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dit) 지난 할로윈 2편

dgdjxbsjw2016.03.23
조회960
1편 - http://m.pann.nate.com/talk/pann/330916541?currMenu=category&page=1&order=N


할매는 꽤나 초췌해 보였다. 두 눈은 푹 꺼져 그림자로 가려져 있었다. 피부는 평소보다 더 창백해 보였고, 얼굴 전체가 마치 해골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형상이었다. 할매는 머리 위로 숄을 덮어 대부분의 새하얀 머리칼을 감추고 있었다. 내 눈에는 얼굴에 드리워진 몇 가닥만이 보일 뿐이었다.

 

나는 내 가슴을 태우는 듯한 침덩어리를 꿀꺽 삼켰다. 목이 갑자기 미친듯이 말라왔고 말도 겨우겨우 꺼낼 수 있었다. “트릭 오어 트릿?”

 

클라크 할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그 어둡게 꺼진 눈과 병약해보이는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나는 할매 뒤 부엌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했다. 스펜서가 집에 들어간 것이다. 당장 이 침묵을 깨지 않으면 곧장 들통날 판이었다. 나는 크게 기침을 하고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열심히 짱구를 굴렸다.

 

“클라크 할머니?” 말이 더듬더듬 나왔다. “저희가—아니 제가 깨웠다면 죄송해요.”

 

젠장, “우리”라니.

 

“오늘 밤 저희 엄마가 할로윈 사탕 받으러 다니면서 할머니 댁에도 들러서 인사하고 가라고 하셨는데 깜빡했지 뭐에요. 만약 인사 안 드리고 집에 갔더라면 엄마가 많이 실망하실 것 같아서 – 그리고 엄마도 차, 찾아오질 못하셔서 불이 꺼져있는거 봤어도 그냥 이렇게—“

 

할매는 문을 더 열더니 현관으로 반쯤 나왔다. 그러자 할매가 걸치고 있는 두꺼운 갈색 외투가 보였다. 손에는 두꺼운 장갑이 쓰여져 있는 것도 확인했다. 할매는 몸을 꼿꼿이 세우더니 몸을 돌려 문설주 뒤로 무언가를 잡으려 했는데, 아마 사탕이 아닐까 싶었다.

 

“대-댁 집에 보일러가 고장 났나요, 할머니?” 나에게 들리는 내 목소리조차 마치 곧 울 것만 같았다.

 

대체 왜 아무 말도 안 하는거야?

 

할매는 장갑을 낀 손 하나로 나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할매의 숨소리는 힘겹고 거칠었고, 매번 숨을 내쉴 때마다 다이버가 스노클을 사용하는 듯 부글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할매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단 한순간도 바뀌지 않았는데, 내가 이전에 할매네 집에 들렀을 때 볼 수 있었던 기쁨이나 흥분의 얼굴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할매는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였고, 내 속으론 불편함과 공포가 서로 뒤섞여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가방을 앞으로 내밀며 할매에게 다가갔고, 그 순간, 집 뒷편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접시가 와장창하는 소리가 사정없이 들려왔다. 할매와 나 둘 다 얼어붙었다.

 

젠장할, 하는 생각만 들었다.

 

클라크 할매는 부엌으로 머리를 돌렸는데, 마치 스펜서는 부엌에서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시끄러움을 선사하고자 마음먹은 듯 보였다. 그 소리는 마치 스펜서가 발작을 일으켜 부엌 타일 위에 털썩 주저앉아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다 때려 부수는 것 같았다.

 

공포로 내 속이 휘청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쥐어 짜느라 내 두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텅 비더니 그냥 “뛰어”라는 한 마디만 네온사인처럼 내 뇌 중간에서 반짝였다. 그리고 다른 어떤 말도 없이, 나는 재빨리 도망가려 몸을 돌렸다.

 

그때, 두터운 장갑을 낀 할매의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100살 넘은 노인 치고 (사람들이 말하기론) 무슨 나무꾼만큼이나 강한 악력을 가지고 있었다. 할매가 너무 세게 쥐는 바람에, 내 두 다리는 인스턴트 젤리마냥 흐물흐물 해져 무릎으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내 사탕가방은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나는 할매의 손을 부여잡고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클라크 할머니! 아파요!”

 

문설주 뒤에 가려져 있던 다른 손이 나타나더니, 사탕 보울이 아닌 커터칼을 쥐고 있었다. 할매는 날을 빼더니 예의 그 감정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점점 더 나를 가까이 당겼다. 그 모든 상황이 너무도 비정상적이었고 나는 그저 그렇게 현관에서 할매가 당기는 대로 끌려갈 뿐이었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 애쓰면서. 왜 할매는 커터칼을 가지고 있지? 사탕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그리고 날 구해준 것은 스펜서였다. 스펜서의 목소리가 저 멀리 부엌에서 들려오더니 동시에 내 발 밑에 밟히는 가방에서 탁탁거리며 전파음이 들려왔다.

