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서 보기만 하다가 직접 글을 쓰는 건 처음입니다.다른 게시판에 올릴까 했지만 가장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하는 게시판인 것 같아 카테고리 달아 올립니다 주제에 맞아 죄송합니다.저는 지금 고등학교 2학년, 동생은 2살 터울로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갑니다.저희 엄마는 작년 말, 제가 17살 때에 돌아가셨습니다.갑자기 생각나는게 돌아가시는 날 이모가 평소와 같은 침착한 목소리로 엄마 병원에 잠깐 들렸다갈래?라고 전화가 오셨는데 평소같으면 주중 주말에도 자주 가고 학원이 있는 날은 별로 없기 때문에 저 학원이 있어서 내일 아침에 갈게요! 하고 그래 그러자 그럼~하고 끊는데 그날은 오늘따라 느낌이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학원 다 빼고 갔는데 제가 도착하기 30분 전 돌아가셨습니다. 딸이라서 그런 느낌이 본능적으로 왔던건가 싶기도 해요.세상이 무너지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장례식장 앞에 엄마 이름, 내이름 이렇게 걸려있는게 정말 꿈이 아닌걸까 왜 그렇게 아프고 결국에 죽는건 우리 엄마여야만 했을까라는 생각과.. 몇번의 기절과 탈수를 반복하다가 친척분이 엄마 가는길은 지켜드려야지 라는 말에 후들거리며 웃는 엄마의 사진 옆에 서있었네요. 엄마는 웃는 것도 왜 그렇게 예뻤을까요폐암을 판정받으셨을 때는 제가 중학교 1학년, 14살 때입니다.어렸던 나머지 누구에게도 속상함을 얘기하지 못하고 고등학생이 되던 작년까지도 친구나 주변인 아무도 모르게 혼자 앓아왔습니다.작년에 슬픈 소식을 들으신 학교, 학원 선생님이나 친구들 모두 너무 밝게만 행동해서 집에 이런 일이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겉으로는 절대 티 안나게요.저는 엄마에게 가족 어느 누구보다 의지했습니다.그래서 저는 사실 아직까지도 정상 생활이 힘든 편이고 평소에도 눈물이 많아 친구들이 주위에서 오늘 아침에 엄마가~ 이런 얘기만 들어도 혼자 숨어서 펑펑 우는 일도 잦습니다.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집에 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친가쪽 제사도 아빠는 불참한 채 항상 어린 저와 동생을 데리고 지하철을 이용하며 울산까지 갔다가 제사까지 다 하고 나서야 새벽에 도착하던게 생각나네요.짧게 말하자면 전 아빠와 함께 한 시간도, 애정도 매우 적습니다.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에 외도를 하다가 걸려 크게 싸우고 이혼할 상황까지 갔지만 엄마의 폐암 진단 후 아빠는 그 많던 일을 줄이고 병간호에 힘쓰셨습니다.하지만 제가 못된건지 이제와서 무슨..이라는 생각과 엄마의 병은 아빠가 힘들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아직까지도 있네요. 아빠의 그 화를 정말 못참는 성격도 제가 아빠에게 정이 잘 안가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네요.친구한테 친구 가정이야기를 듣다보면 저희 집은 그리 평탄한 가정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앞에서 말했듯이 아빠의 외도. 그리고 중학교 3년은 누구에게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엄마가 점점 아파만 가는걸 보는게 너무 힘들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던 3년이었습니다.엄마는 대학병원 머리가 빠져가고 아파만 가던 그 시간에서도 하루에 두번 세번 꼬박 전화해주시고 요양병원에 옮기셔서도 저희에게 치료 받을 때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여 저희가 무서워할까봐 자주 오지 말라고 하셨던 분이세요. 돌아가시기 딱 하루 전 방과후 수업을 들으러 가는 저에게도시락 싸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런거 싸주고 학교 가는거 지켜보는게 엄마 행복이었는데.. 미안하고 고마웠다 라고 보내신 문자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자신이 곧 떠날 걸 꼭 알고 보내신 문자 같았아요 생각해보면..제 문제에 대해 얘기해보면 중학교 때 어쩌다가 학교에서 심리검사 같은 걸 받아본 적이 있었는데 불안증세가 꽤 높게 나와 상담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조차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마킹을 잘못한 것 같다 등의 핑계로 어물쩍 넘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확한 검사결과였던 것 같네요.엄마라는 단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겼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게 방학 때였는데 학교에 가고 한 2주일 동안은 친구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갈 수도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곁에서 도와주곤 있지만 네달 다섯달이 되는데도 가족 중에서 가장 정상 생활로의 회복 기간이 더딘 것 같네요. 항상 무언가 불안하고 초조해요.여기에 글을 올린 게 처음엔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하고 올린게 표면적 목적이었으나 사실은 이런 얘기들을 어딘가에 풀어놓고자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동생은 중학생이라 깊게 이야기를 나누진 못해요. 제가 무너지는 걸 보면 동생도 불안해하고 그 불안에 깊게 빠질까봐 장례식에서도 동생 앞에선 울지 못하고 동생 자면 밤에 나와 엄마 앞에서 계속 울고 그랬네요. 아빠와는 크게 유대감같은 게 없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도 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끝을 흐리고 말아요. 이렇게 길게 누군가에게 이야기해보는 건 처음이예요. 저를 걱정해주시고 고민있음 말해라 하는 분들, 좋으신 분들은 많지만 제가 말하지는 못했거든요.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괜찮으시다면 마음속에서만이라도 고생만 하다가 아프게 간 우리 엄마 명복, 저희 가족이 이제는 행복하길 빌어주세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엄마가 돌아가신지 4달 째.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