 남자애가 있었다.
내가 많이 좋아했던 그 애.
그 당시 나는 입시미술을 하고 있었기에,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종일 학원에서 그림만 그리느라 스트레스 지수가 만렙이었고,
그건 그 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숫기가 없어 학원 친구들에게 말 한번 걸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
살짝 따도는 듯한 느낌의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것은 그 애 뿐이었다.
그 날 부터 급격히 친해져 나와 그 애는 항상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었다.
학원건물 1층에 있는 작은 분식집에서, 단 둘이서 밥을 먹었다.
행복했고, 내가 뭐라도 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쯤부터, 나는 그 애를 좋아하고 있었다.
단정한 검정 바가지머리에 동그란 무쌍 눈인 그 애를.
그렇게 함께 입시를 준비하며 1년이 지났다.
원래 단발이었던 나는 머리를 길게 길렀고, 앞머리도 길러 없앴다.
하지만 그 애는 언제나 단정한 바가지머리에 검정 후드티를 입고 다녔다.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 좋았다.
언제까지고 함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이야기다.
그 애와 난 지망하던 대학도, 당시 다니던 학교도 달라서
같이 있을 수 있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시험날이 다가왔다.
시험장이 달라서, 함께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애는 전날 저녁 나에게 카라멜 2개를 주며
시험 잘 보라는 말을 하고 집에 갔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난 그 애가 준 카라멜을 먹고 시험을 쳤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원하던 대학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애는 재수를 했다.
처음엔 서로 위로하고 축하해주며 계속 잘 지낼 것이라 착각했다.
결과가 나온 당일, 나는 친구들과 놀다 집에 가는 길에 그 애를 보았다.
내가 집에 가는 길엔 그 애의 집이 있었다.
난 아직도 그 애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자기 집 근처 놀이터 벤치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난 그 애의 우는 모습을 볼 일도, 본 적도 없기에 많이 놀랐다.
그 애는 내가 아는 (심적으로)가장 강한 사람이었고, 긍정적이었고, 활발하던 아이이기에
그 뒷모습이 더욱 슬퍼보였다.
차마 원하던 대학에 붙지 못한 아이에게
원하던 대학에 붙은 내가 말을 걸 용기가 없었다.
난 그렇게 한참을 그 애를 바라보다 집에 갔다.
집에 가서 문자를 보냈다.
카톡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 애가 내 톡을 보고 씹는다면
난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
읽음의 유무를 확인 할 수 없는 문자메세지로 괜찮냐는 한마디를 보냈다.
그러자 바로 그 애의 답장이 왔다. 쓰지도 않던 이모티콘까지 쓰며
"ㅋㅋㅋ괜찮아!! 어쩌피 재수확정이라 생각하고 있었어XD 너 붙었다며!!! 축하해!!~~"
라고 내게 답장을 보냈다.
아까 전의 울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되어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그렇게 난 대학을 갔고,
그 애는 학원에 남았다.
나는 넘치는 과제와 학점관리에 그 애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그 애는 하루종일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느라 나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1년 뒤, 그 애에게 오랜만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고 있냐, 얼굴 한번 보자 뭐 이런 말을 할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번호의 주인은 바뀐지 오래였다.
참 고마운 아이였는데,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나중에 학원 선생님께 물어보니, 그 애는 원하던 대학에 붙었다고 한다.
난 지금도 가끔 그 애가 나에게 잘 지내냐는 문자를 보내는 꿈을 꾼다.
가끔씩, 아직도 그 애는 바가지머리에 검정 후드를 입고 다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보고싶어, 주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