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동생 다이어트 시키는 방법 없나요?

ㅇㅇ20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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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올해 서른입니다. 고등학교 교사구요. 미혼입니다.여동생은 162에 몸무게가 71입니다. 동생 말로는 70초반이라던데 71로 믿고 있습니다.거의 10년 째 다이어트하는 척을 합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1. 주말에 떡볶이, 순대, 튀김, 오뎅을 모두 사와서 그것만 먹습니다.그리고 "나는 오늘 '한 끼'밖에 먹지 않는 1일1식 다이어트를 한다"고 자랑합니다.2. 주말동안 시리얼 다이어트를 할거라며 다이어트 시리얼 2박스와 우유 1000미리짜리 두개를 사오더니 그걸 하루만에 다먹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씨리얼 밖에 안먹었다며 자랑합니다. 3. 닭가슴살 다이어트라며 닭가슴살 2덩이와 사이다를 1.25리터를 마십니다.닭가슴살 다이어트를 했다며 자랑합니다.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지만 뭐라고 한소리 했다가는 집안 분위기가 다시 엉망이 됩니다.어르고 타이르면서 10년이 지났고 남은 건 남매간의 불신과 상처, 그리고 여동생의 살 뿐입니다.저도 고등학교 교사인데 문제 학생들의 경우 제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지만 여동생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오빠네 학교 애들이나 잘 가르쳐"제가 듣는 말입니다.

동생의 반응은살과 다이어트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5초 이내에 방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것이 끝입니다.그러면 오랫동안 방에서 나오지 못해 배가 고픈 관계로 슬쩍 나가서 떡볶이 순대를 먹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파인트 사이트를 사와서 다 먹고 잡니다.10년간 거의 500번은 일어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 성화에 먹고 싶은대로 먹지도 못하고 산다"며 서럽게 우는 가족 구성원과 10년을 함께 사는 고통..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마치 군대 동기가 고문관이라 내무실 분위기가 엉망인 군생활을 10년째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얼마 후에 결혼해서 분가합니다. 하지만 저희 엄마는 언제까지 고통받으셔야 할까요.

제 여동생은 제게 남자 좀 소개시켜 달라는 말을 종종합니다.사랑하고 잘보이고 싶은 남자가 생기면 다이어트를 좀 할까 싶어 남자쪽에 보낼 셀카를 하나 보내라고 했습니다.제가 받은 사진 속에 여동생이 카페에 앉아 손가락으로 v를 그리고 있었는데그 v를 한 손가락이 너무 굵고 살로 가득해 맛있어 보였습니다. 마치 제철 대하 5마리처럼요.고르고 골라서 보낸 사진일테니 그 사진을 소개팅남에게 보냈고둘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바야흐로 5년 전. 아버지께서는 동생에게 운동을 시키시려고 주말마다 운동을 함께 가셨습니다. 그러나 그 운동은 동생의 입맛을 돌게 만들었습니다.결국 더 많이 먹어서 살이 더 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명 [건강한 돼지 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내 자식들이 더이상 내 말은 듣지 않는구나.'하는 실망감에 25년 이상 장기집권하셨던 가정사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시고는 모든 권한을 어머니께 일임하셨습니다.이 사건 이후로 5년동안 아버지는 정말 단 한 번도 동생에게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몸소 보여주시기 위해 5년간 쉬지 않고 운동을 하십니다.'딸아 보고 느껴라. 나이 먹은 나도 한다.' 이런 의미이신데 통하지 않습니다. 

정권을 이어받으신 어머니의 숙원 사업은 단 하나, 동생의 감량입니다."마음에 드는 남자 없으면 시집은 억지로 가지 않아도 좋다. 살만 빼자."4대강과 국정교과서는 국민에게 호소하거나 강행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지만제 동생의 다이어트는 호소와 강행이 먹히지 않습니다.혜안을 부탁드립니다.  


+) 많은 분들 관심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댓글 모두 읽었습니다.악플 하나 없이 모두 옳은 말씀들 감사드리고 특히 본인들 경험을 써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고민이었거든요. 남들이 제 동생을 보면서 "그렇게 살게 냅둬 지 팔자야" 라는 말을 듣는 친오빠의 심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여동생이라고 유독 예민하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만약 남동생이었으면 이런 고민 조차 필요없이 명치 아주 쎄게 때리면 될텐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