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상이♪2008.10.05
조회6,309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쪽에 살다가 2주전에 청주로 올라와서 (정확히는 충북 청원군 오창읍 여천리)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하고 있는 스물넷의 청년입니다.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자주 리플만 달다가 한번 쯤은 판에 글 써보고 싶었어요.

(글 올렸다가 줄여서 다시 또 올리는.. 근데 줄였는데도 왜 이렇게 길지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우리 또래들, 지금 한참 힘든 시기 보내고 있는 분들 많죠? 저도 그렇네요.

전문대를 다니긴 했으나 비전 없는 수준.. 막막한 앞날,

그래서 고심 끝에 아는 분께 기술(사출 관련)을 배우려 이곳까지 오게됬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오니..

회사내의 기숙사 앞에 펼쳐지는

 

HD 내셔널지오그래픽

자연생태계-곤충스페셜 (LIVE)

 


파브르 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이걸 보셨어야했는데..

 

'여기는 자연환경이 참 좋은곳이구나~ 오!! 벌써부터 건강해지는거 같은데?'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봐도 한숨만 나오고..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온지 나흘째 되는날에 친구 아버님께서 상을 당하셔서

김해로 돌아갈 일이 생겼었는데

김해에 돌아가려면 버스를 네차례 갈아타야되고 (여천리→오창읍내→청주→대전→김해)

 

시간은 6시간반이 소요 됩디다. (왕복 13시간)

' 룰루럴럴~ 버스도 많이 타고 여행하는거 같네~ '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봐도 한숨이 두숨이 되고...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읍내에서 버스 시간이 안맞아서 택시를 타고 들어갈려고 했죠.

혹시나 해서 목적지까지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3천원이면 " 잔돈은 됐어요. " 따위의 부르주아스러운 말을 할 수 있는 거리같은데

6천원을 달라더군요. (손님을 태우고 돌아오기 힘들어서 왕복비를 받는댑니다.)

 

 


50분동안 조용히 버스 기다렸습니다.
 

 

 

두숨이 소주 한잔이 되고...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간간히 일끝나고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로 메신저를 통해 얘기는 나누지만,

고향땅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 너무 그리워지더라구요.

(찰나, ' 어머니, 효도는 다음생애에 하면 안될까요...'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하지만 나름 이곳생활을 즐겁게 해주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


 

태국 근로자 아저씨,형님들이었습니다.

 

이 회사에는 태국 근로자들 네명이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며 있는데

일단 그 중 세명은 일을 한지 3년이 다되가서

알아들을 정도의 한국말을 제법 하더군요.(밥머거료오~ 마싯서료오~? 정도로)

 

게다가 무척이나 해맑습니다.

 

항상 "흐허허허허~" 하곤 웃습니다.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제가 기숙사에 오자마자 거울도 선물로 주고

태국 라면도 두개 받았었습니다.

(이후에 똠냠꿍?팟? 등의 태국요리도 많이 얻어먹었어요)

 

제가 어디가서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것과

불쌍하게 생겨먹은것을 떠나서

저를 챙겨주던 그 마음씨가 너무 고맙더군요.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한국말을 잘 못 하는 태국인과의 대화내용은 비록


(상황은 일을 하다가 뭔가 작은 실수를 했을때)

나: " 헉; "

태국인: " ㅎㅎ "

나: " ㅎㅎㅎ "

태국인: " ㅎㅎ "


이렇지만요...


하지만 가끔은 무섭더라구요.

회사에 사람이 몇명 되지 않아서 (합해서 열네분 정도?)

식사때는 배식 해먹을 밥을 주문해서 먹는데

태국인 한명이 맛있는 반찬을 조금 많이 덜었어요.

 

그러자 아주머니 한분이 가벼운 훈계식으로,

 

" 너 혼자 그렇게 많이 먹으면 워쪈대~ 뒤에 오는사람들 생각도 해야지~ 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이러시면서 젓가락을 갖다대니까

 

이 태국형님이 젓가락을 마치 옹박 마냥 휙휙 휘둘러서

아주머니의 젓가락을 막아내더라구요.

가벼운 미소를 유지한채 말이죠.

 

그자리의 다른분들은 느꼈을진 모르겠지만, 제가 봤을땐

갑자기 상다리를 로우킥으로 걷어차버리고

코끼리불상을 찾으러 가자고 하는건 아닐까

조마조마했을 정도로 무척 살벌했습니다.

 

그치만 무척 자상하고 친절한 면도 봤어요.


읍내에 태국인들과 식료품을 사들고 오는길에

장터에 다녀오시던 할머니의 구루마(손수레)를 태국인 형님이

거기에 있던 다른 한국사람들보다 먼저 냉큼

 도와드리더라구요.

 

알고 보니 할머니는 우리 회사의 근처에 사시는 분이라

내리고나서도 계속 구루마를 끌어줬구요.

 

회사에 도착하고나서부터는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태국인 형님들은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할머니를 마저 모셔다 드렸어요.

 

할머니는 말귀도 어두우시고 허리에 담도 오셨다는데

청주시장에 밭에서 키운걸 팔러 나갔다 오시는 길이라고 하시더군요.

게다가 하나도 팔지 못하셨다더라구요.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할머니댁에 도착해서 내려 가려는데

할머니께서는 연신 고맙다고 제손을 꼭 붙잡아 주시더라구요.

(할머니 부디 건강하세요.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그렇게 다시 기숙사로 와서는 저녁을 해먹는데

 제일 싼 부위의 돼지고기(냉동)를 조금씩 사와서 나름 각각의 조리법으로

고기를 볶아 먹는데 한분은 거기다가 태국식 양념을 섞더니

 

 

해동만 해서 그냥 먹더라구요?;;

 

흐허? 그럼 돼지궁둥이살 육회?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저에게 권유를 하던것을 한사코 거절한 뒤 곧바로

이것은 위험하다고 간단한 한국말과 제스추어를 취해가며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설명을 했으나 문화적 차이는 어쩔수 없었던것 같습니다.

(형님들 부디 건강하세요.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그저께는 잔업을 마치고 밤에 기숙사에 어슬렁어슬렁 들어가고 있는데

기숙사 앞에서 태국인들이 대야에 뭔가를 담아서 만지작 거리고 있더라구요.

뭘 하고 있나 자세히 봤더니

 

 

 

새 두마리의 깃털을 뽑고 있더라구요.

 

흐허허ㅎ허허헣

 

분명 닭은 아니였어요.

(닭이었더라도 좀 놀랬을테지만.)

 

사냥을 한건지 잡았는지 어쨌든 참 용하지만 36살의 태국형님이

 

" 이거어~ 뽀꼬뽀꼬 예료오~ 뽀꼬뽀꼬~ " (새의 정체는 뻐꾸기였나봅니다.)

라고 해맑게 웃으며 얘길해주고 깃털을 뽁뽁 뽑고 있더라구요.

 

 

같이 먹자는것을..

 

저는 잠이 온다는 제스추어(눈감고 두손모아 볼옆에 대며 고개45도로 갸우뚱)를 취해주고

들어가서 씻으려고 하는데 컬쳐쇼크를 받아서 그런지

칫솔에다가 핸드크림을 짜버려서 이가 보드라워질뻔하기도 했어요.

 

겨우 2주 생활한거갖고 이렇게 징징 대는거 꼴사납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외로운 마음이야 2주가 2달 같은게..

유학생들의 마음을 3그램 정도는 이해할것도 같네요..한국에서 태국인들과의 생활일기 ^^

 

그래도 이런 일들이 있었던 덕분에 그나마 이곳 생활에

적응하게 된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