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정리 하다가 찾은 언니의 이야기 공책

눈누난나2016.02.28
조회73

집 정리 하다가 작은 공책을 발견했는데 언니가 쓴 이야기 공책인거같아요

정리하다말고 읽다가 울고 웃고..언니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싶었어요..

언니가 어렸을 때 적은 거 같은데 필력이 좋은거같기도..제가 모르는 얘기도 알고있던데 일부러 안알려준 거 같기도 하고ㅠㅠ 암튼 너무 좋아서 같이 읽었으면 좋겠어서 올려요!

 

1.

 키우던 고양이를 과수원하는 이모집에 맡겼다. 집 밖의 개를 무서워 하던 고양이는 점차 개들과 친해져선 젊은 개들과 사과밭을 뛰어 다녔다. 자주 갈 수 없어서 전화통화나 사진을 보며 지내던 어느날, 개들과 고양이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나흘 나갔다 온 적은 있지만 벌써 일주일째라는 거다. 불안해 하는데 개들이 너구리약을 먹고 죽은게 발견됐단다. 고양이는 없다고..그래서 어디서 잘 지내겠거니 했다. 사실 같이 죽고 어린조카한테는 거짓말 했다는 걸 안 것은 얼마 전이다.

 

2.

외할아버지가 술주정이 그렇게 심하셨단다. 그래서 우리엄마가 대학가시자 마자 이혼하시고, 돌아가실 때까지 멀리 떨어져사셨다. 얼마전에 돌아가셨는데 여섯명 자식들 이름 한번씩 불러주시곤, 외할머니 보고싶다 하셨다. 혼수상태로 이틀을 계시다가 돌아가셨단다. 장례식 사흘동안 외할머니는 장례식에 오지 않으셨다.

 

3.

중학교때, 정말 착한 애가 있었다. 나라면 화낼텐데..싶은 일도 웃으며 넘어가고, 발랄해서 인기가 많았다. 그 아이는 책상에 구멍 파는 것을 좋아했다. 수업시간에 몰래 구멍파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무서울 때도 있었다. 스트레스를 푸는 거였을까. 그 애는 얼마 안가서 싸움을 일으키고 교내봉사를 다녔다. 그 구멍 파놓은 책상으로 상대를 때렸다나 어쨌다나

 

4.

소라게는 크면 더 큰 집을 찾아 밖으로 나온다. 이때 적당한 것을 빨리 못찾으면 그대로 말라 죽게된다. 나온 몸은 꽤 징그럽고, 약해서 약한 자극에 죽기도 한다. 외강내유.

 

5.

잘살았으나 부도가 나고 인수가 되고(IMF같은거로) 이런저런 일로 집이 가난해졌다. 화목하던 집에 웃음이 사라지고 할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장례식날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할아버지 소유의 산에 묻어달라고 하셨지만 팔아버렸고 또 돈이없어 화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죄송하다고 새벽에 혼자 울고계셨다.

 

6.

할아버지는 기계같은 사림이였다. 하루 계획을 칼같이 지키고 감정 표현이 거의 없었다. 어릴 때 조부모님집에서 살았던 나의 눈에는 가끔 머리 쓰다듬어주시는게 기분 좋은 우리 할아버지였지만 할아버지는 늘 로봇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오류가 많은 기계.

 

7.

길은 엄청 길어보이고 당장은 눈앞의 길 밖에 보이지않지만 사실 수백수천, 헤아리기도 무서운 길을 우리는 밟고 서있다. 혹시 막다른 길은 아닌지. 중간에 다른 길로 빠지는 것은 아닌지. 무서워지지만 길의 끝에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을 향해 계속 걸어가는 수밖에.

 

 

제 가족얘기여서 그런지 진짜 찡하고 슬프고 그랬어요..특히 소라게 얘기나 7번 내용은 언니한테 조언을 들은 거 같은 기분이였고 할아버지 얘기는 다 몰랐던 거여서 놀라기도 했고,,감동적이고 찡한 내용이라서 같이 보며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