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로윈을 기념하지 않는다. 트릭-오어-트릿 (trick or treat)을 외치는 애들이 쏟아져 나와 마을을 돌아다닐 쯤이면, 항상 우리 집 현관 불이 꺼졌는지, 모든 블라인드가 꼼꼼히 내려와 있는지 확인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도 벨을 누르는 사람이 있을 경우, 나는 내 침실에 숨어 그들이 또 누르지 말고 그냥 가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닌자 거북이 마스크나 흰 천 아래에 있는 사람이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클라크 할매일지도 모른다.
클라크 할매는 내가 할로윈 기념을 관둔 이유이다. 홀리스필드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클라크 할매로 알려진 애비게일 클라크는 현존하는 가장 친절하고 착한 노인이었다. 그녀는 광활하게 펼쳐진 숲과 경계를 이루는 낙엽송 수목한계선의 가장 윗부분에 위치한 작은 녹색 집에서 살았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한, 그녀는 언제나 그 집에서 살아왔다. 누군가는 나에게 할매가 100살이 넘었다고 말해주었고, 그 소리를 엿들은 어느 누구도 그 주장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뿐이었다.
쥬니퍼 거리, 내가 사는 그 거리는 클라크 할매네와 같은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숲 사이로 산길이 나있었고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그녀의 집으로 통하는 진입로로 이어졌다. 오후시간이면 그 숲에서 놀거나 나무에 오르고,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요새를 짓거나 혹은 늑대가 내 꽁무니를 쫓아오는 마냥 할매네 진입로에서부터 쥬니퍼 거리까지 산길을 타고 미친듯이 달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난 언제나 할매 근처에에 가면 불안함을 느끼곤 했다. 어쩌면 등이 굽어서 걸어다니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할매의 팔은 언제나 티라노사우르스처럼 팔꿈치 부분에서 굽혀져 나왔으니까. 어쩌면 어느 방향에서 봐도 눈에 확 띄는 흰 머리칼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낮 동안 할매의 반투명하고도 검버섯 핀 피부 아래로 보이는 혈관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할매의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길고 얇아서일지도.
내가 7살이던 해, 엄마는 나를 데리고 할매네 집에 간 적이 있었다. 엄마와 할매는 그때 당시 지역 페어를 위해 함께 공예품과 관련된 일을 추진 중이었기 때문이다. 할매의 작은 초록 집에서 풍기던 라벤더와 좀약 뒤섞인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방들에는 아이들의 사진이 죽 걸려져 있었다. 몇 사진들은 흑백이거나 수 년 전에 찍힌 사진마냥 희미해져 있기도 했다.
“할매네 아이들이에요?” 할매에게 내가 물었다.
할매는 미소를 짓더니 방을 한번 돌아보며 대답했다. “이 아이들은 전부 내 사랑스런 자식들이지.”
그리고 나서, 엄마와 손을 잡고 산길을 따라 쥬니퍼 거리를 따라 내려오며 엄마에게 어떻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자식을 가질 수 있는지 놀랍다며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내 말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들은 할매네 아이들이 아니야. 클라크씨는 자식이 없단다. 그 아이들은 죄다 다른 사람 아이들이야.”
“그럼 할매는 왜 다른 사람의 아이들 사진을 걸어놔요?”
“그 사람들이 할매한테 아이들 사진을 줬거든.”
“엄마, 내 사진도 줬어요?”
“아니, 아직.”
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발 절대 주지 말아요.”
엄마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집까지 가는 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5년 뒤, 나는 친구 스펜서와 함께 할로윈에 트릭-오어-트릿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스펜서는 로즈먼드 거리에 살았는데, 그 거리는 수목선을 포함한 다른 많은 거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로즈먼드와 그 주변 이웃들은 마을 내에서 사탕을 얻으러 다니기에는 최적의 동네였다. 내가 사는 가까운 곳보다 훨씬 더 좋았으니까. 우리는 함께 양쪽 부모님들에게 스스로 돌아다닐 만큼 머리가 굵어졌다고 열심히 설득혔다. 어쨌든 결국은 갈거라고.
