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카주라호의 사원들을 둘러봅니다. 여러가지 볼 것이 많은 카주라호지만 그 중에서도 사원이 밀집된 지역 두 군데를 일컬어 동부사원군과 서부사원군으로 나눕니다.
먼저 구경하게 된 곳은 동부사원군. 아무래도 서부사원군보다는 규모도 작고 인지도도 떨어지는 까닭인지 아침 일찍 가니 다른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힌두교 양식으로 지어진 사원 건축물이지만 내부에 봉헌된 신은 힌두교의 신이 아닌 자이나교의 성자, 파르스바나트입니다.
그래서 사원의 이름도 파르스바나트 사원이지요.
현관과 지붕 위로 높이 솟은 탑도 아름답지만, 벽면에 새겨진 사람 조각상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멀리 떨어진 채석장에서 붉은 사암을 채취하고 여기까지 운반한 다음, 이렇게 세밀한 조각을 새긴 것을 보면 이런 건축물은 단순히 재물이나 노동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신앙심이 더해져야만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사암이 물러서 조각하기 쉽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돌인데, 마치 찰흙에 새긴 것마냥 세밀한 묘사가 놀랍습니다.
신전 내부의 천장. 무늬가 아름다워 어떻게든 사진을 찍어보려는데, 너무 어두운 까닭에 제대로 찍히질 않습니다.
평소에는 플래시 터뜨리는 걸 안 좋아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겠다 싶어서 플래시 한 번 터뜨리고 찍었는데, 막상 찍을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박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네요.
신전 가장 깊은 곳에 안치된 자이나교 성인의 석상. 자이나교의 부흥 시기가 불교의 부흥 시기와 비슷해서인지 석상의 모습도 불상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높게 솟아오른 지붕은 성스러운 산인 카일라스산을 상징합니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할 것 없이 신성한 장소로 여기는 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미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곳이기도 하지요.
힌두교의 신들이 사는 곳이라고도 하고, 티벳 불교에서는 카일라스산 둘레에 난 순례로를 한 번 돌면 12번 돈 것과 같은 공덕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추앙받는 곳입니다.
사원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두 여인. 자매일까, 모녀일까, 어떤 이유로 기도를 드리는 것일까 괜히 그 속사정이 궁금해 집니다.
쌀을 쌓아놓고 일부는 흩트려놓은 것을 보니 우리나라 무당이 쌀을 던져서 점 치거나 악귀 몰아내는 게 떠오르기도 하네요.
자이나교를 부흥시킨 성인, 마하비라의 석상.
너무 적나라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무소유와 불살생이 자이나교의 특징입니다.
불교는 그래도 가사와 장삼이라도 입는 반면, 자이나교 수도승들은 옷 한벌도 소유하지 않습니다.
유일한 소지품이라고 할 만한 것이 빗자루와 헝겊인데, 혹시 길 가다가 벌레를 밟아 죽일까봐 빗자루로 길을 쓸면서 걷고 물 마시다가 조그만 물고기알이라도 먹게 될까자 헝겊으로 걸러서 마십니다.
워낙 극단적인지라 카스트 제도 타파를 주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 불교에 비하면 교세가 그리 널리 퍼지지는 않았지만,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벌거벗고 빗자루질하면서 다니는 자이나교 수도승들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옷은 절대 입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공의파와 '그래도 옷 한 벌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주장하는 백의파로 종파가 갈리기도 했지요. 재밌는 건 불살생을 강조하다보니 신도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는지라 상업에 종사한 자이나 교도가 많았는데 그 영향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내노라하는 인도 재벌 중에는 자이나 교도도 꽤나 많다는 사실입니다.
동부 사원을 나와서 서부 사원으로 이동합니다.
여러 힌두신들을 모신 사원 건물들이 모여있습니다.
락슈마나 사원 입구에 놓인 사자상.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여인을 어르는 사자상이나 남자와 다투는 사자상이 인도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 조각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자주 발견되는데 안그래도 건물도 비슷비슷하게 생긴지라 방향 헷갈리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바하라 사원에 모셔진 멧돼지 석상. 비슈누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취한 열가지 화신 중 하나가 바로 멧돼지(바하라)입니다.
