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도박 빚, 파혼

stiff2016.04.27
조회4,302
조언이 절실한데 글이 길어서인지 댓글이 달리지 않아
다시 올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
최대한 간추렸습니다. 꼭 좀 조언 부탁 드립니다..

20대 후반 직장여성입니다.
20대 초반부터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올해 말 결혼을 예정중이었으나
엄마의 도박빚으로 인해 모든게 끝이 났습니다.

상견례도 잘 치루고 결혼 준비 중이었는데
엄마가 제 명의로 카드빚 2400만원을
카드 세개로 돌려막기 하다가 못막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얻다 썼냐고 어떻게 갚을거냐고 물어보면
너보고 갚으라고 안하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알아서 한다고 할 뿐
집에도 이틀에서 사흘 걸러 하루 들어오며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도저히 소통이 안돼 몰래 휴대폰을 훔쳐보니
짐작하자니 도박 빚 같았습니다.
본인 주변 사람들에게도 총 천여만원 빚지고,
이모 앞으로도 천여만원 대출 받아놓고.. 대책이 없었습니다.
제 앞으로 되어있는 카드빚이 5일간 연체되어
신불자 될 위기에 처해 급한대로
결혼할려고 1년동안 모아놨던 천만원 적금을 깨서 갚았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남자친구는 결혼을 미루는게 좋겠다고,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고
이 모든게 해결되지 않는한
결혼은 진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엄마의 빚, 빚의 출처)

일을 해결하고자 엄마와 대화를 시도하면
쌍욕으로 일관, 저와 말을 섞고싶지 않으며
배은망덕한 년이라고
다 키워놨더니 지혼자 잘살겠다고 시집 간다고 성만 낼 뿐
도저히 이성적으로 대화하려 들지 않았고
저는 그런 엄마에게 지치는 것 이상으로
점점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차라리 제 앞으로 되어있는 이 빚,
제가 다 갚고 엄마와 연을 끊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그건 절대 해결책이 아니며
부모자식간의 천륜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도 아니고,
당장 안본다 할 지언정 훗날 어떤 형태로 자식인 저에게
엄마가 갚을 수 없는 빚이 떠넘겨질지 모른다.
만약 엄마가 그 빚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면
정말 모른체 하고 살 수 있겠냐.
설령 그럴 수 있다한들 본인 가치관으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단 하나의 해결책은 오로지
지금 지고 있는 빚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엄마의 의지로 그 빚을 차차 갚아나가는 걸
짧게는 1년 정도 지켜보고
그렇게 안정을 찾는 것이다라고 하며 해결을 종용했습니다.

결국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저대신 남자친구가 나서서
엄마와 삼자대면하여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이 전까지만해도 도박빚이구나 확신까진 없었는데..
도박빚이 맞았습니다.
아는 친구들과 화투치던게 판이 점점 커져서
돈을 잃을수록 본전 찾을 생각으로 계속 뛰어들다가
겉잡을 수 없었다구요.
절망적인 이야기였지만
어쨌건 그 자리에서 힘든 얘기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 절대 그러지말자고 정신차리고
이 문제는 앞으로 같이 해결하자고,
빚 갚는것도 함께 하자고, 제가 옆에서 도와준다고 하고
엄마도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렇게 잘 일단락되는듯 했습니다.

당장 엄마의 소득 활동에 관해서는
현재 월세 주고있는 엄마 가게에서 나오는
백 얼마가지고는 생활이며 빚청산이며 불가능하니
힘들더라도 일을 새로 찾아서 하는게 좋겠다고
이야기가 됐습니다.

그렇게 셋이 대화를 마치고 엄마 먼저 집에 바래다드리고
남자친구와 둘이 상황을 정리할겸 따로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남자친구는 카페에서 제가 잠깐 자리를 비웠던 30분동안
엄마와 나눴던 이야기를 전달해주더군요.

