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서툴다는 남자친구(스크롤주의)

2016.04.21
조회574
2년째 cc중인 여대생입니다.

남자친구가 의견도 없고 반응도 없고 도대체 좋은지 싫은지를 모르겠어요.
본인은 뭘 해도 좋다고 말은 하는데 그게 좋아서 좋은게 아니라 그냥 딱히 싫지 않은 정도라서 그냥 같이해주는 것 같달까..


저는 어디 다니는걸 좋아해서 전부터 남자친구와 몇박으로 여행하고 싶었는데, 사실 여행이라는게 돈이 많이 들어서 가자고 말하기 부담스러워서 말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데이트통장이 생각났고, 방학동안 모은 셈 치고 그걸로 다녀오자 해서 예산을 마련했습니다. 남자친구가 그나마 일본을 가고싶어해서 아끼고 아끼자 하며 일본으로 정했습니다. 워낙 어딜 가든 좋은 티를 안내니까 본인이 평소에 가고싶었던 곳을 가면 좋아하겠지 라는 마음으로요.

일단 둘 다 여권이 없어서 사진 찍어서 셀프편집하고 인화해서 여권 만들고 바로 항공편 예약을 했습니다. 숙소도 교통 편한 곳으로 알아봐서 잡았습니다. 이제 일정을 짜야하니까 어디 가고싶냐고 물었는데, 다 좋다고 아무데나 상관 없대요. 그래도 가보고싶어했으니까 한두군데는 있지 않냐며 여러 번 물었지만, 그냥 가보고 싶었던거지 어딜 가고싶었던건 아니라고 말하더라구요. 자기는 어릴 때부터 집안이 어려워서 여행같은거 생각해본 적 없어서 잘 모른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누구는 부유한 집안에서 여행다니며 산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저도 일본에 대해 잘 모르는데 남자친구가 자꾸 저런식으로 나와서 결국 제가 다 찾아봤습니다. (남자친구가 일본어를 잘해서 그나마 관심이 조금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봅니다.)
저도 물론 격주로 일하면서 공부도 하고 기타 활동도 하느라 바빴지만, 남자친구는 주6일근무 하느라 더 바빴을테니 덜 바쁜 내가 하는게 맞는거겠지 하며 일정부터 이동경로, 시간배분, 교통패스구입 등 모든 것을 제가 했습니다. 이거 찾아보면서 일본 한 번 다녀온 느낌이었어요 ㅋㅋ 심지어 예산도 너무 적어서 그거에 맞추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녀와보신 분들은 아실거에요. 2인 4박5일 밤출국 아침귀국 90으로 다녀왔습니다.)

남자친구가 일본은 먹방이지 이랬던 기억이 있어서 맛집에 데려가고 싶었는데, 저 모든걸 혼자 다 하고나니 기운이 빠지더라구요. 그래서 '자기가 일본은 먹방이래서 맛집 찾고싶었는데 아 너무 힘들다 자기가 찾아볼래? 아니면 그냥 보이는데 들어가?ㅋㅋㅋ' 이렇게 말했는데 '아무거나 상관 없어 ㅋㅋ 힘들면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자 ㅋㅋ'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울컥했습니다. 본인은 분명 제가 힘들다고 하니까 찾지 말라는 의미로 말했겠지요. 항공편, 숙소, 일정, 환전까지 제가 다 했는데 맛집 하나 찾기 힘들어서 아무데나 들어가자고 하는게 너무 얄미웠습니다. 제가 무슨 여행사 직원도 아니고 제가 하는게 당연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떻게해서 밤비행기로 일본에 도착했는데.. 숙소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출국 전에, 방 비밀번호가 바꼈다는 메일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남자친구한테 보내졌는데, 그걸 본인이 확인하지도 않고 저한테 말도 안해줘서 바뀐 비밀번호를 몰라서요. 로밍도 안해가서 지나가는 한국인에게 와이파이좀 빌려달라해서 그제서야 메일 읽고 방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행중에도 남자친구는 그리 신나보이진 않았습니다. 나 혼자만 들뜨고 설렌 것 같고, 오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데리고온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저도 남자친구도 처음 나온 외국이자 둘의 첫 여행인데, 저는 남자친구 뒷 모습만 보며 눈치만 살피다 왔네요.


그냥 그래 원래 반응이 없는 사람이니까 시간 내서 같이 다녀온 것만으로도 고맙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본인 친구들과 다녀온 여행사진에는 항상 신나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여행중에 생긴 일들도 신나서 저에게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잘 찍혀서 화보(제기준)도 몇 장 건져오고 그럽니다. 저도 사진 찍는거 좋아하는데, 왜 적극적이지 않은건지..

저는 남자친구랑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싶은데, 그걸 말하면 남자친구는 그래 라고는 하면서 적극적이진 않아요. 뭘 해도 좋다하고 아무거나 상관 없다하고 본인은 뭐가뭔지 잘 모른다하고.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검색해서 찾아보고 알아봐야해요. 싫다는 소리는 안합니다. 그렇다고 가서도 좋아보이진 않아요.
싫은거면 차라리 싫으면 싫다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남자친구랑 얘기를 안해본 것도 아니에요. 얘기 할 때마다 항상 본인은 표현을 잘 못한다는 말 뿐입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말해달라 하면 싫은건 딱히 없어서 싫다고 안하는거고, 뭐가 좋은건진 모르겠다고 합니다.
익숙해져서 그렇다고 하기엔 연애초에도 그랬네요.
어딜 가면 반응이 없으니까 자꾸 놀러나가자고 하지도 않습니다. 보통 학기중에는 남자친구 방이나 기껏 나가봤자 학교 주변이 전부인 것 같네요.
저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맞춰주어야 하는걸까요?
딱 좋다고 말한게 아니라 단지 싫지 않은거라면 같이 가지 않는게 맞는건가요? 남자친구를 위해, 그리고 저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