침몰하는 세상을 어금니로 들어올려 건져냈다고 전해지지요.
몸통에는 수많은 신과 수도자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어김없이 높게 솟은 지붕과 벽면을 장식한 조각들.
힌두 사원 지붕의 높은 탑은 카일라스산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시바 신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시바 신의 남근(-_-;)이지요.
신화에서 시바 신은 항상 발기된 상태라고 전해지는데, 이렇게 형상화된 남근을 링가라고 부르며 시바 신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시바 신의 석상보다 링가 석상이 훨씬 더 많고, 어떤 신전은 신상 대신 링가만 놓인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해하기 힘든 심볼이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힌두교 신자들에게는 십자가가 이해하기 힘든 상징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의 거시기를 숭배하느냐, 신이 처형당한 고문도구에 기도하느냐...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한 미투나 석상도 얼굴 화끈거리지만,
왠지 이렇게 요염한 자세로 옷을 벗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것도 만만치 않게 야한 느낌입니다.
돌을 조각해서 얇은 망사옷을 표현할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 발상입니다.
'카마수트라의 역사'의 저자인 제임스 매커너히는 이 미투나상들을 묘사하길 "풍만한 둔부와 높게 솟은 가슴을 가진 요정들이 허리를 비틀며 그녀들의 육체가 가진 멋진 윤곽과 보석과도 같은 몸매를 신전 외벽에서 뽐내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발바닥에 헤나 문신을 하는 여인의 모습. 그래도 이 정도면 별로 에로틱하지는 않구나 싶다가도 타인에게 발바닥을 보여주는 상황이라는 게 어떤 건지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섹시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미투나상이 다 그렇게 에로틱하거나 종교적인 것 만은 아닙니다.
곳곳에 유머러스한 조각상도 보이는데, 예를 들면 이렇게 거사를 치르려는데 방해하는 원숭이를 쫓아내는 커플의 모습도 있습니다.
신전 한 귀퉁이에는 옆에서 성관계하는 커플의 모습을 훔쳐보며 즐거워하는 코끼리의 조각상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코끼리들은 신전을 떠받치느라 다들 힘들어서 찌푸린 모습인데, 관음증 걸린 코끼리 혼자 구경하며 좋아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하지만 이걸 보고 있자니 인터넷 검색어 중에서 야동이나 포르노그라피 관련 검색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들 역시 이런 소소한 즐거움에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하니 어떻게 보면 현실을 반영한 모습이기도 하네요.
처마를 장식하는 석상. 보수적인 종교인이 카주라호를 방문한다면 '지옥이 따로 없구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곳곳에 음란한 조각상이 널려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괴물 입을 드나들며 즐겁게 놀고 있는 악마들이라니..라고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마하트마 간디도 카주라호의 미투나상을 보고 "다 파괴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했다고도 하지요.
그리고 낯뜨거운 장면은 얼핏 보면 별 거 없어보이는 사원의 벽을 따라 걸으면서도 마주치게 됩니다.
병사들이 말을 타고 행군하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는 담벼락이라도 방심은 금물.
붉게 핀 꽃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신전의 모습.
용감하게 사자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는 병사 (혹은 왕?)의 조각상도 보입니다.
과거를 미래로 보내기 위한 현재의 노력. 다시 말해서 보수공사.
악천후, 바가지 요금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보면 만나게 되는 강적 중의 하나입니다.
관광할만한 유적지는 대부분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보수공사를 하게 될 확률도 높아집니다. 단순히 금간 담벼락을 시멘트로 때우는 수준이 아니라 국보급 유적을 보수하는 작업인지라 한 번 보수공사 들어가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유적지 전체가 폐쇄되지는 않고 그 중 일부만 수리중이라는 점입니다.
미투나상의 다리를 타고 오르는 전갈. 전갈이 남성의 상징이라 은유적 표현으로 조각했다는 말도 있고, 전갈이 얇은 옷 위로 타고 올라오는 감촉이 성감을 자극하는지라 자위행위의 일환으로 전갈을 활용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야말로 목숨을 건 자위가 아닐 수 없는데, 고대 이집트에서도 벌을 집어넣은 나무 통으로 진동 딜도를 만들어 썼다는 기록도 있으니 섹스에 대한 인류의 욕망은 그야말로 끝이 없네요.
