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아버지는 택시 운전수이십니다.

이연이201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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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께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대구에서 택시 운전을 하십니다.

이 사연을 꼭 좀 올려달라고 하셔서 글을 씁니다.

 

 

지난 24일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달서구 대곡동을 지날 무렵 할아버지께선 뒷자석에 큰 배낭 하나를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배낭 겉 멜빵을 보니 연락처가 있어 바로 전화하셨답니다. 이때가 오전 11시.

전화를 받은 배낭 주인은 자신이 12시 비행기 탑승객이라 늦어도 11시 반까지는 공항에 꼭 갖다주셨으면 좋겠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부탁을 했다 합니다.

 

분실물 센터에 넘겨도 되는 일이지만 사정이 딱해보여, 할아버지께선 태우고 있던 손님께 양해를 구해 급히 내려드리고 바로 공항으로 가셨대요. 도착하니 정확히 11시 반이었다고 하네요.

 

헐레벌떡 뛰어가 공항 현관 앞 도로변에 나와있는 주인에게 가방을 가져다주니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할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더랍니다ㅠㅠㅠ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5000원을 건네주는데, 숨이 턱 막히셨대요. 사람이 이럴 수가 있나요.

금전의 문제를 떠나 자신의 사정으로 남에게 신세를 지게 되었으면 감사를 표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수고의 댓가는 5000원이면 충분하겠죠, 하는 태도였답니다.

 

전화할 당시 출발하던 곳에서 공항까지의 미터기 요금이 17000원 나왔다고 합니다.

도리어 당당한 태도에 할아버지께서 어이가 없어

“택시 요금이라도 제대로 줘야지, 이러면 어떡합니까?” 하고 말했더니 3000원을 더 주더랍니다.

 

할아버지께선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먹은 기분이라 더는 말 않으시고 돌아오셨습니다.

 

 

이 사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승객이 물건을 찾아주면 처음 태도와는 영 딴판이라 하십니다.

저도 몇 번 울분을 토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고요. 

 

택시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면 멋대로 가져가 쓰는 기사가 있고, 찾아주며 말도 안 되는 댓가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일화를 보면 아시듯, 저희 할아버지는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언젠가 여타의 문제로 택시기사에게 직접 분실물을 받을 일이 생기면 적어도 감사하다는 말씀은 꼭 드렸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께선 앞으로 분실물을 직접 가져다 주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생긴다고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