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치매걸리신 엄마를 모시는 딸입니다.

잘모르겠다2016.01.27
조회11,448

요 며칠간 치매걸린 부모님 관련 톡이 올라온것을 보고 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워낙 나이가 있다보니 내용도 길어질것 같습니다. 길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형제 많은 집의 가운데 딸입니다. 나이는 많은데 결혼 생각은 없어 아직 미혼입니다. 

얼마전 응팔에서 덕선이 이야기처럼 형제 많은 집의 중간이다 보니 어려서 부터 부모님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자라진 않았습니다.

엄마와 성격이 비슷하다 보니 많은 갈등이 있었고 다른집의 모녀관계처럼 엄마와의 끈끈한 정? 이런건 없었네요.

 

엄마가 저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도 하셨고(원인 제공은 제가 했었지요...) 대놓고 넌 깨물어도 안아픈 손가락이라 하셨습니다.(아주 나쁜 의도는 아니고 알아서 잘사는 딸이란 뜻으로 한말이라고 하시더군요)

 

아니. 솔직히 엄마에게 전 미워하는 딸이었습니다.

왜 나를 그렇게 미워했냐고 물었었는데 그 이유가. 널 임신했을때 다니던 점집에서 널 낳으면 말을 안들어 속썩을꺼라 해서 지우라고 했지만 발길질을 심하게 하여 아들인줄 알고 그냥 낳았다. 그랬는데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 미웠다. 그래서 미워하니 할머니와 고모가 널 끼고 키웠는데 그게 또 싫어 미웠다.

자라면서 말썽은 다 부리고 다녀서 미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애정결핍이라 관심받고 싶어서 말썽 피우던걸 그땐 몰랐다. 그러시더군요.

 

어려서 부터 전 잔병치레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절 업고 병원까지 뛰었던건 할머니와 고모.  제 밑으로 두살 터울씩의 어린 동생들이 줄줄이 있다보니 엄마도 어쩔수 없었겠다 싶지만. 그래도 서운했던지 그렇게 커가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왔던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엄마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커온지라 엄마에게 관심도 없었고 나에게 관심 주는것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그러다가 독립을 하였습니다.

엄마와 전화 통화는 어쩌다가. 그것도 엄마가 돈 필요하다고 연락오던 내용들.

1년에 명절과 부모님 생일. 그리고 한두번. 그때 외에는 집에 잘 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재작년 1월. 엄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처음엔 치매 초기 증상으로 아빠에 대한 의부증이 심해지셔서 폭력과 폭언을 하셨습니다.

치매약도 종류가 많더군요. 처음에 처방받은 약은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맞는 약을 찾고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글 올리신 분들이나 댓글 다시는 분들 대부분은 치매는 감당할 수 없는 병이 아니니 전문 의료기관에 모셔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저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엄마를 보기 전까지는요.

저는 지금 직장때문에 다른 형제들과 다른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을 하는 그 모든 과정들을 다른 형제들이 했습니다.

계속 옆에서 지켜보던 제 동생이 엄마를 병원에 계속 둘수 없을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보게 된 엄마는 예전에 제 엄마가 아니었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면 다른 치매환자들과 같은 병실을 쓰게 됩니다. 1인실이 아니라면요.

엄마는 엄마보다 증세가 더 심하신 환자분들과 같이 병실을 쓰다보니 덜컥 겁이 나신 모양입니다.

제발 집에 데려가 달라 애원하셨습니다. 잠도 못자고 너무 추워서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들도 엄마를 바로 요양병원으로 모실 생각이 아니라 약을 찾기 위해 잠깐 입원하신거라 예정보다 빨리 퇴원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병간호는 아버지가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초. 겨울이라 너무 추워 제가 저희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겨울 보내고 다시 올라가시라고. 그러다가 저의 집으로 아예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엄마는 나를 알아봅니다. 다른 형제들. 손자들. 사위들 다 알아봅니다. 사람을 알아보는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대신 젓가락질을 잊어버렸고. 숟가락 쥐는 법도 자꾸 잊어버립니다. 세수는 하시는데 양치하는 법은 잊으셨습니다. 화장실은 혼자 가시는데 옷은 혼자 못갈아 입으십니다. 단어를 많이 잊어버리셨습니다. 눈치껏 알아서 물어봐야 합니다. 본인은 의사표현을 하고 싶지만 단어가 생각안나 말을 할수가 없습니다. 하루종일 누워계십니다. 운동을 하자고 해도 기운이 딸려 잘 못하십니다.

젊어선 키 160에 몸무게가 60 넘으셨던 분이 지금은 몸무게가 40키로 입니다.

밤에는 약을 드시는데 약중에 수면제가 있어 잘 못일어나십니다. 그런데도 1시간에 한번씩은 화장실을 가셔야 합니다. 기저귀를 사용하시라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도 평생 안하고 살던거라 기저귀에 용변을 못보십니다. 꼭 화장실을 가셔야 합니다.

그러다가 쓰러지셔 다치기도 합니다.

변비도 심해서 관장을 해야 합니다. 신체의 모든 감각에 대한 반응이 늦어져 자기도 모르게 실례를 합니다. 그럼 혼자서 해결해볼려고 하다가 정말 벽과 바닥에 칠을 하게 됩니다.