조각상의 턱수염을 보면 왠지 페르시아 양식도 좀 섞인듯한 느낌입니다.
보면 볼수록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고, 각자 특색이 있는게 모든 석상의 사진을 다 찍고싶은 욕심이 들 정도입니다.
멀리서 바라 본 사원의 모습.
힌두교 사원이라 그런지 캄보디아 갔을 때 봤던 앙코르와트의 모습이 얼핏 떠오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원들을 한 번 더 둘러봅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아름답고 신성한 사원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남녀상열지사를 세세하게 조각한 미투나상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감보다는, 이러한 방법으로도 열반에 다다를 수 있구나 하는 열정과 신심이 느껴집니다.
사원에서 벗어나 다시 속세로.
섹스를 구도의 길로 삼는 사원에서 벗어나니 섹스를 돈벌이의 길로 삼는 상인들이 가득합니다.
세상 어디에서 카마수트라와 춘화집과 미투나상을 흉내낸 모조 석상을 대놓고 팔 수 있을까요. 카주라호 아니면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관광객을 노리고 만드는 상품들이 다 그렇듯이 품질이 조잡해서 그냥 지나치려는데 눈길을 끄는 상품이 하나 있습니다.
은으로 만든 조그만 남자 거시기 모형.
손가락 한두마디 정도 크기의 조그만 기념품이지만 여기 아니면 어디서 은으로 만든 거시기 모형을 사겠나 싶어 갈등합니다.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자니 상인이 씨익 웃으며 거시기 뒷편에 달린 사슬 고리를 슬쩍 잡아당깁니다.
그러자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발기되는 순은의 거시기. 완전 빵 터지면서 '이건 살 수밖에 없다'고 항복하고 구입했습니다.
그 뒤로는 보는 사람마다 자기 달라고 조르는 인기 만점 열쇠고리가 되어버렸지요. (여자분들에게는 못 보여주지만요)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는데, 구걸하는 아이들이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동냥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거지들에게 시달린지라 어지간하면 그냥 무시를 하던지 볼펜이나 하나 던져주고 말겠는데, 꼬마 남자아이가 어린 여동생과 그보다 더 어린 남동생을 데리고 동냥하는 걸 보니 마음이 짠하네요. 속는 셈 치고 잔돈푼이라도 줘야겠다 싶어서 지갑을 뒤적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역사 경비원이 호통을 치며 쫓아냅니다.
아이들이 울먹이며 쫓겨났으면 더 가슴아팠을텐데, 다행하게도 '불쌍한 영업용 표정'이 싹 바뀌며 '아, 재수없네 표정'을 하며 밖으로 걸어나간 덕에 마음이 살짝 가벼워 집니다. 그래도 저렇게 프로페셔널하게 밥벌이를 하는 걸로 봐서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싶으니 말이죠.
그나저나 인도에서는 기차역 경비원도 스털링 기관단총을 들고 다닙니다. 침대차 경비원도 장총을 들고 다니더니만... 확실히 치안이 안 좋기는 안 좋은 듯.
기차는 어김없이 연착합니다. 석양을 배경으로 지나가는 화물차.
지금처럼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도 없던 때라 할 일이라곤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인도에서의 기차 연착은 너무나도 당연한 만큼, 책이라도 한 권 들고 다니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같은 일행인 아저씨들은 어느 새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꽃놀이에 들어갔지만요. 어디서나 세 명 이상이면 화투판을 벌일 수 있는 의지의 한국인!
[인도]카주라호, 금욕과 음욕의 경계
으... 올리면서 너무 야해서 짤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삭제당하네요.
그래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데! 예술품인데! ㅠ_ㅠ
할 수 없이 너무 야한 부분 빼고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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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카주라호의 사원들을 둘러봅니다. 여러가지 볼 것이 많은 카주라호지만 그 중에서도 사원이 밀집된 지역 두 군데를 일컬어 동부사원군과 서부사원군으로 나눕니다.
