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에서 대출한 뒤 돈 안갚는 동생

whiba2016.04.27
조회510
구체적으로 쓰려 했더니 글이 길어졌어요. 정말 제 머리로는 해결이 안되는 문제라 인터넷에 조언을 구하네요.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생각하는 바가 있으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 문제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요. 

--
저희 집의 가정사는 평범하지가 않습니다. 저와 제 동생이 어릴 때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을 했어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지금의 새아빠와 재혼을 했습니다. 새아빠와 혼인신고를 하고 산지 15년 정도 지났네요. 새아빠는 문제가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저희 어머니를 사랑하고 메이저급 공기업 차장이며 아직 정년까지 10년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라 학창 시절 눈치 안보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살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등록금 걱정은 하지 않고 지냈고(새아버지 회사에서 지원금이 나왔습니다.) 남들 하는 정도의 스펙쌓기는 걱정없이 하고 살았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재혼 전에 노래방 사업으로 번 돈까지 보태서 실질적으로 저희 집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24살된 여동생입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물론 애초에 대학을 갈 요량으로 중퇴를 한 겁니다. 별로 의미없는 선택이었어요. 동생은 언니가 했으니 자기도 하게 달라며 자퇴를 했습니다. 물론 대학은 가지 않았습니다.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었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그림은 꾸준히 그리는데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그냥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그리는 거라 하더군요. 몇년간 아르바이트를 간헐적으로 했습니다. 물론 버는 족족 다 썼지요.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정 안되면 편의점이라도 하나 차려줘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전에 더 나은 가능성을 스스로 찾길 바랐죠.   

동생은 엄마를 싫어했어요. 엄마가 어릴 때 동생을 많이 때렸거든요. 동생이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걸핏하면 맞았던 거 같아요. 주된 이유는 집에 늦게 들어오는 거였죠. 12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아 경창에 신고했던 기억도 납니다. 대부분 그 이유였어요. 방과후에 아무런 말도 없이 돌아다니다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 엄마는 동생이 잘못한만큼이 아니라 자신이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았던것만큼 때렸어요. 다른 가정에서 흔하게 있어나는 일은 분명 아니었어요. 동생이 상처를 많이 받았죠.   동생은 그 때의 일을 아직까지 멈추지 않고 늘어놓고 있습니다. 엄마를 추궁하는건 문제가 아니에요. 그건 엄마와 동생간의 일이죠. 문제는 그 일을 자신이 나태하고 게으르며 남의 돈을 떼먹는 행동을 하는 것의 근거로 삼는다는 거에요. 그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됐다는 거죠.  엄마는 따듯함이나 사랑보다 책임감이 더 많은 사람이에요. 이상적인 어머니상은 아니죠. 친아버지가 자식에 대해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이자 일찍이 이혼하고 혼자 사업해서 딸 둘을 키워냈어요. 강했지만 부드럽진 않았죠.  

동생은 엄마와 코드가 특히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유년시절 내내 불우했어요. 자신이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정당한 감정인지 판단한 권리가 제게 있는 것 같진 않아서 뭐라 말을 못하겠네요. 제가 보기엔 코드가 맞지 않아서 괴로운건 엄마도 마찬가지 거든요. 동생은 여러번 집을 나갔어요. 고시원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하는 생활을 반복했죠. 저는 엄마에게 평생 뒷바라지할 자신 없으면 집으로 불러들이지 말라고 충고했어요. 엄마는 제 말을 안들었죠. 일단 집으로 들어오라고 동생을 설득했고 동생은 "난 지금 잘살고 있는데, 엄마가 불러서 들어간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어요. 결과는 예상했던대로 나빴어요. 엄마가 바라는 최소한의 규칙적인 생활을 동생은 견디지 못했죠. 그 애는 필요할 때 돈을 벌고 쓰고 싶은만큼 쓰는 삶을 원했으니까요. 둘 사이는 계속 틀어졌어요. 어느날 동생이 그림 학원을 가고 싶다며 엄마에게 1년치 학원비를 달라 하더라구요. 엄마는 믿고 줬어요. 결국 몇달 후에 수차례 결석을 해서 환급도 못받을 지경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죠. 화가 나서 엄마는 동생을 추궁했고 동생은 화가 나서 집을 나가버렸어요. 

