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만에 온 연락. 오늘 너를 만났고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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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번 더 이별을 통보 받았다. 최악의 결말이야.


바쁜 회사일에 날 신경쓰기 힘들고
권태기가 온 것 같다며 넌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했지.

나는 담담하게 기다리겠다고 말하며 조용히 나를 가꾸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매일 일이 끝나면 2시간씩 운동하고 집에선 공부하며 바쁘게 보내고
틈나는대로 전시회도 가고 영화도 많이 보고 휴가내고 혼자 여행도 갔지.
술은 마시면 기분만 쳐지고 혹시나 실수할까봐 입도 안댔다.

그러던 중에 어제 너한테 카톡이 왔어.
"갑자기 미안한데 우리 내일 볼까?"
역시 연락 올 사람은 오는구나 생각하며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너무 기뻤지만 딱딱한 너의 말투에 왠지 모를 불안감도 들었어.
하지만 아직 너의 SNS에 남아있는 내 사진과
전에 내가 준 꽃다발을 들고 찍은 카톡프사에 희망을 걸고 씩씩하게 약속장소로 갔지.

2달 동안의 나의 노력과 감정들. 너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 나만큼 잘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 만나기 힘들거라는 말. 후회할 것 같으면 천천히 다시 생각해보자는 말.
준비한대로 잘 한 것 같아.

하지만 돌아온 너의 대답은 상상 이상이었어.


잘 지내는 것 같아 보기좋다 쭉 그렇게 잘 지내라.

바쁘게 지내는 동안 네 생각, 네 신경 안써서 편했다.

나에게 의지하려던 너가 부담스러웠다.

사진은 다 지운 줄 알았는데 대충봐서 놓친 게 많았던 거다. 그런 거 제대로 신경 쓸 겨를 없었다.

프로필 사진은 의미 없이 올렸던 거였고

이제 너에게 아무 감정 없고 마음의 정리가 끝난 상태였는데 네 얼굴보니 확신이 든다.

미련은 가지지 마라.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다.

인연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


결국 넌 카톡으로 이별통보한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만나서 한 번 더 이별을 통보한 거였어.
난 마음같아서는 당장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그게 서로의 마지막 모습이 될 것 같아서 말없이 네 얼굴만 바라봤지.
그런데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예전의 눈빛이 아닌 걸 보고서
나는 바로 일어나 집으로 향했어.
집으로 가는 중에 몇 번이나 울컥했지만 입술 깨물면서 꾹꾹 억눌렀어.

너가 후회하도록 정말 잘 지낼거야
보기 좋다던 내 모습 계속 지켜봐줘.
그리고 언젠가 너도 나와 똑같이 당하고 오늘의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PS. 전 남자고 그 사람이 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