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갑, 맥주집 사장님. 잘 먹고 잘 사세요.

화가난닿2016.01.22
조회971
안녕하세요 사장님.
이 글을 읽으시게 될 지 아닐 지는 모르겠지만
사장님께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 여기에 쓰게 되네요.


일은 작년 12월,
사장님께서는 공고에 최저시급보다 대략 400원 많은
6000원으로 알바천국에 공고를 올리셨고
저는 맥주집이라서 비싸구나 하고는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처음 면접 볼 때
제 성실도에 따라서 시급을 결정하겠다고 하셨을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제가 멍청했던가 봅니다.

2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는 말했지만
그게 저 혼자 해야하는 것이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으셨었죠.

근로계약서 없이 일을 해야한다고 할 때도
시간 욕심 내지 말고 손님 없으면 집에 알아서 가라고 할 때도
마감하고 집에 갈 땐 앞문이 아니라 어둑한 뒷길로 갈 때도
술 취한 사람들의 주정, 그리고 새벽까지 아저씨 손님과 단 둘이 있어야 할 때도
저는 그만 둘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 1월 월급 날,
시급 5580원으로 계산되어 들어온 돈을 봤을 때
사장님의 '성실도'의 기준이 무엇인 지 참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사장님이 시키시는 대로 다 했고, 단 한 번도 사장님께 무엇을 잘못해서 혼난 적 없습니다.
돈을 벌려면 그 만큼 해야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임했고
친구들에게도 놀러오라고 말하며, 입소문 내달라며 손님도 끌어모았습니다.


사장님, 정말 저는 성실하지 않았나요?

안 되겠다 싶어 '시급이 6000원으로 계산된 게 맞냐'고 말씀드리니
네가 성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고, 그 부분은 면접 때 다 이야기를 하셨다고.
이러실 수는 없다는 제 말에 저는 '예의바른 줄 알았더니 어른한테 이런 거 다 따지는 싸가지없는 년'이 되었습니다.

사장님 부부께서 다른 알바생들이 한 두달만에 그만두는 게 참 책임감 없다고
별 개념 없는 애들이 다 있다고 말씀 하시던 게 그제야 이해가 가더군요.
저도 이제 당신들에게 그저 뒷담거리, 안줏거리로 남겠죠.


그래요.
사장님께서 건물주가 되시고, 많은 가게의 사장이 될 때까지
사장님은 이런 식으로 돈을 모으신 거군요.


그런데 아시나요?
그 400원 차이가 한 달 기껏해야 만원인데
그 돈, 사장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따님 용돈의 100분의 1밖에 안되는 금액입니다.
당신 딸 뻘인 알바생 고생했다고 사줄 수 있는 짜장면 두 그릇, 커피 한 두 잔 가격입니다.


이제 사회에 나와서 일해보겠다고 하는 20대 극 초반인 저에게
그리고 저 뿐만 아니라 여태껏 일했던 알바생들에게 참 깨끗한 대우를 해주시더군요.

사장님,

면전에서 이야기 하지 못하고 이제서야 뒤에서 익명으로 글이나 쓰는 제가참 찌질하고 한심하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이해하세요.
저는 저에 대해 최소의 예의도 지켜주지 않는 당신에게
어리단 이유로, 을이란 이유로, 사랑하는 제 부모님을 위해 예의를 지켜야 했으니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하는 일 다 잘 되시고, 저에게서 아낀 그 만 얼마로
오늘 밤 치킨 한 마리 뜯으시면서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을인 저는 라면에 계란하나 풀어 먹으며 다시 알바천국이나 뒤적거릴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