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극복하는게 아니라 견디는것같아요

2016.04.19
조회2,927
6개월이 거의 다된 시점에서 제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글을써요

참 파노라마처럼 지난간 시간들이 생각나네요
처음 이별을 맞았을땐
24시간이 240시간 처럼 느껴지고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울다가 이제좀 깊이 잤다 생각하고 깨면
딱 한시간 지나있고 그랬어요

그냥 길가다가도 울고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교육받으면서
그리고 가끔이지만 최근까지도
많이도 울었어요

여기 있는 누구나 다 그렇듯
저도 내 남자가 변할지, 그 사람이 내게 이별을 고할지 정말 상상도 못했었네요

저는 매일 다이어리를 쓰는게 습관이예요
일기를 쓰지 않으면 하루가 그냥 없어지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한줄이라도 다이어리를 꼭 적는게 습관인데 이별한 뒤로 두달간은 제 다이어리에 한글자도 적혀있지 않아요

그만큼 기록하고 싶지 않은 나날들이였어요
차라리 그 끔찍한 시간들이 빨리 날라가버렸으면 했죠

헤어진 후에 이별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냐고 많이 묻죠
근데 전 이별은 극복하는게 아니라
견디는 거라고 생각해요

연락하고 싶어도
보고싶어도
죽고싶어도
그냥 두손에 피날때까지 주먹쥐고
이 꾹다물고 그렇게 버티는거예요

전 붙잡아도 보고 찾아가보기도 하면서
처음 한달간은 참다가 못참으면 연락하고
또 참다가 못참으면 연락하고 그랬어요

연락하는거 꼭 나쁘지 않아요
못참겠으면 연락해도 좋아요
그럼 그 뒤에는 저절로 참아져요
정확히는 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인걸 깨닫게 되어서죠

그럼 그 뒤론 그냥 버티는거예요
친구들한테 하소연도 다 한계가 있고
그때부터가 정말 자기와의 싸움이예요
스스로 위로하고 괜찮은척하면서
잠시동안은 그냥 나의 껍데기만으로 살아가는거예요

전 아직도 미련하게 그 사람 언젠간 연락올거라고 믿어요
참.. 그렇게 사람 믿지 않기로 해놓고 또 믿는다는 표현을 쓰는 제가 멍청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전 그렇게 믿어요

그리고 그렇게 될거예요
언젠간 모든 결정권이 나한테 있고
내가 받은 상처를 다 잊을만큼
몇배의 행복이 분명히 있다고.

지금쯤 되니 그 행복을 가져다 줄 사람이 꼭 그사람이 아니여도 괜찮다고 생각되기도 해요

헤어진 후에 버티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겠지만
전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난 뒤로는 전적으로 취미생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처음 헤어지고는 혼자 내일로로 갔었던 여행지에 사흘동안 그냥 누워만 있었어요(주변에는 그냥 아프다고만 얘기했어요)
거긴 너무 시골이라 티비도 스마트폰도 안됐었는데 라디오가 하나 있더라구요
그래서 사흘내내 누워서 라디오만 들었었어요
그러다 조금 힘나면 문자로 사연도 보내고 내 얘기도 보내고
그러면서 서울 와서도 얼마간 꽤 라디오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거라면 뭐든 했어요

원래 그림이나 꾸미는걸 좋아해서 명화그리기 세트사서 색칠도 하고 십자수도 사서 혼자서 하구요

너무 힘들땐 도서관 올라가서 사랑관련된 책만 게걸스레 읽기도 했어요(예전에도 올렸었지만 두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이라는 책 추천해요)

제가 너무 우울해하는 모습에
부모님이 제 평생소원이였던 반려동물을 키우게 해주시기도 했어요. 지금도 제 옆에서 자고 있는데 이 아이가 오고 난 뒤로 정말 눈에 띄게 회복했어요 이 작고 여린 애한테 많이 의지하네요
(물론 저는 입양하기전에 천번도 더 넘게 고민했어요 부모님이 허락하셨지만 그저 내 상처를 위해서 생명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고 그 책임을 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였어요)

예뻐지려고 노력도하고
봄이 되니 싱숭생숭한 마음에 꽃을 사서 가꾸기도 해요 베고니아랑 캄파넬라 ;)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제 성장이 더디지만 가시적으로 조금씩 보여요

전 얕고 좁은 사람이였지만
한 사람과의 사랑과 이별로
조금 더 넓어지고 조금 더 깊어지고 있는 과정에있어요

전 정말로 많이 노력했었어요
사랑했을때도,
붙잡을때도,
그리고 떠나 보낼때도

이젠 제 모습이 기대가 돼요
얼마나 더 멋진 모습으로 성장할까
이 지옥도 견뎠으니 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물론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고
울고 힘들어하고 여전히 그 사람의 흔적을 찾을 때도 있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요

우리 이렇게 생각해봐요
우린 이별을 하는 중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아파하는 당신이 그리고 내가 정말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