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후유증으로 죽고 싶어요

자살충동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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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요.

 

아무리 친한 친구나 부모에게도...

 

그러나 이렇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아요.

 

한강변을 가다보면 뛰어내리고 싶고, 칼을 보면 그냥 손목을 확 그어버릴까 생각 드는 게 한두번이 아니예요.

 

벌써 1년이 다 돼가네요.

 

그 악마같은 놈은 대학 동기였어요. 집까지 태워준다고 해서 별 의심없이 탔고, 비타500을 주길래 마셨는데 일어나보니 모텔 침대에 나를 묶어 놓고....남자랑 한번도 잔 적이 없었는데 ....

 

죽고 싶었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마음 먹고, 그 놈이 간 다음 모텔 주인에게 사정해서 침대 시트 가지고, 병원에 가서 진단서 끊고 경찰에 신고했고요. 합의 안 해 주고 콩밥 먹이려고 했는데 그 놈 부모가 매일마다 찾아와서 비는 바람에 합의해 줬어요. 집행유예 받았다고 들었어요.

 

시험 끝나고 방학인데다 그 놈이 강간범 소리를 듣기 싫었는지 소문은 나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지방에 계셔서 모르시고 넘어갔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놈은 자퇴하고 다른 학교로 갔다고 하더라구요. 잊을 수 없지만 잊으려고 노력했어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 혹시라도 끔찍한 일을 당할까봐 집에서 매일 소주 한병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와요. 혹시라도 누가 밤에 들어올까봐 창문과 방문 앞에 무거운 걸 두고 자고, 여름에도 문 한번 못 열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살았어요.

 

정작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그 놈이 나에게 헤르페스와 콘딜로마를 옮겼어요. 워낙 행실이 더러운 놈이라 그 날도 업소 여자들이나 나이트 할 것 없이 자기가 잔 여자만 100명이 넘는다고 그 날도 자랑했어요. 산부인과 갔는데 헤르페스나 콘딜로마는 완치가 안 된대요 ㅠㅠ

 

가끔씩 나에게 대시하는 동기나 오빠들이 있는데, 나는 그날 이후에 남자라면 치가 떨려서 아직 남자 만날 준비가 안 됐다고 하고 냉정하게 굴었어요. 나는 남자들 사이에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대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어요. 매너도 좋고 성격도 착하고 부모에게나 누구에게도 잘 하고, 밉상이 있으면 혼내주는 킹카였는데 내게 고백을 하는 거예요.

 

속으로 생각했죠. 결혼하기 전이든 후든 언젠가는 육체관계를 할지도 모르고, 키스만 해도 헤르페스는 옮긴다는데 내가 '더러운 년'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할까...

 

결국 밝혀지면 어떤 남자든 내게 남아있을 리가 없잖아요. 입장을 바꿔놓고 내 남자친구나 남편이 그런 병에 걸려있으면 나라도 경멸하겠죠.

 

그 오빠를 뿌리치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성폭행 당한 것만 해도 억울한데...나는 결혼도 못하겠구나....나는 왜 이런 시련을 받아야할까...

 

결혼해서 아기 낳고 단란하게 사는 게 꿈이었는데...

 

집에 가서도 나는 결혼 안 하겠다고 하니까 부모님도 이상하게 생각해요. 결혼 빨리 하겠다고 하던 애가 갑자기 왜 저렇게 됐을까....하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묻지만, 그냥...이라고 대답하죠.

 

답이 없다는 거 나도 알아요. 헤르페스나 콘딜로마도 꾸준히 치료하면 된다고 해도 안 믿어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