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이라는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갔다.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설기 돌보랴 게임하랴(?) 게다가 미숙하게나마 집안일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눈 코 뜰 새가 없었다.
다행히도 첫 날 이후로는 참사가 없었다...라기보다는 한 번 일(?)을 겪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요령이랄 것도 없지만 녀석의 밥을 먹인 다음 표정이 변할 즈음 얼른 화장실이나 신문지 위에 올려두고 볼일을 본 후 내가 안고 잘 때까지 다독거리면 푹 자는 것이었다. 첫 날이야 사고를 쳤다지만 녀석은 꽤 얌전하고 조용했다. 강아지 중 젤 이쁜 놈으로 데리고 왔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3일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다시 온 가족이 집에 모이는 시간이 됬다. 3일간 강아지를 못 보아서인지 모인 가족들은 설기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아버지 퇴근 후에 온 가족들이 설기를 데리고 마루에서 함께 놀았다.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이 이 녀석이 다른 가족들이 안거나 데려가려 하면 마구 낑낑대며 빠져나와 나에게 오려고 하며 필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안거나 하면 신기하게도 낑낑 소리를 그치고 조용히 있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함께하다 보니 아마 이 녀석은 나를 가족으로 인식을 한 것 같았다.
아마 강아지를 키운 가족이라면 누구나 다 해봤으리라 생각한다. 강아지를 마루 한가운데에 놓고 사방에서 가족들이 강아지를 불러서 누구한테 가는지 보는 이른바 인기투표!
가족들이 각종 고기와 강아지용 간식 등등으로 설기를 사방에서 유혹했지만 이 녀석은 지조있게도(?) 내 목소리에만 반응을 하고 내가 부르면 반색을 하고 꼬리를 흔들며 내 쪽으로만 왔다(기특한 것^^). 그렇다. 3일간 힘들긴 했지만 나는 그 대가(?)로 온 가족의 질투 속에 설기의 인기 1순위로 당당히 등극하게 된 것이다(진돗개나 다른 견 키울 분들 잘 명심하길 바란다). 가족들이 인정할 수 없다며 두 시간 동안 계속 유혹(?)해봤지만 결과는 끝내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인기투표 1위는 향후 2년 이상이나(!) 필자가 타이틀을 지켰던 것이다.
3일.
이 기간이 무슨 기간이냐고? 설기가 집에서 얌전하게 있었던 기간이다(나랑 단 둘이 있던 기간 제외). 앞서 말했듯이 설기는 무척 얌전(한 것처럼)했다. 오죽했으면 가족들이 남아는 다 이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3일 후 이 녀석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영리한 녀석은 3일간 자기가 지내야 할 가족인지 아닌지 등 나름대로 분위기를 파악한 듯싶었다.
첫 날은 나나 가족들이 있었지만 출근을 하다 보니 설기 돌보는 일은 거의 어머니 몫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 이틀간은 어머니도 귀엽다고 설기랑 놀아줬지만 워낙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놀아달라고 졸라대는 녀석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인지라 두 손을 들었고 결국 설기를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설기의 집안 정벌이 시작된 것이다.
도도도도도~! 설기녀석이 온 집안을 뛰어다니는 소리다. 처음과 달리 이 녀석은 정말 활발하고 호기심도 왕성한 녀석이었다. 집안 구석구석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코를 박고 냄새를 맡고 다녔다. 아침 7시부터 일어나서 밥먹여 내보내면 저녁 먹을 때까지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저녁 먹고 씻은 후에는 말 그대로 죽은 듯이 잤다(잠은 안에서 재움).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녀석은 함부로 물어뜯거나 망가뜨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짖거나 낑낑대지 않고 대소변을 잘 가린다는 점 또한 가족들의 호감을 더 했다.
