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찌질남한테 까이고 벤츠남 만난 후기

강참치보다좋아2016.01.29
조회4,172
안녕하세요
올해 28살 된 평범한 직장녀입니다
요즘 연애하느라 바빠서 ㅋㅋㅋㅋㅋ 판 뜸했는데
오랜만에 오니 여전히 나쁜놈 땜에 맘고생 하는 분들이 많네요
암흑기를 뚫고 나온 인생 선배로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부끄러워서 친구들한테도 말 못했던 전남친 썰 풀어볼게요
현남친이 제발 안봤으면 좋겠네요 ㅎㅎ
얘기가 길어질 수 있어서 음슴체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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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친을 처음 만난 것은 햇수로 사년전
그러니까 꽃다운 스물다섯 때였음

소개팅으로 만났고
전남친이 나한테 어마어마한 대시를 퍼부은 끝에 사귀게 되었음

여기서 잠깐 처음 만났을 무렵 얘길 해보자면

나는 인서울 대학교 졸업 후 운좋게 바로 큰회사 취직해서 (공대, 학부때 영어공부열심히 함) 회사생활 2년차.
어린나이에 적지 않은 돈을 버니 친구들한테 밥도 사고 부모님 선물도 사고 백화점 화장품도 턱턱 사고... 아무튼 친구들도 부러워하고, 나도 엄청 꾸미고 만족하며 살고 있었고
동갑이었던 전남친은 제대해서 복학 전이었음
국내 대학교 순위 4~5위 쯤? 다들 인정할만한 학교 다녔고 그거에 대한 자부심도 쩔었지만
어쨌거나 지는 무직에 학생 예정, 나는 직장인이었음

연애초만 해도 걔는 학생 나는 직장인 이라는 게 전혀 문제되지 않았음
좀 싼거 먹을 땐 걔가 계산하고, 가끔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데 갈땐 눈치껏 내가 계산하고 주말엔 올림픽공원에 샌드위치 싸서 소풍 가고...
돈 내가 좀 더 쓰는 거?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걔도 내가 아까워하지 않을 만큼, 할만큼 했음
한 6개월 정도? 그땐 서로 많이 좋아했고 참 좋았음....

그랬던 전남친이 학교 복학 이후 점점 변하기 시작함
밥 먹고 일어날 땐 너무 자연스럽게 먼저 나가서 밖에 서있고
평일에 데이트할땐 나보고 회사 근처로 오라고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짐
돈이 없지 않았고 전남친을 좋아했으니까 섭섭해도 참았는데
진짜 화나고 서러웠던 건
한번은 학교 동기들이랑 술먹는 자리에 불러서 가보니 여자 동기들도 섞여있고 진탕 취해있고 다들 횡설수설
딱 봐도 계산하라고 불렀던 거임...

일단 그날은 계산하고 집에 택시 태워 보내고
다음날 아무래도 아니다 싶어서 좀 세게 얘기했더니
자기야 그런게 아니라 친구들한테 자기 자랑하려고 부른건데 미안하다고
절대 그런일 없을 거라고 싹싹 빌면서 사과하길래 알았다고 넘어감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음...

어울리던 동기들의 영향이었는지 감춰둔 찌질본성을 슬슬 드러낸건지 모르겠지만...
한번이 두 번되고 두 번이 세 번 되고, 네 번, 다섯 번....
언젠가부터는 한달에 둘이 데이트하는 횟수보다 동기들과 같이 만나는 날이 더 많아졌음
어떤 날은 술 안 취하고 멀쩡하게 날 소개시켜주고 훈훈하게 헤어지는 날도 있었지만
그런 날도 계산은 늘 내몫이었음

전부 다 먹고 일어날 때쯤 되면
친구들은 화장실 간다 담배 피운다 전화 한다고 하나둘씩 일어나고
자리에 둘이 남으면 전남친이 야 가자- 하면서 일어났음
그러곤 나가서 담배피우고 있겠다면서 당연한 것처럼 먼저 나갔고...
계산하고 나가서 보면 다 같이 모여서 히죽거리면서 날 쳐다보고 있었음
진짜 그 표정은 죽을 때까지 못 잊을거임...
그 자리에 맨날 오는 친구 두명 빼고는 멤버가 자주 바뀌었는데
계산할 때 쯤 되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나둘씩 핑계 대며 먼저 일어났음.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걸 계속 뒀는지.. 진짜 내가 ㅂㅅ이었지만
그때는 남자라고는 세상에 걔 하나 뿐이었음
입사동기한테 고백 비슷한 걸 받기도 했지만 전혀 흔들림 없이
난 걔만 남자로 보였음
진짜 왜 그랬는지... 그땐 내가 정말 어렸음.

그러던 중 사건이 터짐
토요일이라 둘이 만나고 있었음
담배 피우고 온다고 나갔는데 카톡 소리가 들리는 거임
단체방 카톡 소리- 카톡카톡카카카카캌톡
걔는 어딜가든 핸드폰을 갖고 다녔는데
그때는 겉옷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어놓고 벗어둔채로 담배 피우러 흡연구역에 간 거임
원래는 그런거 보는 성격이 아닌데
그때는 웬 촉이 왔는지... 걔 의자로 가서 핸드폰을 꺼냈음

늘 손에 쥐고 다니니 핸드폰 잠금도 안해놓은 걸 그날 처음 알았음
암튼 그래서 동기들이 있는 단톡방 대화내용을 봤는데...

oo아 (전남친) 여친 만남? 우리 몇시에 갈까 학교 근처지? 야 오늘은 빕스 가자 (전남친 대답 없으니까) 이새끼 집인가봄 빕스 자리잡고 연락해라

