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33, 남편 34살... 둘다 어리지 않은 나이에 결혼했습니다.
남편이 공기업에 다니는데 직종상 여초인 곳이라서
20대 후반, 그리고 남편 또래의 여성 동료들이 많습니다.
남편은 제가 자기 맘에 안 드는 행동(밑반찬이 없다거나,
빨래를 제깍제깍 안 한다거나...)을 하면 늘 '내가 아는
여자들 중에서 네가 가장 떨어진다.' '우리 동료 중에는
맞벌이 하면서도 집안일, 육아 완벽하게 다 하고 직장생활도
잘하는 여자들이 있는데 넌 왜 못하느냐?' 라고 말합니다.
저는 야근이 많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어서 연봉은
남편하고 비슷하지만 퇴근이 기본 9시, 10시에요.
그래도 남편은 밥을 안 먹고 기다립니다.
본인은 저녁에 아내가 차려주는 따듯한 식탁 받는 게
평생 꿈이었대요.
제가 퇴근하고 자정 넘어서까지 부엌에 서서
밑반찬이고 국이고 끓여놓고 저녁에 데워먹으라고 해도
안 먹습니다. 제가 와서 차리고 끓여줘야 먹어요.
그러니까 저에게 원망이 장난이 아닙니다.
고되게 일하고 돌아오면 볼멘소리부터 들어야 되죠.
네가 야근하고 늦게 오는 바람에 내가 지금 굶고 있다.
이거죠. 내가 놀고 오는 게 아니라 일때문에 그런다
양해좀 해달라, 라고 말하면 제가 무능하고 일할 줄
몰라서 야근을 한다고 합니다.
대체 왜 야근을 하는지 본인은 이해를 못하겠다고요.
한밤중에 빨래 돌리면 다른 집에 민폐라 주말에 몰아서
빨래를 하는데 아침마다 입을 옷 없다고 한숨을 폭폭 쉽니다.
여자가 게으르니까 되는 게 없대요.
시어머니께서는 집안일 100% 혼자 다 하시면서 평생 직장생활하신
슈퍼우먼이신데, 여자가 부지런하면 저렇게 할 수 있는데
제가 게을러서 못한다고 합니다. 시어머니 본 좀 받으래요.
지금 결혼한지 1년째, 임신은 안한 상태인데
이 상태로 임신하면 육아도 다 제 차지가 될게 뻔합니다.
그래서 계속 피임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며칠 전 저녁먹으면서
그러더라고요. 계속 피임할거면 이혼을 하자고.
임신을 하든지, 이혼을 하든지 결정을 하래요.
애도 안 낳을거면서 남의 집 대 끊지 말고 사라지라고 합니다.
대화로 해결하려고 해도 여자는 맞벌이 필수 + 집안일도 전담해야함
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꽉 박혀 있어서 애초에 말이 안 통해요.
결혼 전에는 맞벌이는 필수지만 집안일은 반반하자고 했었어요.
결혼 전에는 왜 그렇게 말했냐고 하면 딱 잡아뗍니다.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하네요.
제가 고민고민하다가 친정 어머니께 가서 말씀드렸는데,
너는 그런 결혼을 왜 했냐, 1년만에 이혼할 거면 왜 결혼했냐고
욕만 실컷 듣고 왔습니다. 제가 한 결혼이니 제가 평생 책임지라네요.
친정에 와서 죽는 소리 하면 스트레스받으니까 그냥 혼자서
짊어지고 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혼은 안된다네요.
바람피운 것도 아니고, 남자라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며
제가 별나다고 합니다.
울면서 친정집 나서는 제 뒤에다 대고 집안 청소 깔끔하게
잘 해! 여자가 집안일 제대로 못하면 무시당하고 살아!!
라고 나름 충고랍시고 한마디 하시는데... 듣는 순간
아 친정도 내가 쉴 곳이 아니구나 절감했습니다.
저는 1년밖에 안 살았지만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데...
게다가 남편은 이혼하자는 말 입에 달고 사는데
계속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 직전이지만, 남편 입장에서도
'게을러빠져서' '해야 할 것도 제대로 안 하는' '개념없는' 마누라인
제가 불만스러워 견딜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하루는 하도 심하게 말을 하길래 좋게 말해도 될 걸 왜 그렇게
말하냐 하니, 본인이 저에게 불만사항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좋게 말이 안 나간대요.
정말 이혼하고 친정하고도 연을 끊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여자들은 다 이렇게 사는데 제가 유난한 건지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