당시 우리 집은 작지만 정원도 있고 마당에서 대문까지 약 10m 정도의 작은 길도 있고 창고에 보일러 뒤쪽에 뒤뜰도 작게나마 있었다. 산 속에서 나고 자란 설기에게는 비록 도시이지만 나름대로 좋은 환경이었던 셈이다. 약 2~30평 정도 마당에는 콩나무 5~6그루 , 앵두나무 세 그루, 장미나무 2그루, 무화과 나무 2그루와 아버지께서 취미삼아 기르는 갖가지 난들이 있었다. 콩나무 위에는 참새들이 둥지를 틀고 약 10마리 전후의 쥐도 있었고 가끔 외부에서 족제비나 길냥이들도 출입(1년에 한번 와서 이상 애기들 출산함--)하는 우리 집은 작게나마 나름 야생의 생태계가 갖춰져 있는 셈이었다.
설기의 하루는 아침부터 저녁 가족들이 퇴근할 때까지 온 집안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다. 어머니가 밖에 널어놓은 양말을 물고(빨랫대 제일 아래 있는)가서 정원의 흙을 파고 묻어놓고 온 집안 구석구석을 저녁까지 들쑤시고 다니다 보니(워낙 희다보니 때도 잘 탄다) 어머니는빨래 두 번씩 하며 이틀이 마다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수고를 덤으로 하셔야 했다. 그러나 이 녀석은 집안에도 웬만큼 익숙해졌고 반응이 없는 식물들 대신 먼저 키우고 있던 해피와 퐁이 두 견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녀석의 첫 타킷은 덩치가 좀 더 작은 요크셔테리어 퐁이었다. 설기가 강아지라고는 하나 요크셔테리어가 워낙 작은 견종이다 보니 덩치가 거의 비슷했다. 이 녀석은 무는 게 아니라 계속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며 머리로 계속 들이받았다. 처음엔 퐁이도 으르렁거리며 반항했지만 워낙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다 보니 감당이 안되는지 3일 정도가 지나자 포기하고 피해다니며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됬다.
설기녀석은 정말 빨리 컸다. 사람이 한참 자랄 때 자고일어나면 1㎝가 큰다는 말이 있듯이 이 녀석은 이 때만 해도 먹기도 참 잘 먹고 잘 뛰어놀아 그런지 정말 쑥쑥 잘 컸다. 아무튼 첫 타킷인 퐁이가 함락(?)되자 재미가 없는지 자연스럽게 해피를 노렸다. 그러나 설기가 아무리 쑥쑥 큰다 한들 녀석은 아직 강아지여서 해피에게 약간 덩치가 못 미쳤다. 그렇다곤 해도 결코 작지 않은 녀석이 해피 옆을 따라다니며 계속 귀찮게 굴며 자꾸 들이받자 가족들은 ‘저거 저러다 한번 물리지’ 하고 걱정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해피를 따라다니기 시작한지 3일 정도가 지났을 때 밖에서 느닷없이 깨갱깨갱 하며 개 잡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는 것이었다. 상황을 보니 설기가 계속 귀찮게 굴자 계속 참다 성이 난 해피가 설기의 목덜미를 물고 사정없이 바닥에 패대기를 치는 것이었다. 두 번쯤 패대기를 당하자 설기는 쏜살같이 도망갔고 그 뒤로 며칠 동안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해피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2주정도 지나자 설기 덩치가 더 커지자 해피도 귀찮기도 한 듯 더 이상 설기를 터치하지 않았다. 약 한 달 만에 설기는 집안 정벌을 끝내버린 것이었다.