 

“도망가!”

 

스펜서가 뒤에서 재빨리 달리는 순간 할매가 부엌을 향해 몸을 돌렸다. 스펜서는 몸을 날려 뒷문을 열더니 뒷뜰로 사라졌다. 그러는 동안, 나를 잡고 있던 할매의 악력이 약해져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클라크 할매는 나를 향해 돌아보더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손으로 다시 나를 잡으려 들며 커터칼을 위협적으로 들어 올렸다.

 

심지어 그 순간, 그 현관에 나동그라져서 마을에서 가장 친절하다 소문난 할매가 손에는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칼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는 동안마저 나는 그 순간을 합리화시키려 애를 썼다. 이 사람은 내가 알던 그 할매가 아니다. 공포에 잔뜩 질려 울먹이며 할매를 올려다보며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진정시킬 말을 찾으려 애썼다.

 

“제발요!”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그냥 장난이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할매의 왼쪽 얼굴은 마치 녹기라도 하듯 축 쳐졌다. 눈은 우스꽝스러우리만치 축 쳐졌다. 할매가 내는 가래 끓는 듯한 숨소리는 이제 점점 동물이 화나서 으르렁거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할매가 칼을 내리치자 나는 순간적으로 팔을 들어올려 막았다. 할매의 칼이 내 코스튬의 옷감을 가르고 팔을 가르는 느낌에 고통에 찬 비명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할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순 없었다. 중력에 굴복하고 말았던 내 두 다리가 갑자기 급격한 아드레날린에 힘을 얻어 오른 것이었다. 스스로 몸을 말아 뒤로 구르면서 두 다리로 일어나려 했지만, 결국 현관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아찔할 정도의 뜨거운 고통이 내 왼쪽을 파고 들어 다시 한번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렇다고 멈출 순 없었다. 이미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인해 궁지에 몰려있는 상태였다. 그 늙은 할매가 현관에서 내 위로 거인같이 몸을 꼿꼿하게 일으키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허겁지겁 두 다리에 박차를 가했다. 마치 엄청나게 확고한 마음이라도 먹은 듯, 할매는 나를 향해 땅을 짓밟듯 다가왔다.

 

겁에 잔뜩 질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눈이 커진 스펜서는 집 주변 저쪽 구석에서 몸을 이만큼이나 기울이듯 나타났다. 그는 현관에서 일어난 상황을 보더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내 손을 잡고 재빨리 일으킨 뒤 외쳤다.

 

“숲으로 튀어!” 그렇게 말하곤 스펜서는 숲이 막 시작되는 진입로 끝자락을 향해 총알같이 뛰어갔다.

 

스펜서의 뒤를 미친 듯 쫓아가는 동안 내 팔과 머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에 한꺼번에 몰려오더니, 결국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지며 할매의 차 옆구리와 부딪치며 아주 찰나의 순간 그 옆에 토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꼬여?

 

다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뒤에서 무거운 부츠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클라크 할매가 마치 헐크처럼 나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로등에 의해 실루엣처럼 보이는 그녀의 무거운 코트가 할매 머리에서부터 시작되어, 마치 거대한 공포가 나의 파멸을 위해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누구도 내 말 믿는 사람 하나 없겠지. 나조차 믿기가 힘든데, 내가 지금 이렇게 당하고 있는데도,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지체할 시간도 없이, 나는 다시 수목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쥬니퍼 거리까지만 간다면 안전할거야.숲길은 꼬불꼬불하게 약 1/4마일정도 됐지만 길의 대부분이 내리막길인데다 지금 내 혈관을 타고 공포에서 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스피드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 숲길을 몇 년이고 다녔고 행여나 걸려 넘어질 수도 있는 나무 뿌리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서 꺾어야 나무를 피할 수 있는지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다.

 

일단 집으로 가.

 

달빛이 환하고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빛이 드리우고 있었기 때문에 내 앞으로 달려가는 스펜서가 만들어내는 먼지구름이 잘 보였다. 달빛은 숲길을 여실히 드러냈고, 숲 위로 음산한 푸른빛을 비추었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빛나는 듯 했다. 만약 지금 내 목숨을 걸고 달리는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잠시 멈춰서 이 장면을 만끽했을 것이다.

