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분하게 부엌으로 갔다. 나는 차분하게 서랍을 열었다. 나는 차분하게 식칼을 꺼냈다. 나는 차분하게 식칼을 씻었다. 나는 차분하게 식칼을 집었다. 나는 차분하게 가방에 넣었다. 나는 차분하게 인터넷 검색했다. 나는 차분하게 전화를 걸었다.
팻두(Fatdoo)의 '악플러를 찾아가 손가락을 잘랐다.' 가사 中
"어디 보자. 오늘은 어떤 년놈을 제물로 삼을까?"
용준은 오늘도 컴퓨터에 앉아 먹잇감을 노렸다. 3년째 무기력한 취업 준비생인 그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전사이자 사냥꾼이 되었다.
"좋다. 오늘의 제물은 너다. 크크크."
그는 몇 달 전부터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곳 인터넷에 악플다는 것으로 풀었다. 오늘 그의 제물은 최근 모 남자 배우와 헤어졌다는 여자 아이돌 '나래' 였다.
"너 같은 년들이... 남자들을 우습게 알지. 한번 당해봐라."
용준의 키보드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시작되었다. 그의 현란한 악플들이...
[제가 실제로 봤는데 나래 제 모 백화점 흡연실에서 엄청나게 담배를 피우더라구요. 꼴초녀 꺼져!]
[그거 아세요? 나래랑 같은 고등학교 다녔는데 고등학교 때 제 일진이라 매일 밤 이 남자 저 남자랑....별명이 머신이었어요. 무슨 머신인지 다들 짐작 하시죠? ^^]
[사촌 오빠가 방속국에서 일하는데 나래 싸가지 장난 아니라네요. 지 보다 나이 많은 스텝한테 반말 찍찍하고 저번에는 코디가 실수했다고 뺨을 때리더래요...]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동생인 윤주가 들어왔다.
"오빠 나 논문 써야 돼. 나와."
"너...노트북 있잖아."
"친구 집에 놔두고 왔어. 얼른 나와."
"나도.... 이력서 써야 돼."
"뻥까시네. 또 이상한 야동이나 연예인 악플이나 달거면서. 엄마한테 이르기 전에 빨랑 나와."
엄마한테 이른다는 말에 용준은 하는 수 없이 동생에게 컴퓨터를 양보했다. 그때 방을 나가는 그의 등 뒤로 동생 윤주 목소리가 들렸다.
"등신새끼."
"너...지금 뭐라고 했어?"
"응? 뭐가?"
"너...지금 나한테 욕 했지?"
"뭔 헛소리야. 나 바쁘니까 얼른 나가."
용준은 화가 머리 끝까지 솟구쳤으나 하는 수 없이 방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동생은 서울의 잘나가는 대학에서 석사준비 중이었고 대기업인 S전자에 취업이 확정된 상태였다.
"김용준씨 성격하고는 우리 회사랑 잘 안맞는 것 같네. 미안하네. 수습기간이라는게 원래.."
하지만 자신은 지방 3류대학교 출신으로 힘들게 취업했던 조그만 기업에서도 수습직원 3개월 만에 잘렸다. 그 후로 3년 동안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으로 하는 것 없이 집에서 밥만 축 내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저기..나 만원만."
용준은 불편한 집을 피해 PC방으로 가려고 엄마에게 만원을 달라고 했다. 엄마는 용준을 한참 동안 바라본 후 한숨을 쉬며 지갑에서 돈 만원을 꺼내서 건넸다.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엄마의 시선을 피해 만원을 받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시바! 그지 같은 세상. 아휴."
용준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자신이 취업을 못하는 신세가 현재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 생각했다. 언론에서도 청년실업자 수가 백만을 넘어서 사회적인 큰 문제라고 떠들지 않았던가.
그런데 자신이 마치 죄인처럼 집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모든게 정치인들의 잘못이고, 자신의 능력을 못 알아보는 사회가 잘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나보고 어쩌라고. 썅!"
다시 소리를 지르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10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고 앞에는 마치 연예인처럼 아름답게 생긴 젊은 여자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나 보다. 용준은 또 다시 죄인인 마냥 고개를 숙였다. 여자는 잠시 더 머뭇거리다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여자가 뿌린 은은한 향수냄새가 퍼졌다. 자신에게서 나는 쾌쾌한 냄새와는 정반대되는 감미로운 향이었다.
키가 170cm도 안되고 아직까지 여드름투성이인 자신은 아마도 평생 저런 여자와 사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둘만 있자 묘하게 흥분되었다. 용준은 영화처럼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고장나 멈췄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여자는 문이 열리자마자 핸드폰 통화버튼을 누르며 내렸다.
"아 짜증나 자기. 이상하게 생긴 남자가 계속 엘리베이터 안에서...."
용준은 여자가 하는 말을 들었으나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했다. 여자 말대로 자신은 변태 오크같이 생겼으니까...
그는 여자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1층의 우편함 앞에서 서성였다.
"응?"
그러다가 문득 우편함에 시선이 갔다. 거기에는 조금 전 그녀가 살고 있는 10층의 우편함에 우편물이 꽂혀있었다. 용준은 주위를 살핀 후 우편물을 몰래 꺼내었다.
"○△여대 김이나..."
대학교에서 발송한 우편물에는 수신인 이름이 적혀있었다. 아마도 엘리베이터 그녀 일거라 확신했다. 용준은 다시 우편물을 우편함에 넣었다.
"재학중인 학교와 이름만 알면 끝이지..."
용준은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PC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있을 그의 현란한 악플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되어 호흡이 빨라졌다. 당분간의 제물은 엘리베이터 그녀다.
악플러(1)
나는 차분하게 부엌으로 갔다.
나는 차분하게 서랍을 열었다.