먼저 구경하게 된 곳은 동부사원군. 아무래도 서부사원군보다는 규모도 작고 인지도도 떨어지는 까닭인지 아침 일찍 가니 다른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힌두교 양식으로 지어진 사원 건축물이지만 내부에 봉헌된 신은 힌두교의 신이 아닌 자이나교의 성자, 파르스바나트입니다.
그래서 사원의 이름도 파르스바나트 사원이지요.
현관과 지붕 위로 높이 솟은 탑도 아름답지만, 벽면에 새겨진 사람 조각상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멀리 떨어진 채석장에서 붉은 사암을 채취하고 여기까지 운반한 다음, 이렇게 세밀한 조각을 새긴 것을 보면 이런 건축물은 단순히 재물이나 노동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신앙심이 더해져야만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사암이 물러서 조각하기 쉽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돌인데, 마치 찰흙에 새긴 것마냥 세밀한 묘사가 놀랍습니다.
신전 내부의 천장. 무늬가 아름다워 어떻게든 사진을 찍어보려는데, 너무 어두운 까닭에 제대로 찍히질 않습니다.
평소에는 플래시 터뜨리는 걸 안 좋아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겠다 싶어서 플래시 한 번 터뜨리고 찍었는데, 막상 찍을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박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네요.
신전 가장 깊은 곳에 안치된 자이나교 성인의 석상. 자이나교의 부흥 시기가 불교의 부흥 시기와 비슷해서인지 석상의 모습도 불상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높게 솟아오른 지붕은 성스러운 산인 카일라스산을 상징합니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할 것 없이 신성한 장소로 여기는 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미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곳이기도 하지요.
힌두교의 신들이 사는 곳이라고도 하고, 티벳 불교에서는 카일라스산 둘레에 난 순례로를 한 번 돌면 12번 돈 것과 같은 공덕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추앙받는 곳입니다.
사원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두 여인. 자매일까, 모녀일까, 어떤 이유로 기도를 드리는 것일까 괜히 그 속사정이 궁금해 집니다.
쌀을 쌓아놓고 일부는 흩트려놓은 것을 보니 우리나라 무당이 쌀을 던져서 점 치거나 악귀 몰아내는 게 떠오르기도 하네요.
자이나교를 부흥시킨 성인, 마하비라의 석상.
너무 적나라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무소유와 불살생이 자이나교의 특징입니다.
불교는 그래도 가사와 장삼이라도 입는 반면, 자이나교 수도승들은 옷 한벌도 소유하지 않습니다.
유일한 소지품이라고 할 만한 것이 빗자루와 헝겊인데, 혹시 길 가다가 벌레를 밟아 죽일까봐 빗자루로 길을 쓸면서 걷고 물 마시다가 조그만 물고기알이라도 먹게 될까자 헝겊으로 걸러서 마십니다.
워낙 극단적인지라 카스트 제도 타파를 주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 불교에 비하면 교세가 그리 널리 퍼지지는 않았지만,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벌거벗고 빗자루질하면서 다니는 자이나교 수도승들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옷은 절대 입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공의파와 '그래도 옷 한 벌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주장하는 백의파로 종파가 갈리기도 했지요. 재밌는 건 불살생을 강조하다보니 신도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별로 없는지라 상업에 종사한 자이나 교도가 많았는데 그 영향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내노라하는 인도 재벌 중에는 자이나 교도도 꽤나 많다는 사실입니다.
동부 사원을 나와서 서부 사원으로 이동합니다.
여러 힌두신들을 모신 사원 건물들이 모여있습니다.
락슈마나 사원 입구에 놓인 사자상.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여인을 어르는 사자상이나 남자와 다투는 사자상이 인도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 조각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자주 발견되는데 안그래도 건물도 비슷비슷하게 생긴지라 방향 헷갈리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바하라 사원에 모셔진 멧돼지 석상. 비슈누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취한 열가지 화신 중 하나가 바로 멧돼지(바하라)입니다.
침몰하는 세상을 어금니로 들어올려 건져냈다고 전해지지요.
몸통에는 수많은 신과 수도자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어김없이 높게 솟은 지붕과 벽면을 장식한 조각들.