 

내 안에서 치솟던 아드레날린이 점점 수그러드는 듯 했다. 이제 매 발걸음이 마치 진흙밭을 뛰는 듯 무겁게 느껴져왔다. 그날 할로윈 밤, 그 숲길을 달려 내려오던 순간만큼 내 모든 감각이 날선 적은 없었다. 내 주변의 모든 소리가 들렸고, 그 와중에 내 숨은 침착하고 깊었으며, 내 심장 고동이 귓가에 울리고 앞서가는 스펜서에게 스쳐 부러지는 나뭇가지의 소리가 들려오며 그 길과는 점점 멀어지는 듯 앞서서 달려가…

 

…그리고 내 뒤로 누군가 묵직하게 달려오는 소리.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보면 모든 사람들이 뒤돌지 말라고 하지만, 어쨌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렇게 뒤를 돌아보면 언제나 안 좋은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내 뒤를 쫓아오는 존재가 뭔지 알았기 때문에 딱히 그 모습을 확인코자 돌아본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집에 도착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은 비둘기떼가 푸드덕거리는 날갯짓에 날리는 깃털마냥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클라크 할매는 내 바로 뒤에 있었다. 마치 광란 상태의 코끼리같이 숲길을 달려오고 있었다. 한20걸음 뒤에 있었을까, 하지만 우리 둘 다 달려오고 있는 이 은색 빛 아래로 할매의 모습이 확실히 보였다. 가장 무서웠던 부분은 할매의 표정이었다. 그 표정은 분노나 어떤 결심이 선 표정이 아니었다. 사실, 얼굴에는 어떤 표정이라 말 할만한 것이 없었다. 할매의 눈빛은 까맣게 죽어 있었다. 입은 마치 턱이 매달려 있기라도 하듯 쩍 벌어져 있었다. 할매의 얼굴 반쪽은 여전히 허물을 벗 듯 녹아 내리는 양초마냥 너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거센 바람이 할매의 얼굴을 강타하며 그 위를 덮고 있던 숄과 함께 얼굴마저 날려버렸다.

 

할매의 얼굴은 무슨 할로윈 마스크마냥 벗겨져 달리는 그 길 뒤로 빠르게 사라졌고, 이전보다 더 무서운 분위기를 드러냈다. 얼굴이 어디로 사라졌건, 원래 있어야 할 곳에는 이제 피만 있었다. 그냥 피가 사방에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벌건 피 사이로 두 눈이 똑똑히 보였고, 그 두 눈은 엄청난 분노와 광기를 안은 채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눈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할매는 무슨 성난 멧돼지마냥 나를 향해 달려오고, 얼굴에는 완연한 증오가 서려 피범벅이 되어 내 뇌리에 박히고 말았다. 할매의 손이 앞으로 뻗어져 나와 나를 지옥으로 인도하려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침내 드러난 그 새빨간 얼굴에 서린 순수한 분노였다.

 

앞에 급커브가 있었기에 아주 잠깐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할매는 이 길에 별로 익숙하지 않았는지, 가속도가 붙은 할매는 그렇게 앞으로 쭉 내질렀다. 할매의 손가락이 내 뒤통수를 스치더니 어깨에 얹어져 있던 앵무새 인형을 붙잡았다. 내 뒤로 이어진 나무 숲으로 혼자 쳐박히기 직전, 할매는 내 앵무새를 잡아 뜯어갔다. 그리고는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곧 조용해졌다.

 

그래, 그 앵무새 따위 잃어도 괜찮아.

 

그리고 내가 쥬니퍼 거리의 수목선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무렵, 이미 내 뒤꿈치는 지옥을 경험하고 있었다. 내 앞으로 스펜서가 속도를 줄이며 우리 집 진입로에 들어서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달려오는 동안 스펜서는 사탕가방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얼굴에 있는 대부분의 분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멈추지 마!” 스펜서를 향해 외쳤다.

 

스펜서는 몸을 돌리더니 여전히 길을 달리고 있는 나를 보며 현관문으로 달려가 문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나 또한 그 옆으로 가 그를 옆으로 밀고는 어깨로 문을 세게 쳐 핸들이 돌아가게끔 했다. 우리 둘 다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스펜서는 허망하게 발길질을 하며 재빨리 문을 닫으려 했다. 나는 그 위로 기어 올라가 문을 세차게 닫고는 다친 팔을 붙잡으며 온 몸의 체중을 실어 문에 기대었다.

 

“젠정!” 스펜서가 외쳤다.

 

우리 둘 다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지만, 어느 누구도 서로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 소란을 듣고 내려온 부모님 피투성이가 된 채 서로에게 소리치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부모님은 약간 언짢은 듯 우리를 내려다 보다가 내 옷에 깊게 젖어있는 피를 발견하고는 고함쳤다.