 

아직도 전 치매환자는 요양병원에 모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를 알아보고 가족을 알아보는 우리 엄마는 아직 요양병원에 갈 정도가 아니라 생각해서 미루고 있습니다.

나중에 나도 못알아보고 아빠도 못알아 보고 하루종일 누워서 대소변 받아내야 할 때가 온다면 그때는 요양병원에 모실 예정입니다.

 

제 일과는 이렇습니다. 아침에 6시에 일어나 부모님이 드실 음식을 합니다. 엄마는 국이 있어야 하고 나물을 좋아하시고 생선을 좋아하시고 돼지고기를 안드십니다. 매운음식도 못드셔서 엄마가 드실 김치는 따로 해야 합니다. 아빠는 국은 없어도 되지만 생선은 안드시고 고기를 좋아합니다.

저의 집에 이사오시고 중간에 두분다 아프신 적이 있어 몸무게가 많이 줄어 살찔만한 음식을 해야 합니다. 입맛이 없어 한번 먹었던 반찬은 여러번 못올립니다. 입맛 날수 있게 좋아하실만한 음식으로 번갈아가며 해놓습니다.

식사를 차려놓고 전 출근합니다. 낮에는 요양보호사가 오셔서 하루에 3시간 반씩 돌봐주십니다.

저녁엔 6시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7시쯤 됩니다. 그럼 다시 저녁을 차립니다.

수시로 엄마가 계시는 방을 들여다 봐야 합니다. 혹시라도 아프시거나 불편하신건 없는지 계속 살펴봐야 합니다.

주말엔 밀린 청소와 빨래를 합니다. 계속 엄마를 케어해야 합니다. 다른 형제들은 거리가 멀어 자주 오지 못합니다. 

 

힘이 들고 매일 피곤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남자분들. 본인의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신다면 직장 핑계대지말고 직장 다니면서 수발들어 보십시요. 할 수 있습니다. 와이프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지 마세요. 내 부모 잖아요.

 

정답은 없는것 같습니다. 닥치지 않으면 모릅니다. 나는 이럴경우 이렇게 할거야. 다짐해봐야 막상 닥치면 어찌 될지 모릅니다. 

내가 이렇게 한다고 남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내가 못한다고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일을 걱정하시지 마세요.

미련한건지 아님 어려서 못받은 관심을 지금 받고 싶은건지 제가 왜 이러고 있고 이런글을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순해지신 우리엄마가 나를 보며 이쁘다고 해줄때가 가장 행복해서 이러고 있나봅니다.

 

 

 

 

댓글 15

갈대밭에니가아는그거오래 전

Best당연하지만 너무 대견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마지막 한줄이 참.. 가슴 먹먹해 지게 하는 말이네요... 묵뚝뚝한듯 하시는 말들에 마음이 예쁘신 분이라는게 느껴 집니다.. 힘내시고 어머니 남은시간 동안 많이 행복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6女오래 전

Best읽으면서 뭐가 이 사람을 이렇게 살게 하는걸까... 생각했는데 결국 사랑이었네요. 정말 자식이 아니라면 못할 일입니다...

ㅋㅋ오래 전

Best대견하네요... 다른 자식 새끼들은 사랑 듬뿍 받고 자라 뭐하는지 돈은 보태주나요? 어머니 뵈러 오나요?

웃겨서미안해오래 전

마음이 이쁘십니다 아니, 멋있으시네요. 주변에 비슷한 상황인 지인이 있으서 읽어보았는데 현재에 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닥터지바고오래 전

안녕하세요 채널A 닥터지바고 제작진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콜레스테롤 방송을 준비하면서 콜레스테롤이 치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더 안좋아 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란 무엇이며 원인과 예방, 치료방법, 관리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고 알츠하이머 치매 극복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글로 마음이 불편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 송현주 작가 alicetome@nate.com 입니다..

오래 전

힘내세요

애증오래 전

왜 저를 울게하십니까.............. ㅠㅠ

어라오래 전

복 받으실거예요...

Ririr오래 전

마지막말에 눈물이 날것같네요...

탕슉오래 전

나는 꼬였나봐요.. 왜 좋은글에 글쓴이가 안쓰러운지... 진심으로 괜찮은거 맞나 차별받고 자랐는데, 엄마사랑 모르고 자랐는데..?

치트오래 전

당신의 글에선 따뜻함과 사랑이 느껴지네요.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어머니께서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아요. 부디 남은 시간 동안 기운내셔서 어머님과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들 가득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엔 지나온 시간들보다 더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오래 전

이동식변기 사서 침대옆에 두세요. 낙상으로 골절되면 그합병증이 무섭습니다. 미지근한물 수시로 드시게하고 장운동되게 다리를구부려 무릎이 배까지당겼다내렸다 해주세요. 복부마사지도 시계방향으로 자주 쓸어주시고요.

26女오래 전

읽으면서 뭐가 이 사람을 이렇게 살게 하는걸까... 생각했는데 결국 사랑이었네요. 정말 자식이 아니라면 못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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