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이> 아무 상관없어

망고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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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도 어제처럼 그냥 어정쩡하게 보냈어
걘 평소처럼 애들이랑 대화하면서 가끔 눈마주치면 웃어주고 말도 평소처럼 거는데 일절 터치를 안하더라

그러고 오후수업을 내가 더 일찍 마쳐서 걔 강의실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걔 수업 마치고 친구들이랑 나오다가 나 보더니

나 기다려? 하고 묻길래
내가 잠깐 시간 있냐고 물으니까 친구들 보내고 나랑 잠깐 같이 있었어

걔는 수업 하나 더 남았었고..



걔가 내 손목잡고 의자 있는데로 데려가더니
어쩐일이야 연희가~?
하고 웃으면서 말하더니 정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의자에 날 앉히더라

걘 또 내 앞에 서있었어


나도 뭐라 말 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걔가 옆에 자판기에서 캔 음료 두개 뽑아와서 하나 내 손에 쥐어줬어

화 났을 법도 한데 얜 왜 이렇게 사람이 좋은거지... 왜 이렇게 다정한거지.. 괜히 나랑 인연이 닿아서 얘 인생에 내가 방해만 되는거 아닌가 오만생각다들었어

내가 너무 못난 사람같고.. 급 작아짐


내가 아무말 못하고 있는데도 묻지도 않고 가만히 있다가
내 손에 쥐어준 음료수 들고가서 따더니 다시 쥐어줌

그거 보니까 또 울컥해서 다짜고짜

미안해
하고 말했어

난 걔 얼굴 못 보고 캔 보면서 말함

걔가
음.. 괜찮아

하고 진짜 아무일 없었던 듯이 대답했어 평소처럼 다정하게

그래서 약간 용기?가 나서 걔를 올려다봤어
그니깐 걔가 나 보면서 진짜 싱긋 하고 웃었어 엄청 사람 편안하게 해주는 웃음...

내가 미안한 마음에 살짝 울먹거리면서

뭐가 미안한지도 안 물어봐?
하고 물었어

걔가 연기하듯이 일부러 생각하는 척 하더니

너가 뭐에 미안하든 원래부터 난 괜찮았으니까

라고 어깨 으쓱하며 장난치듯이 말하더라


걔가 그냥 장난으로 넘겨주려는것 같았는데
그래도 얼렁뚱땅 넘기면 안될것 같아서 내가 다시 좀 진지하게

술먹고 한 말 진심 아니었어
하고 말했어

그니까 걔가 또 막 개구진 말투로

뭐? 나랑 뽀뽀하고 싶다던 말?

하고 놀리듯이 말했어

기분 나빴을텐데 날 위해 넘겨주려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아무렇지 않은것 같기도 한거야

내가

그 선배얘기..

하고 말을 흐렸어

그니까 걔가

음..
하고 잠깐 생각? 하다가 말하더라


니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아무렇지 않다고 말한 내 말은 진짜 진심이야


걔 말투랑 표정이 또 엄청 진지함...
아...

내가 기분이 왠지 또 울적해져서 고개 떨구고 걔 신발 보면서

아무사이 아니라서?

하고 우물쭈물 물었어


걔가 내 옆에 앉더니 고개 숙여서 나 쳐다보더라
그래서 나도 고개 돌려 걔 쳐다봤어

걔가 웃으면서

아무사이든 아니든 그건 아무 상관없어

라고 말했어
그러곤 시계보더니 수업때문에 가봐야겠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가버림...ㅠ


걔 진짜 모르겠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듯 말하고 웃으니까..

나 혼자 지금 썸타는거라고 생각하고 오바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걔한테 카톡보냈는데 읽었는데 답이 없다...ㅠ



(+)

내가 처음에 카톡을

저녁에 잠깐 볼 수 있어?
라고 보냈어

한 삼십분 있다가 걔한테 답장이 옴

오늘은 약속이 있어.


다시 내가 보냈어

너 약속 마칠때쯤 내가 너 있는 데로 가도 돼~? 잠깐 봤음 좋겠어


걔 어딨는지도 몰랐는데 다짜고짜 그냥 그렇게 보냈어 걔가 어디라고 말해주면 가려고 했지
근데 그 뒤부터 답장없었어

내가 말한 읽씹이 이거였어


걔가 답장이 없어서 한 두시간 있다가 내가 못 참고 카톡을 또 보냈어

바빠?


