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날 엄두가 안나네요

lonley2016.02.21
조회335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이후로 힘들어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럴 엄두가 안나네요...
그렇다고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넋두리 하지도 못하겠고... 이렇게나마 끄적여봅니다.

저는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그 애는 지방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다 연구과제와 관련해 교육을 받다가 서로 만나게 되었죠. 그렇게 알게 되고 어쩌다보니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고민도 들어주고 그렇게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러다 그 애도 눈에 띄게 호감을 보여주었고 저도 호감을 가지게 되어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대학원 생활이란게, 특히 공대 대학원 생활이란건 바빠지거나 꼬이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꼬이곤 한답니다. 그 애가 다니던 대학원 연구실에 일이 자꾸만 늘어나고 그러다보니 만나기도 힘들어졌고 그러다 보니 헤어지게 되었어요.

...가 일단 표면적으로 주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질 수 있고 그렇다는건 저도 나이가 마냥 어린것도 아니고 이해는 하죠.

그런데 그 헤어지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이 너무 힘드네요...

그 애와 제가 처음 친해지게 된 계기라는게 제가 그 애의 고민을 들어주는거 였어요. 학교 생활부터 시작해서 가족들 이야기 등등 잡다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주로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등 고민 같은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친해졌었으니까요. 사귀는 동안 물었을때 본인 말로는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기는 했었지만... 아무튼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얘기들을 듣고 내가 이 아이와 함께 있어주고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호감이 시작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실 사귀는 사이에서 전 애인들 이야기를 하고 그러는건 예의가 아니겠지만 사귀기 전부터 전 애인들에게 실망했던 이야기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다거나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죠.

주로 대학원 생활을 이해 못해줘서 힘들었다고 또 그런걸로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는게 겁난다고요...

저도 대학원생인만큼 이해해주려했고 약속한건 꼭 지키고 정말 거짓말 한번 안했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그애가 술먹고 전화를 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친구들과 제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들이 그러더랍니다.

너한테 남자친구가 그렇게까지 해주는데 네가 잘 해줘야지 뭐하는거냐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생각해보니까 자기가 너무 잘 못해주는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내가 남들이 봤을때도 잘 못해준다거나 그러지는 않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그 애 연구실에서 힘든 일들이 자꾸 생기고 바빠져서 잘 만나지도 못하게되었습니다. 매일 새벽까지 야근하고 주말까지 연구실을 나가고...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잘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이야기가 언젠가부터는 자꾸 자기가 나쁜 사람인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느니, 자기가 잘 못 만나줘서 미안하다고 자기한테 안들키게 다른 사람들 만나고 놀고 그래도 된다고... 그렇게 마냥 듣고만 있을 수가 없는 이야기로 바뀌더라구요.
힘든게 있으면 말하라거나 내가 도와준다는 말에는 자기가 힘든 일때문에 저를 괴롭히는게 싫다며 입을 다물기 시작했구요.

그렇게 서로 불안해하던 연말의 어느 날밤 망년회를 마치고 술에 만취한 그 애에게서 이런 카톡이 왔습니다.

자기 인생을 리셋해버리고 싶다고... 자기 같은건 그냥 세상에서 없어져버리는게 나았을거 같다고...

심장이 내려앉을거 같은 기분이었지만 일단 넌 잘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또 네가 없어져버리면 내가 슬퍼서 못견딜거 같다고 답장을 보내고 일단 진정시키려고 전화를 했죠. 그리고 그애는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해버릴 것 같다고... 또 그런 일들로 나한테 너무 못해주는게 미안한데다 전 남자친구들 처럼 이렇게 힘들게하다가 결국은 자기가 버림 받을거 같아서 두렵다고...

그래서 그날 그애와 약속했죠. 절대로 내가 먼저 포기하지 않겠다고... 그럼 내가 어떡하면 되겠냐니까 힘든 일이 다 끝날때까지... 자기가 다 포기해도 포기하지 않아줄 수 있냐는 말에 약속했어요.

그리고 그애는 지금 왜 이러는지 다음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주일간 잠수를 타다가...
헤어지자더군요. 그리고 나중에 만나자는 얘기와 함께.

그렇게 일년을 기다렸어요...
하기싫은데 억지로 하게된 이별의 고통을 억지로 참으면서...
저한테 호감이 있다는 여자들도 밀쳐가며...
그 애를 욕하면서 왜 그러고 있냐는 친구들의 말에 다른 사람이 그 애에 대해 뭐라고 하는게 싫어서 자세한 이야기도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으며...
이기적인 사람 하나 호구놈 하나보다는 그냥 이상한 놈 하나가 낫잖아요
그 애가 졸업할때까지 일년을 꼬박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 애에게 연락했죠.

자기는 그런 약속한 적이 없다네요...

그런데도... 정말 그 약속을 잊은건지 잊고싶은건지 물어보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제가 그 애에게 되고싶었던건 작은 도움이었으니까요. 잘못을 떠오르게 만드는, 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거기다 이꼴인데도 그 애를 미워하지도 못하겠는걸 보면 제 마음도 내 마음대로 안되는데 그 애 마음이 제 마음대로 안된다고 화내지도 못하겠구요

차라리 그래서 뭐라도 좀 잘 됐으면 저도 어떻게 힘을 낼 마음이라도 생길텐데...
건너들은 소식으로는 그 애 집에도 예전에 저한테 걱정을 털어놓던 일이 결국 벌어졌고 그 애는 취업마저 실패했네요.

어떻게든 기다려서 다시 만나 이야기하면 해결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둘 모두에게 실패담이 되어 버렸어요. 생각해보면 웃기긴 하네요. 그애가 말한대로라면 제가 차인 이유는 전 남자친구들이 상처를 줬으니 저도 결국에 상처를 줄거라는...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그렇게 인간 관계에서 겁난다는 배신당하고 뒤통수맞는걸로 끝났으니...

이 와중에 하던 일들이 잘 되지않아서, 자기가 말했던 그런 끔찍한 일들을 자기가 하게 되어서 그 애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거보면 사실 제가 제일 답이 없구나 싶기는 하네요..

아무튼 좋아하는 사람이 지난 사람에 후회를 가지는걸로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다는걸 느껴보니...
아직까지 단순한 미련이나 후회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나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누군가를 만나 새로 마음을 여는 것도 못하겠네요.

아... 힘들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