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패륜을 저질렀나요?

28여자2016.02.18
조회152
이십대 후반 여자입니다.

요즘 뉴스에서 가정폭력 및 자녀학대 살해에 대한 기사가 정말 수 없이 나오죠.
그런 기사 중 제일 눈에 띄던 내용이 있었습니다.
11살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였다는 내용입니다.
그 어린 아이가 진술할 때 이렇게 말했더군요.
"나 아니였음 엄마가 먼저 죽었을거다"

그 기사와 댓글들을 읽고 전 몇분동안 옛날의 끔찍한 기억과 함께 눈물이 나왔습니다.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저런 말을 하는 아이의 심정이 어땠을지, 너무나도 공감되고 잘 알기 때문이였습니다.

제가 14세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10년 넘게 아버지라는 인간의 폭력과 폭언을 보고 자랐습니다.
아버지의 폭력 대상은 엄마와 집안 살림들였습니다.
술 마시고 본인 기분 안좋은날은 접시며 티비며 모든 살림을 때려부수는건 기본이고 엄마한테 썅년 이년 욕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던 모습만 기억납니다.
거기다 외도까지 하여 그때부터 오만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 당시 어린 마음에 나보다 힘있고 큰 아빠가 무서워 대들지는 못하고 엄마가 맞지 않도록만 막았습니다.
아빠가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날엔 어찌나 심장이 떨리고 잠도 오지 않던지. .

엄마도 엄마나름대로 속상하시니까 집에서 항상 술 드시고 저한테 늘 신세한탄과 아빠얘기. 죽네사네 하면서 자살시도 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일들로 지내오다가 제가 대학생이 될 무렵엔 조금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본인 성질대로 않되면 무조건 큰 소리에 욕하는건 여전했습니다.

제가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아보이지만 내면으로는 사춘기시절 겪었던 이들로 분노와 여러감정이 정리되지않은채 쌓였었나봅니다.
이게 오늘 아침에 터진겁니다.

뭐때문인지 아버지는 어제부터 말도 안하고 온갖 썩은 표정 팍 지으면서 분위기 잡습니다.
"나 기분 굉장히 안좋다"라고 자기한테 알아서 맞추라는 듯이.

엄마와 그 인간은 같이 자영업을 하는데 본인 성질 꼬이면 일도 안나가는 그런 책임감 없는 인간입니다.
자기가 먼저 이 일을 하고싶다 시작해놓고 그저 남들에겐 내 일한다 허세만 부릴 뿐, 고생은 엄마가 다 하십니다.

해야할 일이 많은데도 지 기분대로 일 안나가니,
엄마라도 혼자 가서 하고 와야겠다면서 나갈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가 엄마한테 어디나가냐고 묻길래 엄마는 일하러 간다고 대답하니까 갑자기 또 표정을 부라리며 욕을 했습니다.

그 인간 생각은 이런겁니다.
기분 엿같아서 일나가기 싫은데 엄마가 혼자 나가서 일하면 같은일하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인겁니다.
한마디로 본인만 속좁은 인간으로 비춰지는게 열받은거죠.

엄마에게 하는 욕을 듣는순간 갑자기 제 속에서 뭔가 끓어올라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신발이라고 욕이 나오면서 큰소리로 있는말없는말 내뱉었습니다.

신발 어따대고 큰 소리냐. 남자라고 아빠라고 해서 엄마랑 가족들 막대하냐. 아빠가 뭐가 잘나서 엄마를 하대하냐.
사람이면 대화를 해야지 무조건 폭력쓰면 단 줄아냐.
내가 14년동안 어떻게 하면 복수할까 생각해왔다.
나중에 더 늙으면 갖다버릴꺼다. 아빠같은 인간은 필요없다

이러면서 두서없게 모든 말을 내뱉었습니다.

엄마는 중간에서 발만 동동구르고 저를 말리면서 아빠한테 그러는거아니다 얼른 사과해라 라고 막으셨습니다.

제가 갑자기 이러니 그 인간도 당황하면서도 더 흥분했나봅니다.

싸가지없는년. 잘컸다. 니가 내 속사정을 어떻게아냐
내가 니들 키우느라 참고 살았다.
버리든말든 니 맘대로 해라 니한테 빌어먹을 생각없다.
내가 월급 벌어서 한푼도 못쓰고 다 엄마가 관리했다.
니가 뭘 안다고 대드냐. 싸가지없는년.
이러고 같은말만 반복합니다.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모한테 선을 넘었다고 저한테 싸가지없는 년 이랍니다.
저도 더 열이 받고 화가나서 그 인간이 욕하면 똑같이 욕으로 받아치고 한마디도 안지려고 더 심한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돈관리하면서 돈을 허튼대다가 썼냐. 본인이야말로 담배피고 친구들한테 술이나 퍼나른거 모르냐.
어린나이였어도 잘못된건 알았닺
그래 나 잘컸다. 아빠한테 보고 배운게 이런거라 그대로 컸다.
한번만 더 엄마한테 손대면 가만 안있겠다.
엄마 피말라죽는꼴 보기 싫으니 아빠가 집을 나가던 이혼을 해라.
이랬더니 서류 가져오라고 도장찍어주겠다면서 옷 챙겨입더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엄마는 다 자신탓이라며 한숨만 쉬다가 바람쇠러 나간다며 나갔습니다.

엄마가 나가고, 동생이랑도 한바탕해서 동생도 나가고 집에 저 혼자 남았습니다.

순간 나쁜생각이 들어 끈이랑 칼을 찾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마치 제가 정신병자가 된 것 같고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게 다 제가 원인인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전 어떻게 해야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