안 읽음ㅠ
계속 폰 보면서 답장 기다리고 있었는데 벨 울림

설마

했는데 걔 였어


내가 완전 예상치못한 걔 등장에 어버버 거리니까
걔가 내가 보낸 카톡 나한테 보여주더니

성격 급하네
하고 웃더라

내가 놀래서 가만 서있으니까 걔가

안 들여보내줄거야? 맛있는거 사왔는데

하길래 그제야 정신차리고 들어오라했어
걔가 맥주랑 먹을거랑 사왔더라구

내가

어떻게 왔어? 약속 있다며?
하고 물으니

약속 마치고 왔어 오늘 꼭 봐야될것 같길래
라고 하더라


그러고 상 차려서 같이 맥주 마셨어
난 음... 고백해야하나 그런생각도 조금은 하고 있었어 진짜 이러고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기 전에 말이라도 하자 싶긴 했는데 계속 용기는 안 나고..
근데 점점 걔가 철벽치는건가 이제.. 하는 생각에 막 무섭고 슬프고 그랬었어


걔가 술 마시다가

근데 무슨 일이야?
하고 진짜 태연하게 물었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물으니까 뭐라고 말해야될지 모르겠는거야 아까 사과 했는데 또 사과하는것도 이상하고 다짜고짜 고백할 용기는 안 나고..


그래서 그냥

넌 왜 그렇게 착해~?
하고 말함

걔가 으스대는 듯한 표정지으면서

타고난거지
라고 말하더라

근데 난 걔의 그런 말에도 웃어지지도 않고 마음이 안 좋은거야
할말은 많은데 뭐라고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니가 너무 다정해서

까지 말하고나서
너무 헷갈려
라고 말하고 싶었거든

근데 그 말이 진짜 도저히 입에서 안 나오는거야 그건 그냥 내가 너 좋아하고 있다는 말이나 다를바없잖아

걔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 입으로는 말을 못하겠는거야

그래서 그냥

좀 그래

라고 말했어
걔가
좀 그래? 라고 되묻듯 말하길래

내가
좀 좀 그래
라고 말했어
알아서 알아들어주길 바라면서 ㅠ

근데 걔가

그래서. 그러지 말까?
하고 묻더라

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고개 절레절레 흔듦

장난기없이 무표정하게 묻는 걔 표정 보니까 숨이 턱턱 막히는것 같았어
걔의 무표정이나 담담한 말투가 화난게 아니란걸 아는데도 가끔 너무 냉정하다 싶을때가 있거든

그냥 내 마음 훤히 들여다보고 있으면서 모르는척 하는것 같고..

술 마시니까 취기도 오르고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막 덥고 그랬어

그래서 엎드려서 상에 뺨 대고 있었어
걔 안 봐도 되니까 편하더라

내가

난 가끔 너랑 친한 애들 보면 질투 나던데..
라고 운을 뗐어

걔는 아무말 안하더라
무슨 표정 짓고있을까 생각하면서 중얼거리듯 물었어

넌 그런적 없어?


걔가

너에 대해서?
하고 묻더니

글쎄
하고 대답함

진짜 이해못하겠다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는 말투인거야

지금 나혼자 쌩쇼하는건가 싶었어
그래서 내가 뭔가섭섭해 라고 말했어

걔가

음.. 그 선배 때문에?

하고 완전 돌직구로 물어봄
내가 우회적으로 얘기하니까 걔도 그럴줄 알았는데 너무 바로 물어보니까 좀 당황했지만 어차피 난 엎드리고 있어서 얼굴도 안 보이니까 다행이다 싶었어

내가
응 뭐
하고 애매하게 대답했어

걔가
웃는듯마는듯한 목소리로

연희야. 내가 질투하면 그 선배 안 만나게?
하고 물었어

내가 완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응..
하고 대답했거든

그러니까 걔가
내가 상관없다 그러면 만나고?