엄마는 제가 취직한 후로 우울증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1년 반 전, 취직 당시 첫월급으로
엄마 저녁을 사드리며 했던 말이 큰 상처였다고 합니다.
'난 약속했던것처럼 엄마에게 손벌리지 않고
스스로 결혼자금 모아서 결혼할거다.
오래 만난 남자친구는 늦게 자리잡는 나때문에
결혼을 오래 기다렸다.
당장 1년간 바짝 모아서 1년 뒤 결혼을 목표로 하게될 것 같다.
고생한 엄마에게 매달 용돈 드리는게 응당맞지만
취업난에 쥐꼬리 박봉으로 취업해서
거기서 결혼자금을 모으는것조차 빠듯할 것 같으니
엄마가 그 부분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나도 취직했겠다, 엄마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주지 않을테니
엄마는 앞으로 오롯이 엄마 노후자금 모으는것만
신경쓰시면 될 것 같다.'
라고 했던 말이 엄마에겐
이제 난 내 인생 알아서 살테니
엄만 엄마 알아서 살아라고 들렸다고 하네요..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요.
그 후로 엄마는 큰 충격에 우울증에 걸렸고
그동안 혼자서 절 열심히 키워오신 게 다 부질없고
억울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빠에게 절 시집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도 하네요.
이렇게 된 이상(오빠가 엄마의 빚, 도박사실을 알게된 것)
무시할 수 없는 본인의 큰 흠을 알게됐으니
이 결혼 없던 걸로 하는게 맞을 것 같다는 뉘앙스로
대화를 이어갔다고 하구요.
(물론 뒤늦게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당사자 의견도 없이
엄마 민망한 상황만 생각하고 함부로 결혼을 하네마네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고
엄마는 당연히 제 뜻을 존중한다고는 했습니다.)

남자친구도 마음이 많이 복잡해보였고,
그래도 이렇게 함께 대화하게 된 거
엄마도 마음 잡았다고 하니 우선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
나도 엄마 많이 챙겨서 관계 회복을 해보겠다 했습니다.

이틀 뒤 엄마는 아는 동생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고 하였고 잘 됐다고 응원하였습니다.
그렇게 사흘정도 일을 나가는가 싶더니 돌연 연락없이 또 집에 안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연락이 안된 사흘째 진짜 억지로 짜내왔던
모든 기운들이 다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대체 어디가서 뭐하는지 알수도 없고 연락도 없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엄마 휴대폰 메시지에
그냥 다 포기할까 다 그만둘까하고 남겼더니
본인 마음대로 되지 않아 죽겠다며
자기를 찾지 말라고, 그 누구 연락도 받지 않겠다며
아무도 없는 곳에 있겠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엄마 휴대폰 분실신고를 통해
위치추적을 해보니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더군요.
당시에 남자친구가 저 대신 위치를 봐줬는데..
참.. 어처구니가 없고 허탈하기까지..

어떻게든 해결해보고자 노력해보고자 했던 모든 것들이
당사자인 엄마의 무의지로 무용지물이 되어갔고
남자친구와 저도 지칠대로 지쳐갔고
나아지지 않는 상황,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남자친구는 결국 제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저의 이 모든 상황을 훗날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사람,
힘든 가정상황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
만나는게 저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고
본인이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함께한 오랜 시간이 물론 소중한 세월이지만
억지로 끌고가다 결혼해서 똑같은 일로 허덕이다
십수년 뒤 이혼해서 더 큰 고통을 받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정리하는게 서로에게
더 나은 방향이지않을까 한다구요.
결국엔 행복한 결말보다 불행한 결말이
본인이 보는 우리의 미래였고 그래서 포기한다고 합니다.
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냐고 한달의 시간동안
어떻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냐고
우리가 그정도의 사이밖에 안됐냐고도 해봤는데
노력을해서 나아진들 도박중독이라는게
평생 완치할 수 없는 병이기에
불안하고 그걸 끌어안고 갈 자신이 없답니다..

그렇게 이별하게 됐습니다..
이 후 엄마에게 원망의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결국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평생을 생각했던 사람을 잃고
남은 건 빚더미에 그 빚을 갚기 위해 투잡을 뛰고 있는 나
그리고 도박에 미쳐 헤어나오지 못하는 엄마만 있다구요.
엄마만이라도 정신차리고 제발 돌아오면 안되냐구요.
할말이 없다더군요. 살고싶지 않대요.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고
자기 인생이 너무 불쌍하고 억울하대요.
엄마 하나로 내 인생이 전에 없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다고 이야기하는데도
개가 웃는답니다.. 그게 망가진거냐면서요.
제 수준이 그것밖에 안되냐고
본인은 저한테 인생을 다 썼다고 합니다.

이제 어디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저는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평생의 반려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잃었고
얼마안되지만 모아놨던 돈도 잃고
남은건 팔백여만원의 빚과
도박중독으로 자기연민에 빠진 엄마란 사람만 남았네요.
살면서 숱한 힘든 일에도
죽고싶단 생각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는데..
정말 살고싶지가 않습니다
삶의 이유를 모르겠네요.
어떻게, 왜 살아야할지도 모르겠고..

8년을 의지해오고 미래를 약속했던 사람도
도망가는 이 상황에서 저는 이제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요..

조언이 절실합니다..

* 참고로 엄마가 쓰던 제 명의의 모든 카드는 이미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더이상 제 앞으로 빚을 만들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모든게 끝난 상황에서 저는 남은 엄마라도 어떻게든 치료시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며 살아야 하는간지 아니면 그냥 엄마와 연을 끊고 세상을 홀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