집안정벌은 끝났어도 설기의 말썽은 끊이지 않았고 조용할 날이 없었다. 무슨 심보인지 마당에 키우는 아버지가 애지중지 기르는 화초나 나무 난 등의 꽃봉오리 열매 등을 이빨로 죄다 잘라 놨던 것이다. 자른 단면이 어찌나 깔끔한지 아버지 曰 ‘원예 가위로 잘라도 이것보다 깔끔하진 않겠는데’ 라신다. 대체 왜 잘라도 그 부위만 잘라내는 건지... 이제 우리 가족들은 이 녀석의 전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화초 잘라내는 솜씨로 미루어 보건대 나무꾼이 아닐까 의심하기 이르렀다. 이가 가려운가 보다 싶어 개껌 사다주면 몇 번 씹지도 않았다. 나로서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일은 터지고 말았다. 녀석이 여느 때(?)처럼 화초를 자르다가 현장에서 아버지한테 딱 걸린 것이다. 소중히 키운 화초 앞에서 넋을 잃고 서 계시던 아버지는 순간 성이 있는 대로 나서는 설기를 번쩍 들고 무지막지하게 매찜질을 시작했고 온 집안엔 설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구성지게(?) 울려퍼졌다.
그 이후로 한동안 설기는 화초 근처(아버지 근처에도)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며칠 후 아버지가 마당을 산책하면서 보니 다시금 화초 꽃봉오리가 잘려있는 것이다. 성이 나신 아버지는 볼 것도 없이 ‘설기 이놈의 자식 어디 갔어!’ 라고 소리치며 찾다가 갑자기 껄껄 웃으며 그냥 들어오는 것이다. 의아히 생각한 가족들은 왜 그냥 오냐며 물어보니 아직도 웃음을 참지 못한 아버지는 밖에 한번 보라며 손으로 가리키기만 한다. 그래서 밖을 보니 현관 아래 공간 안쪽에 설기가 머리를 안쪽으로 박고 바짝 엎드린 채 엉덩이와 꼬리만 내밀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이었다(개는 참 재밌는 것이 머리만 숨으면 다 숨은 줄 안다).
아마도 설기는 무의식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가 혼날 줄 알고(혼났던 기억이 난 듯) 지레 겁먹고 그리로 피신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참 이래저래 사고뭉치긴 해도 도저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는 화초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다.
설기이야기 2화 - 설기의 집안 정벌기
3일이라는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갔다.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설기 돌보랴 게임하랴(?) 게다가 미숙하게나마 집안일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눈 코 뜰 새가 없었다.
다행히도 첫 날 이후로는 참사가 없었다...라기보다는 한 번 일(?)을 겪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요령이랄 것도 없지만 녀석의 밥을 먹인 다음 표정이 변할 즈음 얼른 화장실이나 신문지 위에 올려두고 볼일을 본 후 내가 안고 잘 때까지 다독거리면 푹 자는 것이었다. 첫 날이야 사고를 쳤다지만 녀석은 꽤 얌전하고 조용했다. 강아지 중 젤 이쁜 놈으로 데리고 왔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3일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다시 온 가족이 집에 모이는 시간이 됬다. 3일간 강아지를 못 보아서인지 모인 가족들은 설기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아버지 퇴근 후에 온 가족들이 설기를 데리고 마루에서 함께 놀았다.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이 이 녀석이 다른 가족들이 안거나 데려가려 하면 마구 낑낑대며 빠져나와 나에게 오려고 하며 필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안거나 하면 신기하게도 낑낑 소리를 그치고 조용히 있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함께하다 보니 아마 이 녀석은 나를 가족으로 인식을 한 것 같았다.
아마 강아지를 키운 가족이라면 누구나 다 해봤으리라 생각한다. 강아지를 마루 한가운데에 놓고 사방에서 가족들이 강아지를 불러서 누구한테 가는지 보는 이른바 인기투표!
가족들이 각종 고기와 강아지용 간식 등등으로 설기를 사방에서 유혹했지만 이 녀석은 지조있게도(?) 내 목소리에만 반응을 하고 내가 부르면 반색을 하고 꼬리를 흔들며 내 쪽으로만 왔다(기특한 것^^). 그렇다. 3일간 힘들긴 했지만 나는 그 대가(?)로 온 가족의 질투 속에 설기의 인기 1순위로 당당히 등극하게 된 것이다(진돗개나 다른 견 키울 분들 잘 명심하길 바란다). 가족들이 인정할 수 없다며 두 시간 동안 계속 유혹(?)해봤지만 결과는 끝내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인기투표 1위는 향후 2년 이상이나(!) 필자가 타이틀을 지켰던 것이다.
