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란 곳은 언덕 좌우로 집이 열 채씩 줄지어 있는 산동네였다. 그때는 왜 그리 눈이 많이 왔는지, 걸핏하면 마을 전체가 철부지 아이들의 썰매장이 되어 버렸다. 온세상이 하얗다 보니 합판이나 쌀 푸대 자루를 타고 배고픔도 가난도 잊고 밤새 놀았다.
눈 오는 날은 연탄집 리어카가 마을까지 못 올라오기 때문에 연탄이 떨어지면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직접 사러 갔다. 연탄 구멍에 끈을 끼워 양손에 연탄 한 장씩 드는 것이 보통인데 30~40분 거리를 오가야 하니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한 손에 두 장씩을 들고 다녔다. 가끔 끈이 떨어져 연탄이 깨지면 “쬐끄만 게 공부하는 데 힘은 안 쓰고 엉뚱한 데서 힘자랑하다 일 저지른다”며 엄마가 호되게 야단하시곤 했다.
그렇게 힘들게 네 장씩 들고 다닌 것은 해은이에게서 관심을 끌고 싶어서였다. 초롱초롱하고 예쁜 해은이는,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다른 동네 아이들로부터 보호해 주고 눈썰매 탈 때도 제일 많이 태워 주는데 내게 관심이 없었다. 방법은 감동을 주는 길뿐이구나, 하고 생각한 것이 연탄을 들어 주는 일이었다. 해은이가 연탄을 들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해은이 몫까지 내가 네 장을 들게 된 것이다. 그때만은 해은이도 내 곁에 바짝 따라오면서 이야기도 곧잘 하고 “오빠, 힘들지 않아?” 하며 걱정해 주었다 그때가 가장 행복하고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날마다 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어느 날, 연탄차가 오기 하루 전날, 마치 드라마 대본처럼 기막힌 순간에 눈이 내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해은이네는 연탄이 열두 장이나 있다는 게 아닌가. 순간 연탄광에 들어온 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곰곰히 생각한 끝에 해은이네 연탄을 부셔 버리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몰래 해은이네 광에 들어갔더니 정말 연탄 열두 장이 쌓여 있었다. 두 장만 남기고 다 부셔버린 뒤 집 앞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연탄 두 장만 빌려 달래요’라고 하면 파손된 현장을 목격할 테고, 그러면 연탄 사러 같이 가겠지. 혼자 신이 나서 “아줌마” 하고 부르려는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의 집 보초 서라고 저녁 먹인 줄 알아? 어서 가서 공부나 해!” 어머니였다. “연탄 사러 가야 하는데….” “이놈아, 집에 연탄이 몇 장이나 있는데 무슨 소리야. 그럴 힘 있으면 집 앞 눈이나 쓸어!” 오, 신이시여. 정작 우리집 연탄 재고조사를 안 했던 것이다.
연탄 사러 가는길
눈 오는 날은 연탄집 리어카가 마을까지 못 올라오기 때문에 연탄이 떨어지면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직접 사러 갔다. 연탄 구멍에 끈을 끼워 양손에 연탄 한 장씩 드는 것이 보통인데 30~40분 거리를 오가야 하니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한 손에 두 장씩을 들고 다녔다. 가끔 끈이 떨어져 연탄이 깨지면 “쬐끄만 게 공부하는 데 힘은 안 쓰고 엉뚱한 데서 힘자랑하다 일 저지른다”며 엄마가 호되게 야단하시곤 했다.
그렇게 힘들게 네 장씩 들고 다닌 것은 해은이에게서 관심을 끌고 싶어서였다. 초롱초롱하고 예쁜 해은이는,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다른 동네 아이들로부터 보호해 주고 눈썰매 탈 때도 제일 많이 태워 주는데 내게 관심이 없었다. 방법은 감동을 주는 길뿐이구나, 하고 생각한 것이 연탄을 들어 주는 일이었다. 해은이가 연탄을 들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해은이 몫까지 내가 네 장을 들게 된 것이다. 그때만은 해은이도 내 곁에 바짝 따라오면서 이야기도 곧잘 하고 “오빠, 힘들지 않아?” 하며 걱정해 주었다 그때가 가장 행복하고 가슴 뛰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날마다 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어느 날, 연탄차가 오기 하루 전날, 마치 드라마 대본처럼 기막힌 순간에 눈이 내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해은이네는 연탄이 열두 장이나 있다는 게 아닌가. 순간 연탄광에 들어온 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곰곰히 생각한 끝에 해은이네 연탄을 부셔 버리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몰래 해은이네 광에 들어갔더니 정말 연탄 열두 장이 쌓여 있었다. 두 장만 남기고 다 부셔버린 뒤 집 앞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연탄 두 장만 빌려 달래요’라고 하면 파손된 현장을 목격할 테고, 그러면 연탄 사러 같이 가겠지. 혼자 신이 나서 “아줌마” 하고 부르려는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의 집 보초 서라고 저녁 먹인 줄 알아? 어서 가서 공부나 해!” 어머니였다. “연탄 사러 가야 하는데….” “이놈아, 집에 연탄이 몇 장이나 있는데 무슨 소리야. 그럴 힘 있으면 집 앞 눈이나 쓸어!” 오, 신이시여. 정작 우리집 연탄 재고조사를 안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