 

“무슨 일이야!”

 

눈물이 났다. 내 마음은 오늘 막 경험했던 기억들을 되짚어가고 있었다. “그 할매 얼굴이--!”

 

“그것들이 얼굴을--!”

 

“—얼굴이 떨어졌어요!”

 

부모님 두분 다 걱정되고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냥 우리가 서로 놀래키다 진짜 놀라서 도망치는 동안 다친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아직까지 소리지르고 있는 스펜서에게 손짓을 해 조용히 시킨 뒤 부모님께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두 분의 표정은 의심과 분노를 거쳐 걱정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말해 클라크 할매가 칼을 들고 나를 공격환 뒤 얼굴이 벗겨지는 와중에 나를 잡으러 왔다는 이야기는 나 스스로도 믿기 힘들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끝났을 때, 스펜서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그 집 뒷문으로 들어갔을 때, 윌이랑 할매라 생각했던 사람이 현관에 있었어요. 계단참을 따라 올라가려고 했는데 두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어요. 근데, 그게 할매의 다리였어요. 할매는 부엌 창고에 누워있었어요.”

 

나는 여태껏 스펜서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야기를 이어감에 따라 그의 눈은 눈물로 차올랐다.

 

“할매의 얼굴이 없어졌어요. 보이는거라곤 얼굴 피부 밑에 있는 것들이었어요. 막 오렌지 껍질 벗겨내듯 그것들이 할매 얼굴을 드러냈어요. 젠장, 그것들이 할매 얼굴을 뜯었어요!”

 

엄마가 부엌으로 들어갔고, 이내 경찰에 신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는 그 자리에 서서 우리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스펜서와 내 눈이 마주쳤다.

 

“할매가 아니었어.” 스펜서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현관에 있는 사람이 할매가 아닌걸 알아서 도망가라고 한거야. 정말 미안해.”

 

나는 스펜서를 안았고, 그가 손을 꼭 쥔 채 얼굴을 묻고 이미 피로 물든 내 셔츠에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는 그 순간만큼은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정말로 미안해.”

 

-

 

경찰이 클라크 할매네 집에 도착했을 때, 스펜서가 말한 대로 할매는 죽은 상태였다. 목이 잘렸고 안면 피부가 제거된 상태였다. 경찰들은 할매를 살해한 인물이 누건 간에 할매네 집 거실에 있는 카펫을 난도질 하고 바닥재를 몽땅 뜯어낸 것으로 보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고 했다. 아마 살인마가 어디선가 할매네 집에 숨은 벽이나 바닥이 있다는 루머를 듣고 찾아온게 아닐까 했다. 그 소문은 우리 모두 한 번씩은 들어본 이야기였지만 어느 누구도 믿는 이 없는 헛소문이었다.

 

그리고 숲 속에서 할매의 얼굴이 발견되었다. 얼굴은 양 귀에서 잘려나와 마치 마스크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길에서 피에 몽땅 젖은 나무 옆에 떨어진, 내 목숨을 살려준 앵무새 인형도 발견되었다. 나무 가지 중 하나는 부러진 채 남은 뿌리에서 무언가를 뚝뚝 흘려내고 있었다. 쥬니퍼 거리로 향하는 길로는 더 많은 피가 있었지만, 그 너머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가 지나서야 피의자가 발견되었는데, 알고 보니 폭력과 관련된 전과가 있는 무직 목수로, 두 동네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그림을 걸다가 실수로 스스로 눈을 찔렀다며 입원했던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그의 혈액 샘플이 두 개로 나왔고, 그 중 하나는 애비게일 클라크의 혈액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다행히도 자백을 했기에 경찰도 나나 스펜서에게 용의자 지목을 시킬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 둘 다 그럴만한 상태가 아니었고 다시 또 그를 마주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정기적으로 그를 보고 있다. 내 팔에 있는 상처가 화끈거릴 때나 꿈에서 달빛 어린 숲길을 달리는데 그가10발자국 뒤에 있다는 식으로. 물론, 내가 보는 얼굴은 그의 얼굴이 아니라 언제나 그 할매의 얼굴이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는, 하지만 모든 발자국 하나 하나가 엄청난 분노에 차올라 나를 꼭 잡아 바닥에 내쳐야겠다는 분노로 느껴지는 상태로. 홀리스필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친절한 할매로 알려진 그 사람은 내가 가진 가장 최악의 악몽에 나타나는 괴물이 되었다.

1차 출처 - 처The Last Halloween
https://wh.reddit.com/r/nosleep/comments/3mzr58/the_last_halloween/?ref=search_posts

2차 출처 - 오늘의 유머 minitobot님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panic&no=84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