그리고 제2금융권에서 300만원 대출.집은 나간지 1년 동안 소식이 없다가 (전화 카톡 다 찬단했더군요.) 얼마 전 법원에서 집으로 경고장이 날라왔어요. 휴대폰 요금 160만원에 대한 독촉장이었죠. 휴대폰 요금을 안내고 있더군요. 엄마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어쩌어찌 정보를 알아내서 동생이 머물고 있는 고시원을 찾아갔어요. 예상대로 난리를 쳤죠. 꺼져라. 여긴 왜 왔냐. 난 잘 살고 있다.  엄마는 동생이 머무르는 고시원 사장, 그리고 동생이 일했던 편의점 사장등과 만나서 이야기를 했고 상황을 대충 알게 되었어요. 원금상환일이 다가오는데 원금은커녕 이자도 한푼 못갚고 있고 고시원 원세만 겨우겨우 내고 있는것 같더군요. 

동생이 양치질하는 걸 게을리 해서 이가 다 썩어있습니다. 1년 전 치과에서 견적이 700만원이 나왔어요. 엄마는 지불할 요량이 있었죠. 치료 예약까지 다 잡아놨어요. 동생은 결국 치료를 거부했어요. 엄마는 고신원에서 동생과 마주치자 마자 이 치료 얘기부터 꺼냈어요. 돈이야 갚으면 그만이지만 이는 다 썩으면 돌이킬 수가 없으니까요. 사실 엄마의 최대 걱정거리였죠. 이 다 썩으면 자살하면 돼. 이게 동생 대답이었네요. 엄마는 고민중입니다. 이걸 일단 자기가 갚아줘야 하는지, 스스로 처리하게 내버려둬야하는지..그냥 갚아줬다가 이런 식으로 일이 해결되는 과정을 학습하게 될까 걱정입니다.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못자네요.

엄마는 집에서 노는 스타일이 아니라 집안 형편이 어찌 됐든 남는 시간에 나가서 돈을 버는 스타일입니다. 재태크도 꾸준히 하구요. 자식 걱정도 많고 돈 욕심도 있는 사람이에요. 새아버지는 월급 통장 구경도 못합니다. 어차피 엄마가 관리하니까요. 그래도 항상 미래가 불안한지 돈을 벌어야겠나봐요. 동생 일을 알고 나서 뭔가 돈을 더 많이 벌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드는지 집에서 부업할만한걸 찾고 있네요.   

이렇게 쓰고 보니 동생과 엄마는 도저히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유형의 인간인것 같습니다. 엄마가 보기에 동생은 게으르고 나태하며 남탓만 하는 사람이고, 동생이 보기에 엄마는 독선적이고 돈생각밖에 안하는 사람이죠.  하지만 이런 거나 문제삼기에는 당장 눈앞에 돈문제가 있네요.

저는 제2금융권 이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처음 빌린 300만원이 어느정도까지 불어날지 잘 모르겠어요. 엄마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더 내버려두면 심각해질 수가 있다고 하네요. 뭘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돈을 다 갚아줘버리면 나중에 "언제 내가 갚아달랬어?" 이 얘기가 나올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동생이 좋아하는 래퍼토리에요. 어차피 고마워하는건 바라지도 않아요. 일 벌려놔도 엄마가 해결해준다. 라는 생각을 키우게 될까바 그게 걱정입니다..  어제 독촉 전화가 3통 왔습니다. 동생은 "내 문제를 왜 엄마가 신경쓰냐"라고 소리를 질렀다는데, 실상을 이렇게 독촉 전화가 오고 독촉장이 집으로 날아오고 있네요. 이게 "자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무엇이 최선인지를 모르겠네요. 진로? 계획? 그런것까진 바라지도 않아요.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 이 아이 먹고 살 길을 만들어주려고 머리를 짜내고 있습니다.

그냥 더이상 크게 돈문제가 안 일으키고 말만 좀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동생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엄마의 이런 태도거든요. "말만 좀 들어라."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나 엄마나 동생을 무시하고 있죠. 무시라는 건 결국 이런거에요. "그 애의 행동이 나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언제나 염두에 두는 거죠. 남의 돈을 갚지 않아 독촉장이 날라온다던가 하는...이런 나쁜 결과 말이에요.

  불길하게도 이건 그냥 시작에 불과한 것 같아요.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하는데 방법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뭔가를 포기해서 나아지는 게 있다면 하겠지만...이건 도대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감이 안잡힌다고 하네요....제 입장은 사실.....저는 동생이 이제 스스로 해결해야할 나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 또한 스스로 떠안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제가 단지 언니라서 할 수 있는 생각이겠죠. 엄마 입장은 그게 아니구요. 그래서 저도 어쩔 수 없이 방법을 생각해보는 수 밖에 없죠. 엄마가 돈을 갚아주고 싶어한다면 그 정도는 제가 갚아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최선이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