힌두 사원 지붕의 높은 탑은 카일라스산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시바 신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시바 신의 남근(-_-;)이지요.
신화에서 시바 신은 항상 발기된 상태라고 전해지는데, 이렇게 형상화된 남근을 링가라고 부르며 시바 신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시바 신의 석상보다 링가 석상이 훨씬 더 많고, 어떤 신전은 신상 대신 링가만 놓인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해하기 힘든 심볼이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힌두교 신자들에게는 십자가가 이해하기 힘든 상징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의 거시기를 숭배하느냐, 신이 처형당한 고문도구에 기도하느냐...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한 미투나 석상도 얼굴 화끈거리지만,
왠지 이렇게 요염한 자세로 옷을 벗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것도 만만치 않게 야한 느낌입니다.
돌을 조각해서 얇은 망사옷을 표현할 생각을 하다니, 대단한 발상입니다.
'카마수트라의 역사'의 저자인 제임스 매커너히는 이 미투나상들을 묘사하길 "풍만한 둔부와 높게 솟은 가슴을 가진 요정들이 허리를 비틀며 그녀들의 육체가 가진 멋진 윤곽과 보석과도 같은 몸매를 신전 외벽에서 뽐내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발바닥에 헤나 문신을 하는 여인의 모습. 그래도 이 정도면 별로 에로틱하지는 않구나 싶다가도 타인에게 발바닥을 보여주는 상황이라는 게 어떤 건지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섹시한 장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미투나상이 다 그렇게 에로틱하거나 종교적인 것 만은 아닙니다.
곳곳에 유머러스한 조각상도 보이는데, 예를 들면 이렇게 거사를 치르려는데 방해하는 원숭이를 쫓아내는 커플의 모습도 있습니다.
신전 한 귀퉁이에는 옆에서 성관계하는 커플의 모습을 훔쳐보며 즐거워하는 코끼리의 조각상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코끼리들은 신전을 떠받치느라 다들 힘들어서 찌푸린 모습인데, 관음증 걸린 코끼리 혼자 구경하며 좋아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하지만 이걸 보고 있자니 인터넷 검색어 중에서 야동이나 포르노그라피 관련 검색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람들 역시 이런 소소한 즐거움에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하니 어떻게 보면 현실을 반영한 모습이기도 하네요.
처마를 장식하는 석상. 보수적인 종교인이 카주라호를 방문한다면 '지옥이 따로 없구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곳곳에 음란한 조각상이 널려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괴물 입을 드나들며 즐겁게 놀고 있는 악마들이라니..라고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마하트마 간디도 카주라호의 미투나상을 보고 "다 파괴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했다고도 하지요.
그리고 낯뜨거운 장면은 얼핏 보면 별 거 없어보이는 사원의 벽을 따라 걸으면서도 마주치게 됩니다.
병사들이 말을 타고 행군하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는 담벼락이라도 방심은 금물.
붉게 핀 꽃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신전의 모습.
용감하게 사자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는 병사 (혹은 왕?)의 조각상도 보입니다.
과거를 미래로 보내기 위한 현재의 노력. 다시 말해서 보수공사.
악천후, 바가지 요금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보면 만나게 되는 강적 중의 하나입니다.
관광할만한 유적지는 대부분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보수공사를 하게 될 확률도 높아집니다. 단순히 금간 담벼락을 시멘트로 때우는 수준이 아니라 국보급 유적을 보수하는 작업인지라 한 번 보수공사 들어가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유적지 전체가 폐쇄되지는 않고 그 중 일부만 수리중이라는 점입니다.
미투나상의 다리를 타고 오르는 전갈. 전갈이 남성의 상징이라 은유적 표현으로 조각했다는 말도 있고, 전갈이 얇은 옷 위로 타고 올라오는 감촉이 성감을 자극하는지라 자위행위의 일환으로 전갈을 활용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야말로 목숨을 건 자위가 아닐 수 없는데, 고대 이집트에서도 벌을 집어넣은 나무 통으로 진동 딜도를 만들어 썼다는 기록도 있으니 섹스에 대한 인류의 욕망은 그야말로 끝이 없네요.
조각상의 턱수염을 보면 왠지 페르시아 양식도 좀 섞인듯한 느낌입니다.