하지만 그 당시 내가 몰랐던 사실은, 스펜서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안대, 검은 염소 수염과 어깨에는 앵무새 인형을 찍찍이로 붙여 해적으로 분장한 나를 아빠가 스펜서네 집 앞에 내려줬을 때, 스펜서는 이미 집 현관 계단에 앉아있었다. 아마 좀비나 차 사고를 당한 피해자로 분장한 것 같았는데, 둘 중 정확히 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의 옷은 죄다 찢겨 분장용 피로 얼룩져 있었고, 팔과 얼굴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로 보이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왁스 같은 것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다. 나는 스펜서가 그렇게까지 그로테스크해보이게 만들려 노력했다는 그 자체에 꽤나 감탄했다.
아빠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스펜서는 내 팔을 잡더니 집 앞에 있던 나를 차고로 잡아 끌었다.
“봐봐,” 그가 말했다. “내가 뭐 해야 하는데 (pull something off: ‘해내다’라는 의미도 있는데 다음 문장에서 pull off의 중의적인 의미로 농담을 했네요) 그거 좀 도와줘.”
“바지 당기는게 아니길 바랄게.”
“하하.” 스펜서는 갑자기 나에게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쉬가 나한테 클라크 할매한테 장난치고 오랬거든.”
같은 학년의 조시 거레이는 스펜서가 종종 같이 내기를 거는 애였다. 스펜서가 체육 시간에 1분 안에 메다 꽂은 이래로 그 둘은 언제나 옥신각신 해왔다. 그 때부터, 조쉬는 언제나 다른 또래 애들 앞에서 스펜서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고, 그럴 때마다 스펜서는 언제나 무시해왔는데, 아마 자존심의 문제에서 그랬을 것이다.
“클라크 할매?” 누구에게 뭘 하는 것도, 심지어 노인에게 한다는 자체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펜서는 내 눈에서 불안감을 본 것 같았다. “아니 뭐 심한거 할 건 아니야.”
“계획이 뭔데?”
“간단해,” 스펜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가 앞문에서 사탕을 받으며 주의를 빼앗아. 그냥 계속 말하게끔 말이야. 그럼 내가 뒷문으로 가서-“
“안돼!” 내가 소리를 쉭 질렀다. “무단침입하는데 공범이 되진 않을거야!”
“무단침입을 하자는게 아니야. 할매는 항상 뒷문은 열어두거든.”
거 참 알고 있기 이상한 사실이었다.
“어쨌든, 내가 뒷문으로 들어가서 윗층에 있는 침실에다 휴지를 몽땅 풀어두는 거야.” 그리고 그의 계획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스펜서는 자신의 사탕 주머니에서 커다란 화장실 롤휴지를 꺼내 보였다.
“그럼 주쉬한테는 어떻게 증명할건데? 니가 눈이 반쯤 안 보이는 할매네 집에 휴지를 뿌렸다고 어떻게 증명하는데?”
“도와준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하기 싫으면 그냥 집에 가던가.”
우리는 몇 분 간 분장한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았고, 결국은 내가 한숨을 쉬며 동의했다.
“그래도 거기 가기 전에 일단 사탕은 좀 받기야,” 내가 말했다. “안 그러면 나중에 우리 부모님이 딴짓한거 아실 수도 있단 말이야.”
“당연하지! 나도 사탕 먹고 싶다고. 참나.”
그렇게 우리는 준비를 시작했다. 너무 뻔히 드러나지 않도록, 우리는 대략 30분 동안 동네를 기웃기웃 돌아다니며 해가 질 무렵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들 수목선으로 향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야 누군가가 우리가 그곳으로 들어간다 해도 쉽게 기억해내지 못할 테니까. 행여나 늙은 할매를 놀래켜 죽게 만들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내 알리바이를 뒷받침해줄 사탕도 충분히 얻었다. 주먹이 꽉 쥐어진 것 같은 배 상태로 보아하니 썩 괜찮은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해적 코스튬 안에서 너무 더웠지만 내 몸은 불안함으로 덜덜 떨려왔다.
마침내, 가로등이 켜지고 모든 고블린과 땅속 요정들이 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스펜서는 내 옆구리르 한번 쿡 찌르더니 조용히 숲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 대한 답으로 고개를 주억거렸고, 둘 다 수목선을 향해 가장 짧은 거리로 걸어가며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게 짤막한 대화를 계속했다. 마침내 수목선 끝자락에 도착했을 무렵, 스펜서는 팔을 뻗더니 나를 저지했다. 그렇게 둘 다 멍하니 서서 언덕 제일 위에 있는 작은 초록집을 바라보았다.