3일.
이 기간이 무슨 기간이냐고? 설기가 집에서 얌전하게 있었던 기간이다(나랑 단 둘이 있던 기간 제외). 앞서 말했듯이 설기는 무척 얌전(한 것처럼)했다. 오죽했으면 가족들이 남아는 다 이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3일 후 이 녀석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영리한 녀석은 3일간 자기가 지내야 할 가족인지 아닌지 등 나름대로 분위기를 파악한 듯싶었다.
첫 날은 나나 가족들이 있었지만 출근을 하다 보니 설기 돌보는 일은 거의 어머니 몫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 이틀간은 어머니도 귀엽다고 설기랑 놀아줬지만 워낙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놀아달라고 졸라대는 녀석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인지라 두 손을 들었고 결국 설기를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설기의 집안 정벌이 시작된 것이다.
도도도도도~! 설기녀석이 온 집안을 뛰어다니는 소리다. 처음과 달리 이 녀석은 정말 활발하고 호기심도 왕성한 녀석이었다. 집안 구석구석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코를 박고 냄새를 맡고 다녔다. 아침 7시부터 일어나서 밥먹여 내보내면 저녁 먹을 때까지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저녁 먹고 씻은 후에는 말 그대로 죽은 듯이 잤다(잠은 안에서 재움).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녀석은 함부로 물어뜯거나 망가뜨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짖거나 낑낑대지 않고 대소변을 잘 가린다는 점 또한 가족들의 호감을 더 했다.
당시 우리 집은 작지만 정원도 있고 마당에서 대문까지 약 10m 정도의 작은 길도 있고 창고에 보일러 뒤쪽에 뒤뜰도 작게나마 있었다. 산 속에서 나고 자란 설기에게는 비록 도시이지만 나름대로 좋은 환경이었던 셈이다. 약 2~30평 정도 마당에는 콩나무 5~6그루 , 앵두나무 세 그루, 장미나무 2그루, 무화과 나무 2그루와 아버지께서 취미삼아 기르는 갖가지 난들이 있었다. 콩나무 위에는 참새들이 둥지를 틀고 약 10마리 전후의 쥐도 있었고 가끔 외부에서 족제비나 길냥이들도 출입(1년에 한번 와서 이상 애기들 출산함--)하는 우리 집은 작게나마 나름 야생의 생태계가 갖춰져 있는 셈이었다.
설기의 하루는 아침부터 저녁 가족들이 퇴근할 때까지 온 집안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다. 어머니가 밖에 널어놓은 양말을 물고(빨랫대 제일 아래 있는)가서 정원의 흙을 파고 묻어놓고 온 집안 구석구석을 저녁까지 들쑤시고 다니다 보니(워낙 희다보니 때도 잘 탄다) 어머니는빨래 두 번씩 하며 이틀이 마다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수고를 덤으로 하셔야 했다. 그러나 이 녀석은 집안에도 웬만큼 익숙해졌고 반응이 없는 식물들 대신 먼저 키우고 있던 해피와 퐁이 두 견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녀석의 첫 타킷은 덩치가 좀 더 작은 요크셔테리어 퐁이었다. 설기가 강아지라고는 하나 요크셔테리어가 워낙 작은 견종이다 보니 덩치가 거의 비슷했다. 이 녀석은 무는 게 아니라 계속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며 머리로 계속 들이받았다. 처음엔 퐁이도 으르렁거리며 반항했지만 워낙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다 보니 감당이 안되는지 3일 정도가 지나자 포기하고 피해다니며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됬다.
