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친한 남사친이 있었는데 서로를 이성으로 안 봐서 스스럼 없이 같이 놀고 그랬어요.
어느날 하루종일 같이 논 적이 있는데 그 때부터 이 친구의 행보가 이상해졌어요. 매일 카톡이 오고 멘트도 가끔 이상하게 한번씩 치고.. 근데 얘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비스무리한 멘트 치는경우를 몇번 봐서 이상하다 싶은것도 헷갈릴뿐 그냥 넘어가지더라구요. 이런 관계가 길어져서 뭐지 싶은 와중에 하루는 매우 의미심장한 기류가 느껴졌고 다음 약속을 약간 고백할만한 장소로 잡길래 살짝 기대아닌 기대를 했네요. 고백하면 받아주겠는데, 그 다음에 내 감정은 어떨까..하는 김칫국까지 마셨죠. 하지만, 충분히 고백할만한 타이밍과 환경이 있었는데도 내가 던지는 말들에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능글맞게 받아치는 친구에게 묘한 실망을 하게 되었어요. '아 얘는 날 그냥 만만하고 편하니 데이트용으로 만나는걸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관계에 대해 급작스럽게 지치더라구요. 더 공허해지고 ㅋㅋㅋㅋ
그래서 그 다음에 얘의 끼부리는? 행동에 심드렁해졌던 것 같아요. 귀찮아지고, 받아주면 안될 것 같고.
그러던 와중에 그 남자애까지 포함해서 친구들이 다같이 모이는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소개팅 요즘 하냐는 물음에 '했다'고 말해버리고 사람들이 그 남자애에게 동아리에 어떤여자랑 잘어울리지 않냐하면서 낭난칠 때 옆에서 막 맞장구치고 그랬네요ㅋㅋㅋ
다음날 친구랑 둘이 만났을 때 친구가 저에게 '요즘 소개팅하고 다니냐' 고 물어봤을 때 '아무의미도 없는거 알면서도 그냥 공허해서.. 들어오면 한다. 내일도 한다. 막상 잡고나니 나가기 싫다'고 하는데 친구가 별말 안하더라구요. '넌 소개팅 들어오면 할거 아니냐'라고 물어보니 걔가 '뭐.. 하겟지'라고 하구요.
무덤덤해보이는 표정으로 '막상 소개팅남 만나보면 괜찮을지도 몰라~'하면서 저한테 얘기해주니 저는 거의 확신했던 것 같아요. 날 데이트메이트로 보는구나.
카톡으로는 괜히 또 질투하는 척... 또 끼부리나 싶었어요.
그날로 카톡이 살짝 데면데면해지는 듯 하더니 저에게 다시 데이트신청을 하더군요.
소개팅남이랑 뭐 어케 됫는지 묻지도 않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걸 보니까 얜 뭐지 싶었어요ㅋㅋㅋㅋ 난 그냥 소개팅 해봤자 안될거를 이미 알고 있는건가.
심드렁하게 일단 받아줬는데, 걔가 뭐할지 막 던지다가, 언제한번 정동진의 일출 보러가는게 로망인디 어떠냐고..ㅋㅋㅋㅋ
날 데이트 메이트로 생각해도 이건 너무 갔다 싶어서
애인이랑 가는 게 로망이겠지 하면서 쳐내니까 하루만 애인을 해달라고 하더군요 ㅋㅋㅋㅋㅋ 정동진 못가도 뭐 할거는 많으니 괜찮아~ 라고 말하는데 황당해서 내가 애인대행이냐고 묻자, '준애인이라고 하지뭐' 이래서 전 너무 기가막혔어요. 이제까지 참아온게 폭발한듯 다짜고짜 정색을 하면서 날 뭘로 봤냐, 친구로서 잘맞고 편해서 같이 놀고 좋았는데, 필터링 잘해라 하고 얘기했습니다. 당황한 친구는 사과를 했고, 대화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삼일 후에 다시 한번 제 눈치보는 듯한 카톡이 오더니,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카톡을 하니 그 다음날로 카톡은 쭉 끊겼어요.
매일 연락하던 친구가 연락이 없고, 만나기로 약속한 날도 아무 카톡도 없었어요. 혼자 생각할수록 비참해지더라구요... 날 진짜 만만한 데이트메이트로 봤다가 앗뜨거 해서 물러났구나.... 기분이 너무 나빴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연락했어요. 할말있다고.
뭔일인지 모르는척 하는 친구를 굳이 만나서 직접적으로 물어봤어요. 제 솔직한 감정을 얘기하고.
그랬더니 민망해하며 하는 말이,
저를 좋게생각했고 진지하게 만나고싶은 마음도 들어서 절 계속 불러낸건데, 저는 소개팅한다고 하니 자신과 같은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기분이 그랬던 차에, 제가 그렇게 정색을 하며 선긋는 걸 보고 자기가 한발 물러나서 생각하게 되었는데, 자기가 아무래도 제가 진짜 좋았다기보다는 제가 너무 편하고 익숙한 와중에 자기가 너무 연애를 하고싶었던 것 같다고.. 그렇게 마음이 정리가 되어서 절 헷갈리게 할까봐 더 연락을 안했고, 지금은 자기 마음 정리 다 됬다, 괜히 더 헤집어 놓은것 같아 미안해서 연락 안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제 감정선 얘기했고, 소개팅 얘기했던것도 너의 진심을 알고 싶어서 떠봤던 거기도 하다고 하면서, 너가 무덤덤하길래 난 오해를 하게 되어 준애인이라는 발언에 더 발끈하게 된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정말 친한 남자애였고, 우정을 잃고 싶지않았기에 자존심이고 뭐고, 그냥 솔직하게 다 말해야할 것 같았거든요.
전 오픈한 자세로 제 감정을 다 얘기했는데, 이 친구는 확실히 정리한 듯 보였어요. 친구인걸로 하자고.
그래서 서로 친구로 지내기로 하고 끝냈는데
그로부터 이주후? 다른 친구를 통해서 이 남자애가 소개팅해서 일주일만에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날짜를 대강 계산해보니, 저와 연락안하던 일주일? 그 간에 소개팅을 했더라구요. 제가 정색하고 나서 빠른시일내에 혼자 마음정리하고 소개팅했나봅니다. 어쩌면 제가 만나자고 불러냈던날 이미 썸녀랑 연락하고 있었던거였죠 ㅋㅋㅋㅋㅋ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었어요 ㅋㅋㅋㅋ
마음정리하느라 연락안한게 아니라 새로생긴 썸녀에게 온정신이 쓰여서 내 카톡도 7시간 안읽씹했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구나 하면서요ㅋㅋㅋㅋㅋㅋ
이제 남자와 여자사이의 친구관계도, 여자와 남자로서의 이성적인 감정도 뭐가뭔지 뭐가 진실인지 다 헷갈려요ㅎㅎㅎ
난 얘에게 친구이기나 했을까?
난 뭐였을까.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드네요.
그냥 예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치고 놀때처럼 돌아가고싶네요..친구도 잃은 기분이 들어요..
인생친구라고 생각했었기에 더더욱 공허함이 크네요ㅠㅠㅠ 씁쓸하네요 진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