현관의 등이 꺼져있었다.
“젠장!” 스펜서가 나직이 뱉었다.
“흠, 할매가 자네. 미션 중지.”
하지만 내가 몸을 돌리자 스펜서가 내 팔을 잡았다.
“잠깐만, 할매가 부엌 쪽에서 움직이는게 보여.”
분명 부엌에서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지까진 안 보이고, 그저 실루엣 하나가 집안 너머에 있었다. 스펜서가 들어가려는 그 뒷문 바로 그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스펜서는 가방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내 내 가슴팍에다 밀었다.
“자, 이거 받아.”
나는 그가 준 물건을 받아 들었다.
“워키토키? 장난함?”
“사탕 가방에 넣어둬. 가서 벨 누르고. 행여나 할매 오래 못 붙들어놓을 것 같으면 앞에 있는 버튼 두 번 누르면 돼.그럼 내가 듣고 도망갈 테니까.”
“새꺄, 앞에 등이 꺼졌다고!”
스펜서는 나를 쳐다보았고, 그의 두 눈에서 절망감이 보였다. 그는 이 멍청하고 어리석은 방법을 통해 조쉬에게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만 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스펜서를 돕지 않는다면, 분명 이보다 더 멍청한 짓을 저지를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학교로 돌아가 조쉬에게 차마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등 더 최악의 방법을 선택한다던가.
나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 워키토키를 가방에 던져 넣었다.
“가서 후딱 하고 와. 그 할매 소름끼친단 말이야.”
스펜서는 몸을 숙이고는 길에 난 나무와 덤불을 따라 낮게 움직였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어둠 속에서 허둥대며 부시럭거리거나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혹은 발에 걸려 욕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스펜서가 사라진 뒤, 나는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곤 그 작은 초록색 집을 올려다 보았다. 갑자기 커보이는 그 집은 더 어두운 초록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물론 내 마음에 있는 두려움이 장난을 치는 거라고 알고 있기는 했지만. 유리창 너머로 애비게일 “할매” 클라크가 부엌 어딘가에서 계속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였고, 이따금 코너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곧바로 맞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앞 현관 계단을 올라가면서 오른손으로 가방 안의 워키토키 앞면이 위로 향하고 있는지, 혹시 급한 상황이 왔을 때 곧바로 버튼을 누르기에 용이한지 확인해 보았다. 아마 이마에 갑작스레 맺힌 땀 때문에 분명 내 해적 분장이 무너지고 있었을 것이다. 어깨 위에 붙어있는 앵무새 인형은 점점 더 무겁게만 느껴졌다. 내 안 깊숙이 어딘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계속해서 “여기서 도망가고 싶어.”라고 되뇌었다. 분명 어느 순간에라도 힘껏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또라이가 되던가, 닥치던가.” 나는 누구도 듣지 않을 말을 속삭였다.
손가락이 벨을 누르려 하지 않았다. 약 1분 간 공포에 절어 그저 그 위를 맴돌 뿐이었다. 그러던 찰나, 가방 안에 있는 워키토키에서 시끄럽게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마치 심장이 휘청하는 기분에 급히 가슴을 부여잡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분명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을 스펜서에게 이를 꽉 깨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벨을 눌렀다.
집안에서 들려오던 부산한 소리가 뚝 끊어졌다. 안에서 들리던 퉁탁대던 소리에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갑자기 침묵이 돌아오자, 내가 그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미친듯이 들려오던 그 소리가 어느 순간 뼈저리게 느껴졌다. 스윽하는 소리, 그리고 쿵, 그리고 더 큰 쿵.
벨을 한번 더 누를까?
내 벨소리에 대한 대답으로 발소리가 들렸다. 무겁고 느린 발걸음이 현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소리가 다가오자 내 잔에 두려움을 가득 따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 마치 클라크 할매가 뭘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듯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면 내가 갈지 안 갈지 기다리는 걸까?
또 벨 누르게 하지 말아요, 제발.
현관 불이 들어왔고 내 몸은 그렇게 굳어버렸다. 이건 마치 스포트라이트에 꼼짝없이 발각된 기분이었다. 환하게 보이는 것이라곤 내가 전부인 그 순간.