설기녀석은 정말 빨리 컸다. 사람이 한참 자랄 때 자고일어나면 1㎝가 큰다는 말이 있듯이 이 녀석은 이 때만 해도 먹기도 참 잘 먹고 잘 뛰어놀아 그런지 정말 쑥쑥 잘 컸다. 아무튼 첫 타킷인 퐁이가 함락(?)되자 재미가 없는지 자연스럽게 해피를 노렸다. 그러나 설기가 아무리 쑥쑥 큰다 한들 녀석은 아직 강아지여서 해피에게 약간 덩치가 못 미쳤다. 그렇다곤 해도 결코 작지 않은 녀석이 해피 옆을 따라다니며 계속 귀찮게 굴며 자꾸 들이받자 가족들은 ‘저거 저러다 한번 물리지’ 하고 걱정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해피를 따라다니기 시작한지 3일 정도가 지났을 때 밖에서 느닷없이 깨갱깨갱 하며 개 잡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는 것이었다. 상황을 보니 설기가 계속 귀찮게 굴자 계속 참다 성이 난 해피가 설기의 목덜미를 물고 사정없이 바닥에 패대기를 치는 것이었다. 두 번쯤 패대기를 당하자 설기는 쏜살같이 도망갔고 그 뒤로 며칠 동안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해피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2주정도 지나자 설기 덩치가 더 커지자 해피도 귀찮기도 한 듯 더 이상 설기를 터치하지 않았다. 약 한 달 만에 설기는 집안 정벌을 끝내버린 것이었다.
집안정벌은 끝났어도 설기의 말썽은 끊이지 않았고 조용할 날이 없었다. 무슨 심보인지 마당에 키우는 아버지가 애지중지 기르는 화초나 나무 난 등의 꽃봉오리 열매 등을 이빨로 죄다 잘라 놨던 것이다. 자른 단면이 어찌나 깔끔한지 아버지 曰 ‘원예 가위로 잘라도 이것보다 깔끔하진 않겠는데’ 라신다. 대체 왜 잘라도 그 부위만 잘라내는 건지... 이제 우리 가족들은 이 녀석의 전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화초 잘라내는 솜씨로 미루어 보건대 나무꾼이 아닐까 의심하기 이르렀다. 이가 가려운가 보다 싶어 개껌 사다주면 몇 번 씹지도 않았다. 나로서는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일은 터지고 말았다. 녀석이 여느 때(?)처럼 화초를 자르다가 현장에서 아버지한테 딱 걸린 것이다. 소중히 키운 화초 앞에서 넋을 잃고 서 계시던 아버지는 순간 성이 있는 대로 나서는 설기를 번쩍 들고 무지막지하게 매찜질을 시작했고 온 집안엔 설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구성지게(?) 울려퍼졌다.
그 이후로 한동안 설기는 화초 근처(아버지 근처에도)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며칠 후 아버지가 마당을 산책하면서 보니 다시금 화초 꽃봉오리가 잘려있는 것이다. 성이 나신 아버지는 볼 것도 없이 ‘설기 이놈의 자식 어디 갔어!’ 라고 소리치며 찾다가 갑자기 껄껄 웃으며 그냥 들어오는 것이다. 의아히 생각한 가족들은 왜 그냥 오냐며 물어보니 아직도 웃음을 참지 못한 아버지는 밖에 한번 보라며 손으로 가리키기만 한다. 그래서 밖을 보니 현관 아래 공간 안쪽에 설기가 머리를 안쪽으로 박고 바짝 엎드린 채 엉덩이와 꼬리만 내밀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이었다(개는 참 재밌는 것이 머리만 숨으면 다 숨은 줄 안다).
아마도 설기는 무의식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가 혼날 줄 알고(혼났던 기억이 난 듯) 지레 겁먹고 그리로 피신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참 이래저래 사고뭉치긴 해도 도저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는 화초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