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힘이 드네요.

푸름2016.03.22
조회16,618

조금 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감성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쯤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냥 평범한 이야기를 남겨주신대도 감사할 것 같아요.

 

 

여자친구는 20대 초반, 저는 20대 중반의 프리랜서입니다.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를 만나서 1년 가까이 예쁘게 잘 만나고 있어요. 


전 생각날때마다 꽃이나 소소한 선물들을 자주 안겨주고, 편지들도 자주 챙겨주고 그러는 편이에요. 지금까지도 서로 존댓말을 쓰면서, 혹여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서로 존중하면서 잘 이야기하고, 대화하는걸 본 주변 사람들도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만나냐면서 부러워 할 만큼요. 다들 남매가 아니냐고 할만큼 닮았고, 취향까지도 저와 닮은 면이 많은 사람이에요.

 

 

연애 초반에 여자친구가 집안 문제나 현실적인 문제들도 이별을 이야기했지만, 제가 한결같이 있어주고, 언제나 네 편일거라고 말해주면서 두달 가까이 이야기를 하며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여자친구가 어려운 집안 형편이나 과거의 관계들로 인한 상처들로 인해 맘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정말 저뿐이고 많이 사랑해준다는걸 느꼈지요. 생활력도 강하고, 주관도 뚜렷하고, 열정도 있고, 싹싹하고.제 여자친구지만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얼마전 제가 일에 무척 찌들어서 힘들어할때 도시락을 싸서 일하는 곳까지 찾아오고, 제가 잠든 사이 설거지나 집안 청소같은걸 다 해놓고 간 것을 보고 무척 놀랐어요. 그리고 마음을 열어가는 이 사람을 보면서, 이 사람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사실 제가 마음이 그리 건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어렸을때부터 집안 환경이 너무 어려워서, 서로를 미워하기만 했던 가족들 사이에서 자랐었고. 남들이 캠퍼스의 로망을 누리고 있을때 10개도 넘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살아왔거든요. 해외여행도, 클럽도, 그냥 모든게 다른 세상 이야기였고,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았던 적도 있고요. 지금이야, 책도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도 정리하면서 괜찮아졌지만요.

 

 그리고 군대를 갔다와서, 대학교를 다시 가겠다고 대학 입시를 하고... 정신없이 보내보니, 연애라고 할만한 연애를 한 적도 없는데 사회적 나이는 20대 중반이 되어있더라구요. 그런데 제 마음은 아직도 철없는 고등학생 같기만 해요. 쉽게 무너져버리고, 불안정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나도 불안했어요. 그럼에도 여자친구에겐 든든한 남자친구이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고 싶어서 애쓰고 있을 뿐이지요. 사실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던 것인지도 몰라요. 이렇게 철없고 어리석은 사람이란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요.

 

나를 키워주었던 부모님조차 결국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나를 버렸었고, 가족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는데... 그래서, 제 목표는 어떻게든 성공하고, 자리를 잡아서. 제가 돌아갈 곳을 만드는거에요. 제가 돌아왔을때, 따스하게 반겨줄 사람들이 있는 곳을요. 그리고 그게 지금의 여자친구였으면 좋겠어요. 아직 이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나도 이르지만, 제 마음은 그래요.

 

 

수도권이긴 하지만, 가깝다곤 할 수 없는 거리에서 살고 있거든요. 그렇게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제가 보내고 있던 일상의 많은 부분들과 관계들을 스스로 포기해야 했고, 지금은 서로에게 서로가 관계의 전부라 여겨질만큼 사회적 관계가 좁아진걸 느껴요.

 

 

그런데 그런 상황들 속에서.. 요즘들어 더더욱, 마음이 무너져버릴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어요. 말씀드렸듯 지금 여자친구와 함께하는 많은 것들이 제겐 처음인데, 여자친구에겐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지나간 과거고 그럴 수도 있는건데, 머리로는 아는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문득 느껴지는 과거의 흔적들을 느낄때마다,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내겐 이 사람이 전부인데, 이 사람에게는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을테고, 사랑받으면서 자랐을거란 생각이 들면, 내가 못견딜만큼 초라하게 느껴지는거에요.. 그리고 여자친구가 사소한 일로 기분이 좋지 않거나 하면 나때문인가, 혹시 나와 헤어지려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급격하게 불안해지고 우울해지곤 해요. 연애라는게 더 좋아하는 사람이 힘든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애써 집착하진 않으려고 하지요. 그러면 멀어질까봐. 부담스러워할까봐.

 

 

오늘 저녁에도, 통화를 하다 여자친구가 기분이 좋지 않다 하곤 연락이 없는데, 이런 순간들이 너무 힘들어요.

원래 SNS를 잘 안보는 여자친구가 연락이 잘 안되거나, 서운한 날이 있다거나 해도.. 저는 화를 낼 수 없어요. 한번 떠났던 이 사람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다시 떠나버릴까 두렵거든요. 주말 내내 같이 있다가, 잘가라는 인사와 함께 이 사람을 보내고 나면, 나머지 5일은 이 사람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괴롭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려니 하고 생각하려 해도...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까지도 이런 불안들을 안고 만나다 보면, 어느날엔가 마음이 왈칵 하고 무너져서, 쏟아져버릴까 두려워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사실 둘 다 같은 분야의 예체능을 전공하고 있다보니 감정 기복도 크고 감수성도 예민해서 유독 더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마음이에요. 사랑이란게, 참 어렵군요. 서로 아껴주고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예쁘게 만나면 되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게는 그런 것들이 과분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최근들어 마음을 종잡을 수가 없네요.



언젠가 여자친구가 제게 써준 편지에 그런 말이 있었어요.

'오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외로운 어린아이의 모습까지도 진정으로 사랑해요.'라고요.

이 사람은 제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믿어주었는데, 오히려 이 사람을 믿지 못한건 저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네요..



저는 정말로 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하는걸까요. 어떻게 생각해야하는걸까요.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감추고 이어가는 관계란건...



두서도 없고,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조언이라도 좋으니 덧글 남겨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