하고 물었어


걔가 그렇게 물으니까 뭐라 대답해야될지 모르겠는거야
걔가 상관없다고 해도 만날 생각 없었으니까


걔가 내 어깨 잡더니 나 일으키면서

나 봐봐
라고 했어

걔 말투가 또 사뭇 진지해서 갑자기 긴장이 됐어
걔를 마주하고 있음 마치 선생님한테 혼나는 애가 된듯이 겁이 나기도 하고 뭔가 무섭고 그래


그래도 피하기 싫어서 걔 쳐다봤어
걔가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왜 나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고 말고 해?
넌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라고 말했어
진짜 가슴에 칼날 박히듯이 말 한마디한마디가 내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이었어

걔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린 그냥 친구야 오해하지마
라고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거 같았어

한편으로는 너는 너 나는 나
라고 말하는것 같기도 했어
너도 내 영역 침범 하지 마 이런 느낌..

진짜 조금만 방심하면 눈물이 나올것 같은데 억지로 꾸역꾸역 참았어

그리곤

미안
하고 사과했어
나 혼자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뭐 그런 의미랄까

걔가 웃으면서

미안이 여기서 왜 나와
라고 말하더니 또 내 머리카락 넘겨줬어


난 눈물이 나올것 같아서 걔 못 보고 상 보고 있었어 걔 보면 바로 울어버릴것 같아서

그러다 걔가 다른 손도 뻗어서 양 손으로 내 양볼을 감싸고는 고개를 들게하더라

그러곤 양손으로 내 볼을 눌러서 오리?처럼 만들더니

귀엽다

라고 말했어

걔의 그 다정한 말투가 너무 슬퍼서 결국 또 울어버렸어

걔가 완전 당황하면서
내 옆으로 오더니 내 눈물 닦아주더라

왜. 왜 우는거야~?
하고 진짜 모르겠다는 말투로 묻는데

나 혼자 뭐하는거지 싶어서 너무 내가 처량한거야
그냥 내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어
걔는 너무 좋은데 너무 차갑고
너무 다정한데 너무 잔인한거같고...

걔가 눈물 닦아줘도 내가 계속 우니까
걔가 안아줬어

그러곤 머리 쓰담쓰담해주는데 가슴이 진짜 아팠어
슬픈 와중에 걔가 안아주는건 또 좋고...

그냥 나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거 같아

그래서 나도 그냥 걔 안았어
내가 걔 안으니까 걔가 내 등 토닥토닥하더라

내가
나 그때 너한테 뽀뽀하고 싶다고 한거 진심이었는데

하면서 훌쩍거리면서 말했어
술취해서라기보다 그냥 아까는 그런 말이 부끄럽지 않더라
울어서 그런가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걔가 내 머리 쓸어넘기더니

내 목덜미에 뽀뽀했어..

소름이 돋는데 너무 기분 좋아서 내가 걔 더 꼭 끌어안았어

걔도 아무말 안하고 나 안아주길래
어... 내가 걔한테

나랑도 입에 뽀뽀하자

라고 했어
얼굴을 안 보니까 그런 말이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더라고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걔가 나 안고 있다가 내 팔 잡고 날 떼더라고

그러곤
내 눈 보면서 웃더니

그래
라고 말했어

난 겨우겨우 용기내서 말한건데 걘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더라

하자 뽀뽀

하고 다시 말하면서 나 빤히 보면서 웃음

걔는 그러니까..
나보고 해라는 식으로 가만히 있는거야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면서 걔 보고 있으니까

걔가 다시 웃을락말락 장난기 어린 말투로

왜. 못하겠어?
하고 물었어

내 마음은 온통 걔한테 뽀뽀해버리자 싶은 마음인데 실천이 안되더라
몸이 언듯이 경직돼서는 꼼짝을 못하겠더라

몇십초? 그러고 있으니까
걔가 또 내 볼 살짝 꼬집더니

귀엽긴.
하고 말함

하.. 그냥 그런 말도 안해줬으면 싶더라

그러고는
늦었으니까 이제 자

라고 하더니 나 일으켜서 침대 데려가서 억지로 눕히곤 불 꺼버림

걔가 나 재워주려는 듯이 옆에 앉아서 머리 만져주길래 내가

넌 원래 이래?
라고 물었어

걔가

아니
라고 대답했어

온통 사람 헷갈리게 해놓고
또 원래 이러는건 아니라 그러고
진짜 모르겠다


걔가 머리 계속 만져주다가

오늘은 집에 가봐야 돼서 못 자고 가
하고 또 다정하게 말하면서 내 뺨을 만졌어

그러고 막차 시간이 돼서 걘 갔어



고백도 안했는데
다 끝난 기분이다 이거 ㅋㅋㄱㅋㅋㄱ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