이게 뭐지? 머리가 차갑게 식으면서 그동안에 대화내용을 올려 봤는데
진짜 가관이었음

걔네들 사이에서 나는 진심 ㅎㄱ였음
지들 밥먹고 술먹는 돈 내 주는게 당연하고
전남친은 그걸 마치 지 능력인양 뻐기고 있었음

oo야 (가게 이름) 빨리와라
와 오늘도 회식?
진짜 ㅈㄴ좋은ㅅㄲ
10분안에 간다 00(음식 메뉴) 시켜놔

이런 건 그냥 많고

너무 벗겨먹는거 아님? 그러다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게
그럼 헤어지지 뭐 어차피 질림 돈 잘 써서 만나주는거임
아 근데 얘랑 헤어지면 이런 ㄱㅎㄱ못 만날것 같은데 그전에 실컷 뜯어먹어야지
니네 어디가고싶냐

진짜 이런...
위로 스크롤 올리는 내내
진짜 더러운 비속어 쓰면서 저런 뉘앙스
그 방에서 나는 여친도 사람도 아니었음 그냥 돈줄
지금 생각해도 손 떨림.....

담배 피우고 돌아온 전남친에게 따졌음
처음에는 절대 아니라고 오해라고 딱 잡아떼더니
지 핸드폰 들이대면서 이래도 아니냐고 했더니
태도가 돌변하는 거임.

앞으로 팔짱 끼고 완전 띠껍다는 표정으로
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 ㅈㄴ짜증나네
이러는 거임
진짜 빡돌아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사람 면전에 진심이 담긴 쌍시옷을 내뱉었음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너 스타일 구리고 노티나서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줄 아냐고
살도 찌고 피부 모공 쩔고 누가 너를 나랑 동갑으로 보겠냐고
ㅈㄴ데리고 다니기 부끄럽다
이러는 거임.

사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5키로 정도 쪘었고 (핑계긴 하지만 조직개편 때 갑자기 부서가 바뀌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음)
일땜에 쩔어 들어오면 씻지도 못하고 자고 그랬더니 피부 트러블도 생기고 그랬음
안그래도 그게 속상했는데
그래도 남친이라는 게 그런 아픈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났음

그리고
전남친은 우는 나를 두고 나감
그냥 나감...

그날 사람들이 흘끔대는 카페 안에서 질질 울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음
스스로한테 욕을 몇 번을 했는지...
사실 내가 계산하는 게 당연해졌던 때부터
둘이 걷는데 손을 안 잡는 게 익숙해졌던 때부터
마음 속으로 예상했던 일인데 헤어지는게 무서워서 모른척 해왔다는걸
한참 울고 나서 깨달았음

그러고도 정신 못차려 한달동안 진상짓을 벌임
전화테러 카톡테러 새벽 한시에 집앞에 찾아가기도 여러번.....
자세히 쓰지는 않겠음 영원히 내 맘 깊은 곳에 묻어둘 흑역사기 때문에...
아무튼 죽을때까지 다신 안할 짓만 골라서 했음
그리고 고맙게도 전남친은 끝까지 나를 받아주지 않았음
아마도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 같음
단 한번의 여지도 없이 차단 차단 쌩
일년 넘게 만난 전여친한테 그렇게까지 정떨어진 걸 보면....

한달쯤 지나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고
전남친이 얼마나 나쁘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음
그러면서 사랑에 빠져 잊고 지냈던
내 독종면모가 고개를 들기 시작함

제일 먼저 헬스pt를 시작했음
운동 진짜 싫어하고 귀찮았지만 그런 취급받은 몸을 그냥 둘 수 없었음
스쿼트 하다가 힘들면 그놈의 띠거운 표정을 떠올리며 힘냈음
두달 동안은 점심도시락으로 닭가슴살 싸가지고 다녔고
그렇게 세달 째 되니 쪘던 5키로가 다 빠졌음

그리고 닥치는 대로 소개팅을 시작함
직장동료, 친구들 가리지 않고 부탁했는데 그건 한계가 있었음
그래서 어플도 함 안해본게 없음
그때는 어떻게든 건수 만들어서 거의 주말마다 소개팅했던 것 같음
매주 소개팅을 하려니 관리를 안할 수가 없었고 관리하는게 버릇이 됨
출근할 때도 매일 마스카라에 섀도우 하고 다니고
밤에 족발 먹고 싶으면 그놈의 띠꺼운 표정을 떠올리며 쇼핑몰에서 옷을 결제했음
몸매도 화장도 옷도 달라지니 회사 내에서도 달라진 시선을 느낄 수 있었음

그래서 현남친 만남.
자랑좀 하겠음 ㅎㅎㅎㅎㅎ
가치관 바르고 착하고 좋은 사람임
외국계 증권회사 다녀서 연봉도 내 3배
무엇보다 나를 정말 예뻐해줌
사소한 걸 하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이 사람이 나를 얼마나 예쁘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음
여자들은 무슨 말인지 알거임
출장 갔다 돌아오면 내 선물을 정말 한아름 사오는데 그게 한군데에서 우르르 산게 아니라
종류 브랜드 다 다름
초콜렛 손톱깎이 음료베이스 길에서 산 수공예팔찌 면세점 향수...
늘 내생각을 하는 누군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럽고 기쁜 일인지 이사람을 만나서 알게 되었음

또라이 만나 울고 고민하는 여자사람들
나쁘지만 사랑해서 헤어지고 싶지 않지 그래서 고민할 수 있음
그러나 빨리 헤어나오기 바람
그리고 되도록 빨리 그런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기 바람
부모님이 애써 키워준 나를 스스로 얼마나 혹사하고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고 있는지...
그 남자 아니면 안될것같은 마음 아는데
내가 장담함
더 좋은 남자 많음
진짜 많음
모든 건 나하기 나름임.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