문에 달린 작은 반원형의 창문 너머로 누군가가 확인하는 그 찰나의 눈빛이 보였다. 할매의 눈을 정확히 보지는 못했고 어둠 속에서 눈썹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문이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이내 나는 클라크 할매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1차 출처 - https://wh.reddit.com/r/nosleep/comments/3mzr58/the_last_halloween/?ref=search_posts
(Reddit) 지난 할로윈 1편
어쩌면, 정말 어쩌면, 클라크 할매일지도 모른다.
클라크 할매는 내가 할로윈 기념을 관둔 이유이다. 홀리스필드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클라크 할매로 알려진 애비게일 클라크는 현존하는 가장 친절하고 착한 노인이었다. 그녀는 광활하게 펼쳐진 숲과 경계를 이루는 낙엽송 수목한계선의 가장 윗부분에 위치한 작은 녹색 집에서 살았다. 마을의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한, 그녀는 언제나 그 집에서 살아왔다. 누군가는 나에게 할매가 100살이 넘었다고 말해주었고, 그 소리를 엿들은 어느 누구도 그 주장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니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뿐이었다.
쥬니퍼 거리, 내가 사는 그 거리는 클라크 할매네와 같은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숲 사이로 산길이 나있었고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그녀의 집으로 통하는 진입로로 이어졌다. 오후시간이면 그 숲에서 놀거나 나무에 오르고,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요새를 짓거나 혹은 늑대가 내 꽁무니를 쫓아오는 마냥 할매네 진입로에서부터 쥬니퍼 거리까지 산길을 타고 미친듯이 달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난 언제나 할매 근처에에 가면 불안함을 느끼곤 했다. 어쩌면 등이 굽어서 걸어다니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할매의 팔은 언제나 티라노사우르스처럼 팔꿈치 부분에서 굽혀져 나왔으니까. 어쩌면 어느 방향에서 봐도 눈에 확 띄는 흰 머리칼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낮 동안 할매의 반투명하고도 검버섯 핀 피부 아래로 보이는 혈관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할매의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길고 얇아서일지도.
내가 7살이던 해, 엄마는 나를 데리고 할매네 집에 간 적이 있었다. 엄마와 할매는 그때 당시 지역 페어를 위해 함께 공예품과 관련된 일을 추진 중이었기 때문이다. 할매의 작은 초록 집에서 풍기던 라벤더와 좀약 뒤섞인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방들에는 아이들의 사진이 죽 걸려져 있었다. 몇 사진들은 흑백이거나 수 년 전에 찍힌 사진마냥 희미해져 있기도 했다.
“할매네 아이들이에요?” 할매에게 내가 물었다.
할매는 미소를 짓더니 방을 한번 돌아보며 대답했다. “이 아이들은 전부 내 사랑스런 자식들이지.”
그리고 나서, 엄마와 손을 잡고 산길을 따라 쥬니퍼 거리를 따라 내려오며 엄마에게 어떻게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자식을 가질 수 있는지 놀랍다며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내 말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들은 할매네 아이들이 아니야. 클라크씨는 자식이 없단다. 그 아이들은 죄다 다른 사람 아이들이야.”
“그럼 할매는 왜 다른 사람의 아이들 사진을 걸어놔요?”
“그 사람들이 할매한테 아이들 사진을 줬거든.”
“엄마, 내 사진도 줬어요?”
“아니, 아직.”
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발 절대 주지 말아요.”
엄마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집까지 가는 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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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나는 친구 스펜서와 함께 할로윈에 트릭-오어-트릿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스펜서는 로즈먼드 거리에 살았는데, 그 거리는 수목선을 포함한 다른 많은 거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로즈먼드와 그 주변 이웃들은 마을 내에서 사탕을 얻으러 다니기에는 최적의 동네였다. 내가 사는 가까운 곳보다 훨씬 더 좋았으니까. 우리는 함께 양쪽 부모님들에게 스스로 돌아다닐 만큼 머리가 굵어졌다고 열심히 설득혔다. 어쨌든 결국은 갈거라고.
하지만 그 당시 내가 몰랐던 사실은, 스펜서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안대, 검은 염소 수염과 어깨에는 앵무새 인형을 찍찍이로 붙여 해적으로 분장한 나를 아빠가 스펜서네 집 앞에 내려줬을 때, 스펜서는 이미 집 현관 계단에 앉아있었다. 아마 좀비나 차 사고를 당한 피해자로 분장한 것 같았는데, 둘 중 정확히 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의 옷은 죄다 찢겨 분장용 피로 얼룩져 있었고, 팔과 얼굴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로 보이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왁스 같은 것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다. 나는 스펜서가 그렇게까지 그로테스크해보이게 만들려 노력했다는 그 자체에 꽤나 감탄했다.
