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결혼식 사진찍어주는 사람입니다

2008.10.07
조회542
 

전 결혼식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남자입니다.


회사에 매여 있는 신세다보니 친구들 결혼식도 못가면서

모르는 사람들 결혼식 장면은 참 많이 찍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혼기가 찼고, 남들 결혼식이 부럽기도 하고,

이래저래 불만만 쌓여가며 일을 하고 있었구요.


요즘 결혼시즌이잖아요.


주말마다 촬영에 주중에는 또 편집에 후반작업에

저 같은 사람에게는 참 바쁜 시기입니다.


연휴 때도 일을 했어요. 그것도 자진해서...


고객의 사진을 포토샵으로 작업 하는데,

평소보다 손이 2배 이상 갔거든요.


하지만 이들 부부는 제가 찍은 사진,

2배는 정성을 들였던 ‘뽀샵질’을 보지 못합니다.


이들 부부는 장님이셨거든요.


신랑은 흰색 양복에 선글라스를 끼고,

신부는 웨딩드레스를 입었기에 안경도 쓰지 않고, 맨얼굴로

그렇게 결혼식을 했습니다.


신부 눈 부분을 예쁘게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자 신부님 기분 안 좋으세요! 활짝 웃으세요.’


라고 제가 소리칠 때 흐뭇하게 웃으시던 신랑의 얼굴이

그리고 그 말이 뭐가 부끄러운지 고개를 약간 숙였던 신부의

사진이 지금 제 바탕화면에 깔려 있네요.


사진첩에 사진을 하나하나 넣으면서

정작 주인공들은 이 사진을 못 보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상상을 하며,

사진을 만지작거릴 부부를 생각하니

그러면서 미소 짓는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제 정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 옆에서는 그들 부부의 결혼식 동영상을 찍은 후배 녀석이

카메라가 흔들렸다면서 속상해 하고 있네요.


저도,

깊어가는 가을에


‘신랑 긴장 풀고, 활짝 웃으세요.’


이렇게 제가 늘 하던 말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