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너에게

Elloi20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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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지내니?헤어진 지 어느덧 한달 반.매일 같이 간절하게 부르던 너의 이름이 이제는 어색하게만 느껴지는건그만큼 나의 마음도 너로부터 멀어졌다는 뜻이겠지.

나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생리적으로 자기 긍정이 불가능한 나라서 일평생을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몰아치며 살아왔는데,그리고 작년 한 해는 그것이 절정에 달해있던 때였는데,이제서야 비로소 한숨 돌리고 나를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달까.그동안은 나를 비판하고 채찍질 하기 위해 나를 제 3자 관찰하듯이 들여다봤다면이제는 좀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가끔은 그런 나를 스스로 불쌍하게는 느끼며 그렇게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 같아.너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몇번의 이별을 거쳤지만뭐랄까... 너는 10년 만에 내 스스로 엄격하게 지켜왔던 규칙을 깨면서 만나던 사람이기도 했고이제는 그만큼의 여유가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는 반증이겠지.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천천히 며칠 동안 다시 생각해보니너나 나나 생리적으로 자기 긍정이 불가능한 사람들,그렇다보니 스스로를 몰아칠 줄만 알고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그런 부정적인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나 그런걸 못하는,어쨌든 스스로를 너무나도 괴롭히는 사람들이었지.그 괴로움을 알기에 서로에게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강한 동질감,이걸 '연민'이라고 표현을 해야하나 '유대감'이라고 표현을 해야하나? 생각나는 적당한 표현이 그 두 가지 뿐이지만어쨌든 그 연민을 사랑 혹은 관심으로 착각했던 것 같기도 해.연민, 사랑, 관심, 집착, 미련은 사실 큰 의미로 보면 본질은 같지만 모두 한끝 차이라서 구분하기 쉽지 않지.그리고 아직은 그걸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연륜은 없으니까. 너나 나나.그리고 그런 관계의 끝은 두 가지 뿐이지.서로를 잘 이해하고 끝까지 잘 갈 수 있거나, 아니면 서로에게 상처로 남게 되거나.아직은 너와 나의 끝이 그 두 가지 중에 어떤 것일지는 잘 모르겠어.하지만, 그 모든 일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세상 일이지만너의 일 처리가 또 다시 그렇게 반복된다면 너와 나는 서로에게 상처로 남게 될 확률이 높겠지.



아직은 너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정리가 된 상태는 아니라서가끔은 다시 만나는걸 기대하기도 해.나는 언젠가 말했듯이 누군가 나에게 잘못을 해도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고 잘못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내가 마음이 다 해서 '아 이제 안될 것 같다' 라고 생각할 때까지 끊임없이 기회를 주는 사람이니까.아마도,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는 또 흔들리겠지. 아마 또 기회를 주고 싶을거야.




그러니까, 헤어진 이후 네가 나에게 해왔듯이 앞으로도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갔으면 해.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정리했다고는 해도 완전히 정리했다면 거짓말이지. 내가 비로소 너에게 냉정해지는 순간은 너에 대한 내 마음이 다 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일테지만, 아직은 그렇게까지 다 하진 않았으니까.그러니까, 네가 스스로 너를 표현하는 것처럼 나쁜 사람이어서든 독한 사람이어서든 아니면 힘들어하던 내 모습에 미안해서였든앞으로도,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가.나를 떠났다가 약 반년 만에 연락왔던 누구처럼,더 이상 내어줄 마음이 없을 때 돌아와서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던 누구처럼,그렇게 내가 한때 마음에 두던 사람을, 사랑했던 사람을남보다도 못하게 대해야하는 불편함과 괴로움을 안겨주지 말아줘. 나는 네가 말했듯이 정에 약하고 사람에 약하니까 또 그렇게 되면 너에게 마음이 없는 때일지라도 난 괴로울거야, 분명히.그러니까, 서로 노력해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렇게 서로의 문제를 안고 갈 것이 아니라면앞으로도 영원히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가.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착한 사람은 아니라서잘 지내라는 말, 행복하게 잘 살라는 말은 절대 못해. 아니, 안해.오히려 내가 아팠던 만큼 혹은 그 이상, 같은 문제로 아파했으면 좋겠어.그래야 세상은 공평한거니까.하지만 내가 어렵게 어렵게 너를 정리한 만큼,마음이 있어도 거절해야겠다고 어렵게 결심한 만큼,앞으로도,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나를 흔들지는 말아줘. 그거 하나만 부탁할게.아마도 네가 나를 그리워하는 시점이 오게 되면, 그땐 난 한국에 없을거야.어차피 그렇게 되면 네가 나를 흔들 일도 없겠지.하지만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은 조용히 그렇게 너와 나의 시간이 지나가기를.



앞으로는 미안하다는 말 하지 않을게.최소한 잘잘못의 영역에선 내가 너에게 잘못한 것은 없었으니까.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너를 먼저 내 마음에서 거두게 되어서 미안하다는 말도 안할게.애초에 네가 나를 떠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었으니까.너에게 느꼈던 연민의 반만큼이라도 나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끼면서,최소한 나를 사랑하진 않더라도 삶의 우선순위를 나에게로 돌리면서 그렇게 살다가,좋은 인연이 나타난다면 놓치지 않을 것이고, 나타나지 않더라도 내 일을 묵묵히 하면서 그렇게 살아갈거야.



하지만, 고마워. 어떤 의미에서든.그리고 이젠 웃으면서 안녕하자.



안녕.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