아빠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스펜서는 내 팔을 잡더니 집 앞에 있던 나를 차고로 잡아 끌었다.
“봐봐,” 그가 말했다. “내가 뭐 해야 하는데 (pull something off: ‘해내다’라는 의미도 있는데 다음 문장에서 pull off의 중의적인 의미로 농담을 했네요) 그거 좀 도와줘.”
“바지 당기는게 아니길 바랄게.”
“하하.” 스펜서는 갑자기 나에게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조쉬가 나한테 클라크 할매한테 장난치고 오랬거든.”
같은 학년의 조시 거레이는 스펜서가 종종 같이 내기를 거는 애였다. 스펜서가 체육 시간에 1분 안에 메다 꽂은 이래로 그 둘은 언제나 옥신각신 해왔다. 그 때부터, 조쉬는 언제나 다른 또래 애들 앞에서 스펜서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고, 그럴 때마다 스펜서는 언제나 무시해왔는데, 아마 자존심의 문제에서 그랬을 것이다.
“클라크 할매?” 누구에게 뭘 하는 것도, 심지어 노인에게 한다는 자체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펜서는 내 눈에서 불안감을 본 것 같았다. “아니 뭐 심한거 할 건 아니야.”
“계획이 뭔데?”
“간단해,” 스펜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가 앞문에서 사탕을 받으며 주의를 빼앗아. 그냥 계속 말하게끔 말이야. 그럼 내가 뒷문으로 가서-“
“안돼!” 내가 소리를 쉭 질렀다. “무단침입하는데 공범이 되진 않을거야!”
“무단침입을 하자는게 아니야. 할매는 항상 뒷문은 열어두거든.”
거 참 알고 있기 이상한 사실이었다.
“어쨌든, 내가 뒷문으로 들어가서 윗층에 있는 침실에다 휴지를 몽땅 풀어두는 거야.” 그리고 그의 계획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듯, 스펜서는 자신의 사탕 주머니에서 커다란 화장실 롤휴지를 꺼내 보였다.
“그럼 주쉬한테는 어떻게 증명할건데? 니가 눈이 반쯤 안 보이는 할매네 집에 휴지를 뿌렸다고 어떻게 증명하는데?”
“도와준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하기 싫으면 그냥 집에 가던가.”
우리는 몇 분 간 분장한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았고, 결국은 내가 한숨을 쉬며 동의했다.
“그래도 거기 가기 전에 일단 사탕은 좀 받기야,” 내가 말했다. “안 그러면 나중에 우리 부모님이 딴짓한거 아실 수도 있단 말이야.”
“당연하지! 나도 사탕 먹고 싶다고. 참나.”
그렇게 우리는 준비를 시작했다. 너무 뻔히 드러나지 않도록, 우리는 대략 30분 동안 동네를 기웃기웃 돌아다니며 해가 질 무렵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들 수목선으로 향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야 누군가가 우리가 그곳으로 들어간다 해도 쉽게 기억해내지 못할 테니까. 행여나 늙은 할매를 놀래켜 죽게 만들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내 알리바이를 뒷받침해줄 사탕도 충분히 얻었다. 주먹이 꽉 쥐어진 것 같은 배 상태로 보아하니 썩 괜찮은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해적 코스튬 안에서 너무 더웠지만 내 몸은 불안함으로 덜덜 떨려왔다.
마침내, 가로등이 켜지고 모든 고블린과 땅속 요정들이 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스펜서는 내 옆구리르 한번 쿡 찌르더니 조용히 숲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 대한 답으로 고개를 주억거렸고, 둘 다 수목선을 향해 가장 짧은 거리로 걸어가며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게 짤막한 대화를 계속했다. 마침내 수목선 끝자락에 도착했을 무렵, 스펜서는 팔을 뻗더니 나를 저지했다. 그렇게 둘 다 멍하니 서서 언덕 제일 위에 있는 작은 초록집을 바라보았다.
현관의 등이 꺼져있었다.
“젠장!” 스펜서가 나직이 뱉었다.
“흠, 할매가 자네. 미션 중지.”
하지만 내가 몸을 돌리자 스펜서가 내 팔을 잡았다.
