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위해 꿈을 버린 남자. 이 청혼 거절하면 후회할까요?

YOLO201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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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25살입니다. 졸업 후 원하던 직장에 취직해 2년째 다니고 있고요. 얼마 전 세 살 연상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4년째 연애중이에요.

아직은 둘 다 어리고, 시기적으로 좀 이른 것 같아 고민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은 이 남자 자체에 관한 고민입니다.

남자친구는 저한테 잘하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다만 타고난 센스가 좀 없는 편입니다. (선물이라든지 물질적인 거 아니어도 상대방 기분 맞춰주는...) 센스 있는 남자 별로 없다고 하지만 남친 친구들마저 질타할 정도로... 그렇습니다.

저 만나기 전에 연애를 꽤 많이 해본 걸로 아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말실수... 가끔 여자친구 입장에서 기분이 묘한 말들을 합니다. 시댁에 대한 효도나 다른 여자 극찬 등등.

제가 화를 내면 사과하긴 해요. 근데 자기가 원래 그릇이 작으니 갑자기 더 좋은 남자가 될 수는 없고 그래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4년이나 사귀었어요.

이것보다 더 신경쓰이는 건 남자친구가 남자치고 마음이 좀 약한 편이에요. 남들 앞에서는 절대 안 그럽니다. 남들 고민상담 맡아서 해줄 정도에요. 친구는 물론 부모나 형제 앞에서도 약한 모습 잘 안 보여요.

근데 문제는 원래 마음이 약한 편이라 (자기는 인정 안해요. 근데 오래 사귄 제 눈에는 보임)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걸 대부분 저한테 털어놓고 위로 받으려 합니다.

처음에는 그게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저한테'만' 위로를 받으려 한다는 게 좀 버거워요. 나도 든든한 어깨를 빌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미 남자친구는 저한테 그런 이미지가 아닙니다. 제 이상형은 남자답고 듬직한 남성인데 남자친구는 다정하긴 하지만 그런 남자다움이 부족한 건지.

정 많이 든 착한 큰오빠 느낌...? 이랄까. 물론 오래 사귄 만큼 성적인 접촉도 있고 관계도 가지고 하는데 그것도 그냥 익숙해서 그렇지 이 사람 자체로 설레고 떨리고 이런 마음이 없어요.

나이차가 애매해서 시기적으로 좀 맞지 않았던 것도 있어요.

제가 (취업 관련) 시험공부를 할 때는 남친이 군인이었고,
시험공부가 끝나서 좀 놀아볼까 싶을 때 남친이 어학연수를 갔어요.
그리고 다녀와서는 취준이라고 제가 또 챙겨주고.
제가 취준하느라 힘들 때는 남친이 신입사원이라 정신없고. 하하...

남자친구 성격 자체가 겉으로는  여유로운 척 해도 속으로는 여유롭지 않은 타입이라 자기 앞가림으로 정신없을 때 남까지 챙기는 타입은 아니긴 해요. 그럴 마음이 없다기보단 그럴 능력이 안 됩니다.

그동안 비슷한 문제로 몇 번인가 헤어질 뻔 했는데 그때마다 남자친구가 붙잡아줬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회의감이 듭니다.

저는 학생 때 이후로 제대로 된 연애는 남자친구 외에는 안 해봐서 제가 뭘 모르는가 싶기도 해요. 제가 좋은 점만 얘기하니까 제 친구들은 남친이 진국이라고는 하는데. 남친이 제가 싫어하는 친구들은 되도록 안 만나고 저한테 정말 많이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는 하거든요. 근데 또 좀 더 깊게 아는 친구들이나 친언니는 저보고 보살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무미건조한 느낌으로 결혼해도 되나요? 아니, 계속 사귀어도 되나요?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남자친구가 저 때문에 자기 꿈을 포기했다고 말해요. 지금은 한국에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원래는 대학 졸업 후에 대학원도 가고 나이 들 때까지 외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었는데... 그럼 저랑 결혼을 못할 것 같아서 포기했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직업도 그렇고 외국에서 계속 살 의사는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저도 마음에 짐이 있는 상황이에요.

근데 저는 남자친구한테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인생의 방향이 다르면 헤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남친이 원하는 꿈을 응원한다는 입장이었지 나랑 같이 한국에서 살자고 조른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오로지 저 때문에 한국에서 취직한 줄은 몰랐어요.

가끔 싸울 때 남자친구가 나는 내 꿈도 희생할 정도로 너를 사랑한다 이런 말을 하거나, 아님 평소에 나는 내가 외국에서 살 줄 알았다 내가 못 이룬 꿈 내 자식은 이루게 해주고 싶다 이러는데 저는 못됐지만 자기가 선택했으면서 왜 나한테 찡찡거리지 싶고... 나쁜년이네요 진짜. 저 없으면 못 산답니다.

저 어쩌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