보면 볼수록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고, 각자 특색이 있는게 모든 석상의 사진을 다 찍고싶은 욕심이 들 정도입니다.
멀리서 바라 본 사원의 모습.
힌두교 사원이라 그런지 캄보디아 갔을 때 봤던 앙코르와트의 모습이 얼핏 떠오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원들을 한 번 더 둘러봅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아름답고 신성한 사원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남녀상열지사를 세세하게 조각한 미투나상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감보다는, 이러한 방법으로도 열반에 다다를 수 있구나 하는 열정과 신심이 느껴집니다.
사원에서 벗어나 다시 속세로.
섹스를 구도의 길로 삼는 사원에서 벗어나니 섹스를 돈벌이의 길로 삼는 상인들이 가득합니다.
세상 어디에서 카마수트라와 춘화집과 미투나상을 흉내낸 모조 석상을 대놓고 팔 수 있을까요. 카주라호 아니면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관광객을 노리고 만드는 상품들이 다 그렇듯이 품질이 조잡해서 그냥 지나치려는데 눈길을 끄는 상품이 하나 있습니다.
은으로 만든 조그만 남자 거시기 모형.
손가락 한두마디 정도 크기의 조그만 기념품이지만 여기 아니면 어디서 은으로 만든 거시기 모형을 사겠나 싶어 갈등합니다.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자니 상인이 씨익 웃으며 거시기 뒷편에 달린 사슬 고리를 슬쩍 잡아당깁니다.
그러자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발기되는 순은의 거시기. 완전 빵 터지면서 '이건 살 수밖에 없다'고 항복하고 구입했습니다.
그 뒤로는 보는 사람마다 자기 달라고 조르는 인기 만점 열쇠고리가 되어버렸지요. (여자분들에게는 못 보여주지만요)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는데, 구걸하는 아이들이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동냥을 하고 있습니다.
워낙 거지들에게 시달린지라 어지간하면 그냥 무시를 하던지 볼펜이나 하나 던져주고 말겠는데, 꼬마 남자아이가 어린 여동생과 그보다 더 어린 남동생을 데리고 동냥하는 걸 보니 마음이 짠하네요. 속는 셈 치고 잔돈푼이라도 줘야겠다 싶어서 지갑을 뒤적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역사 경비원이 호통을 치며 쫓아냅니다.
아이들이 울먹이며 쫓겨났으면 더 가슴아팠을텐데, 다행하게도 '불쌍한 영업용 표정'이 싹 바뀌며 '아, 재수없네 표정'을 하며 밖으로 걸어나간 덕에 마음이 살짝 가벼워 집니다. 그래도 저렇게 프로페셔널하게 밥벌이를 하는 걸로 봐서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싶으니 말이죠.
그나저나 인도에서는 기차역 경비원도 스털링 기관단총을 들고 다닙니다. 침대차 경비원도 장총을 들고 다니더니만... 확실히 치안이 안 좋기는 안 좋은 듯.
기차는 어김없이 연착합니다. 석양을 배경으로 지나가는 화물차.
지금처럼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도 없던 때라 할 일이라곤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인도에서의 기차 연착은 너무나도 당연한 만큼, 책이라도 한 권 들고 다니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같은 일행인 아저씨들은 어느 새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꽃놀이에 들어갔지만요. 어디서나 세 명 이상이면 화투판을 벌일 수 있는 의지의 한국인!
몇 시간의 연착 끝에 도착한 기차를 타고 다시 예닐곱 시간을 이동해서 도착한 아그라.
한밤중에 도착한지라 곧바로 짐을 풀고 자려는데 뒷마당에서 쉴새없이 쿵짝쿵짝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커튼을 열고 보니 출장뷔페에 DJ까지 부른 큰 잔치입니다. 가운데 무대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앉아있는 걸로 봐서는 환갑잔치인 듯.
인도에서는 환갑잔치도 디스코 추며 즐기는구나 싶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신기함도 잠시, 오랜 여정에 지친지라 떠들석한 소음에도 불구하고 잠이 듭니다.
이제 다음 여정은 인도 여행의 백미, 타지마할을 구경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