“잠깐만, 할매가 부엌 쪽에서 움직이는게 보여.”
분명 부엌에서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지까진 안 보이고, 그저 실루엣 하나가 집안 너머에 있었다. 스펜서가 들어가려는 그 뒷문 바로 그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스펜서는 가방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내 내 가슴팍에다 밀었다.
“자, 이거 받아.”
나는 그가 준 물건을 받아 들었다.
“워키토키? 장난함?”
“사탕 가방에 넣어둬. 가서 벨 누르고. 행여나 할매 오래 못 붙들어놓을 것 같으면 앞에 있는 버튼 두 번 누르면 돼.그럼 내가 듣고 도망갈 테니까.”
“새꺄, 앞에 등이 꺼졌다고!”
스펜서는 나를 쳐다보았고, 그의 두 눈에서 절망감이 보였다. 그는 이 멍청하고 어리석은 방법을 통해 조쉬에게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만 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스펜서를 돕지 않는다면, 분명 이보다 더 멍청한 짓을 저지를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학교로 돌아가 조쉬에게 차마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등 더 최악의 방법을 선택한다던가.
나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 워키토키를 가방에 던져 넣었다.
“가서 후딱 하고 와. 그 할매 소름끼친단 말이야.”
스펜서는 몸을 숙이고는 길에 난 나무와 덤불을 따라 낮게 움직였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어둠 속에서 허둥대며 부시럭거리거나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혹은 발에 걸려 욕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스펜서가 사라진 뒤, 나는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곤 그 작은 초록색 집을 올려다 보았다. 갑자기 커보이는 그 집은 더 어두운 초록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물론 내 마음에 있는 두려움이 장난을 치는 거라고 알고 있기는 했지만. 유리창 너머로 애비게일 “할매” 클라크가 부엌 어딘가에서 계속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였고, 이따금 코너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곧바로 맞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앞 현관 계단을 올라가면서 오른손으로 가방 안의 워키토키 앞면이 위로 향하고 있는지, 혹시 급한 상황이 왔을 때 곧바로 버튼을 누르기에 용이한지 확인해 보았다. 아마 이마에 갑작스레 맺힌 땀 때문에 분명 내 해적 분장이 무너지고 있었을 것이다. 어깨 위에 붙어있는 앵무새 인형은 점점 더 무겁게만 느껴졌다. 내 안 깊숙이 어딘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계속해서 “여기서 도망가고 싶어.”라고 되뇌었다. 분명 어느 순간에라도 힘껏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또라이가 되던가, 닥치던가.” 나는 누구도 듣지 않을 말을 속삭였다.
손가락이 벨을 누르려 하지 않았다. 약 1분 간 공포에 절어 그저 그 위를 맴돌 뿐이었다. 그러던 찰나, 가방 안에 있는 워키토키에서 시끄럽게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마치 심장이 휘청하는 기분에 급히 가슴을 부여잡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분명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을 스펜서에게 이를 꽉 깨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벨을 눌렀다.
집안에서 들려오던 부산한 소리가 뚝 끊어졌다. 안에서 들리던 퉁탁대던 소리에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갑자기 침묵이 돌아오자, 내가 그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미친듯이 들려오던 그 소리가 어느 순간 뼈저리게 느껴졌다. 스윽하는 소리, 그리고 쿵, 그리고 더 큰 쿵.
벨을 한번 더 누를까?
내 벨소리에 대한 대답으로 발소리가 들렸다. 무겁고 느린 발걸음이 현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소리가 다가오자 내 잔에 두려움을 가득 따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 마치 클라크 할매가 뭘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듯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면 내가 갈지 안 갈지 기다리는 걸까?
또 벨 누르게 하지 말아요, 제발.
현관 불이 들어왔고 내 몸은 그렇게 굳어버렸다. 이건 마치 스포트라이트에 꼼짝없이 발각된 기분이었다. 환하게 보이는 것이라곤 내가 전부인 그 순간.
문에 달린 작은 반원형의 창문 너머로 누군가가 확인하는 그 찰나의 눈빛이 보였다. 할매의 눈을 정확히 보지는 못했고 어둠 속에서 눈썹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문이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이내 나는 클라크 할매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1차 출처 - https://wh.reddit.com/r/nosleep/comments/3mzr58/the_last_halloween/?ref=search_posts
2차 출처 - 오늘의유머 minirobot님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panic&no=84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