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가 인정한 걸그룹

ㅇㅇ2016.05.08
조회11,409

 

미묘: 아무래도 차세대 걸그룹 패러다임은 트와이스가 제시하는 것 같다. 기존의 기준으로는 아무래도 호평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여기저기 있지만, 넘치는 생동감으로 모든 걸 뚫고 달려가 끝내 터치다운해 버린다. 같은 원리였던 전작보다 그 다이내믹은 더욱 커졌는데, 'Cheer Up'과 'Touchdown' 이외에도 앨범 전체가 체육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멤버들의 매력에서 출발한 캐릭터와 콘셉트를 앨범 전체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그 가속도로 '사소한 것들'은 얼버무려버린다. 그래서 음반이란 포맷에 의미가 없는가 하면, 그 '사소함'에는 실험 중인 장르의 리스크도 포함되어, 음악 콘텐츠로서 오히려 모범적이라 볼 부분이 있다. 들을수록 시원한 'Cheer Up'과 'Touchdown'도 그렇지만, 어수선함과 낯섦이 모두 매력으로 승화되는 '툭하면 톡' 역시 꼭 들어볼 만한 트랙.

 

별민: 이 앨범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트와이스는 '제 2의 소녀시대'를 지향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미 '제 2의 소녀시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별다른 복잡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은 가사와 응원 구호 같은 반복 파트들은 확실히 흥겹기 위해 흥겨운 장치들인데, 이 '흥겨움'은 대중이 노래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사용'을 해야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부분이다. 트와이스는 일말의 우유부단함도 없이 그런 장치를 음악으로 과감하게 늘어놓고 있으며, 이 적극적인 어필은 '청순'이나 '소녀' 등의 키워드로 일관되던 최근의 걸그룹 시장이 간과하던 사각을 정확히 건드렸다. 보이그룹과 달리 걸그룹이 대규모의 초국적 팬덤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마니악한 요소들로 고정 팬층을 확보하기보다는 좀 더 널리 쉽게 받아들여지는 팝스타의 공식을 따를 필요가 있다. "PAGE TWO"의 모든 트랙이 가리키는 지점 역시 정확히 영미권 틴팝 아이돌을 가리키고 있는데, 최근 데뷔한 걸그룹 중 이 공식을 가장 충실히 따른 것은 트와이스뿐이다. 예언컨대 지금 이 기세라면 트와이스는 해외 투어를 진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케이팝 걸그룹 중 하나로 성장할 것이다. 트와이스 앞에 놓인 '꽃길'에 'game set'을 외친다.

 

햄촤: 타이틀곡 'Cheer Up'의 첫인상은 초반은 다소 심심하다가 후렴구에 몰아친다는 느낌이었다. 지효의 힘 있는 보컬이 리듬감 넘치는 후렴구와 맞물려 만들어내는 경쾌함과 사나 파트의 "샤샤샤"가 만들어내는 중독성만큼은 'OOH-AHH하게'에 필적하지만, 21세기에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다국적 걸그룹 노래의 메시지가 결국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니, 가사에 대한 일말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타이틀곡 감은 아니지만 수록곡 중 트와이스가 가진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를 더 잘 살린 곡은 'Touch Down' 같다.
박지윤이 불렀던 '소중한 사랑'을 트와이스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건 반가운 경험이었지만 뒤로 이어지는 곡들의 이미지를 다소 반감시키는 인상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냥 내가 원곡이 더 귀에 익은 세대인 탓에 느끼는 덜컹거림일 뿐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