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신랑은 동갑입니다. 2년 6개월 정도 연애를 했고 제 첫사랑이며 저의 모든 걸 다 줄만큼 소중했습니다.
우연히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었고 의도치 않게 혼전임신을 하게 되어 가족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겼습니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사실상 저를 키우신 고모의 만류에도 아이를 지우지 않고 책임지겠다 말했습니다. 외국에서 근무하시는 부모님이 휴가로 입국하신 날에도 고모의 만류에 혼전임신을 숨겼어요. 하지만 남편 쪽 부모님들은 하루라도 결혼을 진행하기를 바라였고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완강하게 믿음을 주셨죠. 그 당시 믿을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신랑과 아이, 시부모님의 약속뿐이었습니다.
결국 고모와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지며 바로 결혼준비를 하게 되었고 5년 가까이 유치원교사를 하며 모아온 오천만원에 가까운 적금을 깨 친정의 도움 하나 없이 결혼자금에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예물 예단 혼수 준비를 할 때마다 연애 때는 사소한 것으로도 다퉈본 적 없던 신랑과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시부모님 시할머니 신랑의 예물 예단 혼수 모두 원하는 대로 해주었고 시댁에 바라는 것이라곤 저와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약속 하나 뿐이었습니다.
결혼준비와 관련해 시댁의 처사에 관련해선 말 한 마디 없던 신랑이 친정 쪽 예물을 준비할 때는 “가방이 꼭 필요해?, 옷이 꼭 필요해?”부터 시작해 예단 비용이 비싸다는 둥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둥 트집을 잡으며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어느 날은 시어머님께서 신랑과 함께 제 옷을 사주시겠다고 함께 쇼핑하러 나가더니 갑자기 시큰둥하시며 비싸다는 둥 신랑과 똑같은 소리를 하시더군요.
솔직히 저는 제가 손해를 좀 더 보더라도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결혼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저에게 예단 등 관련해서 바라는 게 너무 많아지고 고마움의 표시는커녕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니 과거 저와 아이를 책임 질테니 아무 걱정 말고 시집오라던 분들은 다 어디가고 하루아침에 변하더군요.
신혼집은 최근 시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으신 시할머니 집에서 한 달 정도만 같이 살아보는 걸로 이야기를 했었어요.. 집 관련한 혼수는 가전제품이며 가구며 전혀 필요 없다 하시더니 이틀 후 식탁과 세탁기가 고장 났다며, 집안의 모든 가구들을 제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으로 새것으로 바꿨습니다. 가구에서 끝나지 않고 정말 소소한 것들 예를 들어 남편 속옷 바지 옷 집안 자잘한 인테리어 소품까지 모두 바꿨고, 결혼준비를 하면서 남편은 아무것도 한 게없는 셈이죠.
그래도 결혼준비를 계속 이어나갔고 그 이외에는 큰 무리 없이 결혼식을 치뤘습니다. 결혼생활한지 한 달 째, 시어머님께서 시할머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을 신랑의 명의로 돌려주었다고 앞으로 시할머님을 모시고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댁은 아파트 바로 옆 라인이고요.
제가 결정적으로 이 글을 올리기로 마음 먹은 게 첫째 아기용품과 산후조리원입니다. 시어머님과 남편은 그게 꼭 필요하냐, 왜 친정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주는지 습관적으로 물어보시더군요. 그러면서 시어머님은 “야 OO아(제 이름), 너네 새엄마(아버지가 재혼하셨습니다)랑 다른 가족들은 잔정이 없나봐? 아기에 대해서 얘기도 안 하는거 보니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작 시댁측에서는 관심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데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니 황당하더군요.
두 번째는 애완 동물 문제입니다. 시아버님이 동물을 정말 싫어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아버님을 모시고 사는 것도 아니고 같이 살고 계신 시할머니는 동물에 관해 호의적이라 외로운 마음에 기니피그를 입양했습니다. 냄새가 날 것을 염려해 케이지를 베란다에 두었고 틈틈이 환기시켜 최대한 다른 식구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노력했음은 물론이구요. 그런데 시어머님께서 저희 집으로 아침,점심,저녁 식사하러 오실 때마다 냄새가 역겹다며 당장 버리라고 그러시더군요. 시어머니도 동물을 싫어하시는구나 이해해야하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두번 그러시는 정도를 지나쳐 나중엔 동물을 키우기 전 조산기로 병원을 몇 번 방문했던 일을 문제삼아 조산기 있는것도 저 쥐새끼 키워서 아픈거라고 내가 던져버리기 전에 당장 누구 주라고 화를 내시더군요. 결국 얼마 키우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입양시켰습니다..
그리고 큰 사건이 터졌습니다. 기니피그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강아지를 키우겠다 하더군요. 저번 기니피그 사건이 있었기에 걱정도 됐지만 남편 출근 후 큰 집에 혼자 남아 많은 외로움을 타던 저였기에 충분한 대화 후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습니다. 입양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시어머님께서 전후사정 물을 것 없이 저에게 쏟아부었습니다.
“니 아빠(시아버님) 동물 싫어하는데 왜 또 키운다고 데리고 왔냐, 니가 지금 동물 키울 때냐?, 니 앞가림도 못하면서, 너는 내가 이런 말 하면 서운하다 할지 모르지만 네가 맏며느리로써 한게 뭐가 있냐? 너 하다못해 우리집에 와서 니아빠(시아버님) 밥 차려준 적 있냐, 청소를 해줘봤냐, 같이 식사를 해봤냐, 니방 청소도 안하고 맨날 잠만 자고 할머니가 살림 다 하지 너는 하는 게 뭐가 있냐, 나 너 임신해서 많이 배려하고 참았는데 너는 이해해주기는커녕 왜 네 생각만 하냐, 친정집에서도 이건 우리를 무시하는 거다.”
제 말은 들을 생각도 안 하시고 그대로 나가버리셨습니다. 그래도 신랑과 상의해 데려온 아이고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신경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또 오시더니 신랑을 거실로 불러 제 이야기를 하더니 들리는 소리가 ‘미친 것’ 이더군요... 황당했지만 잘못 들었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더 참을 수 없던 건 신랑의 태도였습니다. 같이 상의해서 데려온 강아지인데도 불구하고 시어머님께서 저에게 남편 꼬셔서 몰래 강아지 데려왔다 역정 내실 때 한마디도 안 하고 시어머님이 "너 볼일 있다 했지? 나가" 이소리 떨어지기 무섭게 밖으로 나가더군요. 나중에 겨우 한다는 소리가 "저희를 너무 억압하시는 거 같아요"...
이제 만삭의 몸이고 움직이는 거 하나 힘들 때이지만 피해갈까 걱정돼 새벽 다섯시, 여섯시에 일어나 아침 준비하며 40평이 넘는 집안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소하는 등 나름대로 도리는 다 한다고 여겼는데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이제 결혼 5개월인데 마음 속으로 별거, 이혼까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피폐해져 갑니다. 아이만 없었다면.. 이란 생각이 들다가도 죄짓는 마음에 저를 욕하는 순간이 하루에도 여러번 찾아옵니다. 마음 같아선 이혼하고 싶지만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두려움,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의 삶, 아직 남아있는 신랑에 대한 사랑 등이 계속 제 발을 붙잡습니다.
염치 없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올리며 하소연 하고싶고 여러분들의 조언도 듣고 싶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