나는 차분하게 식칼을 꺼냈다.
나는 차분하게 식칼을 씻었다.
나는 차분하게 식칼을 집었다.
나는 차분하게 가방에 넣었다.
나는 차분하게 인터넷 검색했다.
나는 차분하게 전화를 걸었다.
팻두(Fatdoo)의 '악플러를 찾아가 손가락을 잘랐다.' 가사 中
"어디 보자. 오늘은 어떤 년놈을 제물로 삼을까?"
용준은 오늘도 컴퓨터에 앉아 먹잇감을 노렸다. 3년째 무기력한 취업 준비생인 그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전사이자 사냥꾼이 되었다.
"좋다. 오늘의 제물은 너다. 크크크."
그는 몇 달 전부터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곳 인터넷에 악플다는 것으로 풀었다. 오늘 그의 제물은 최근 모 남자 배우와 헤어졌다는 여자 아이돌 '나래' 였다.
"너 같은 년들이... 남자들을 우습게 알지. 한번 당해봐라."
용준의 키보드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시작되었다. 그의 현란한 악플들이...
[제가 실제로 봤는데 나래 제 모 백화점 흡연실에서 엄청나게 담배를 피우더라구요. 꼴초녀 꺼져!]
[그거 아세요? 나래랑 같은 고등학교 다녔는데 고등학교 때 제 일진이라 매일 밤 이 남자 저 남자랑....별명이 머신이었어요. 무슨 머신인지 다들 짐작 하시죠? ^^]
[사촌 오빠가 방속국에서 일하는데 나래 싸가지 장난 아니라네요. 지 보다 나이 많은 스텝한테 반말 찍찍하고 저번에는 코디가 실수했다고 뺨을 때리더래요...]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동생인 윤주가 들어왔다.
"오빠 나 논문 써야 돼. 나와."
"너...노트북 있잖아."
"친구 집에 놔두고 왔어. 얼른 나와."
"나도.... 이력서 써야 돼."
"뻥까시네. 또 이상한 야동이나 연예인 악플이나 달거면서. 엄마한테 이르기 전에 빨랑 나와."
엄마한테 이른다는 말에 용준은 하는 수 없이 동생에게 컴퓨터를 양보했다. 그때 방을 나가는 그의 등 뒤로 동생 윤주 목소리가 들렸다.
"등신새끼."
"너...지금 뭐라고 했어?"
"응? 뭐가?"
"너...지금 나한테 욕 했지?"
"뭔 헛소리야. 나 바쁘니까 얼른 나가."
용준은 화가 머리 끝까지 솟구쳤으나 하는 수 없이 방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동생은 서울의 잘나가는 대학에서 석사준비 중이었고 대기업인 S전자에 취업이 확정된 상태였다.
"김용준씨 성격하고는 우리 회사랑 잘 안맞는 것 같네. 미안하네. 수습기간이라는게 원래.."
하지만 자신은 지방 3류대학교 출신으로 힘들게 취업했던 조그만 기업에서도 수습직원 3개월 만에 잘렸다. 그 후로 3년 동안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으로 하는 것 없이 집에서 밥만 축 내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저기..나 만원만."
용준은 불편한 집을 피해 PC방으로 가려고 엄마에게 만원을 달라고 했다. 엄마는 용준을 한참 동안 바라본 후 한숨을 쉬며 지갑에서 돈 만원을 꺼내서 건넸다. 자신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엄마의 시선을 피해 만원을 받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시바! 그지 같은 세상. 아휴."
용준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자신이 취업을 못하는 신세가 현재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 생각했다. 언론에서도 청년실업자 수가 백만을 넘어서 사회적인 큰 문제라고 떠들지 않았던가.
그런데 자신이 마치 죄인처럼 집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모든게 정치인들의 잘못이고, 자신의 능력을 못 알아보는 사회가 잘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나보고 어쩌라고. 썅!"
다시 소리를 지르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10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고 앞에는 마치 연예인처럼 아름답게 생긴 젊은 여자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나 보다. 용준은 또 다시 죄인인 마냥 고개를 숙였다. 여자는 잠시 더 머뭇거리다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여자가 뿌린 은은한 향수냄새가 퍼졌다. 자신에게서 나는 쾌쾌한 냄새와는 정반대되는 감미로운 향이었다.
키가 170cm도 안되고 아직까지 여드름투성이인 자신은 아마도 평생 저런 여자와 사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 둘만 있자 묘하게 흥분되었다. 용준은 영화처럼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고장나 멈췄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여자는 문이 열리자마자 핸드폰 통화버튼을 누르며 내렸다.
"아 짜증나 자기. 이상하게 생긴 남자가 계속 엘리베이터 안에서...."
용준은 여자가 하는 말을 들었으나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했다. 여자 말대로 자신은 변태 오크같이 생겼으니까...
그는 여자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1층의 우편함 앞에서 서성였다.
"응?"
그러다가 문득 우편함에 시선이 갔다. 거기에는 조금 전 그녀가 살고 있는 10층의 우편함에 우편물이 꽂혀있었다. 용준은 주위를 살핀 후 우편물을 몰래 꺼내었다.
"○△여대 김이나..."
대학교에서 발송한 우편물에는 수신인 이름이 적혀있었다. 아마도 엘리베이터 그녀 일거라 확신했다. 용준은 다시 우편물을 우편함에 넣었다.
"재학중인 학교와 이름만 알면 끝이지..."
용준은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PC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있을 그의 현란한 악플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되어 호흡이 빨라졌다.
당분간의 제물은 엘리베이터 그녀다.
현실에서 변태 오크인 그는 컴퓨터 앞에선 뛰어난 전사이자 훌륭한 사냥꾼이었다.
출처 : http://novel.naver.com/best/list.nhn?novelId=464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