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ow 1부 : 꿈의 해석 (#09 : 또 다른 자아)

J.B.G20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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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필은 자신의 방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텔레비젼에서는 계속 살인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정신병자에 의한 연쇄살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혁필은 무표정하게 침대에 앉아 보도를 보고 있었다. 한 심리학자가 나와서 사건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범죄자는 보통 성공할 때 마다 해방감을 맛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어떤 자들은 범죄를 이용해서 살인의 순간을 해방의 수단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시내의 한 술집에서 강재우 반장과 최창경 형사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도 바에 설치된 텔레비전으로 살인사건에 관한 보도를 보고 있었다.

“반장님! 저 사람이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린지 아시겠어요?”
“저런 작자들은 말로 사건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니까.”
“풋! 반장님다운 생각이군요…”
“…”
“그나저나… 정말… 연쇄살인이 되어버린 기분이에요…”
“글쎄…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통점이라는게 전혀 없잖아….”
“그러게요… 잔인한 수법만 빼면… 그렇죠…”
“…”

방송국의 스튜디오에서는 심리학자가 계속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자신을 주장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 중에는 보통 살인을 더 거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예행연습 쯤으로 생각하는 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살인을 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보통은 유명인사를 살해하는게 일반적입니다. 때로는 고문을 통해서 쾌감을 느끼는 범죄자들도 있습니다.”

그 시각 자신의 방에 있던 혁필은 또 다시 구토가 시작되고 있었다. 혁필은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는 계속해서 구토소리가 힘겹게 새어 나오고, 텔레비전은 나름대로 혼자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술집에 있는 텔레비전도 계속 떠들어 대고 있다. 진실이 없어져 버린 추측만이 난무하는 의미 없는… 자신의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런 그를 향해… 강반장이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런 작자들은 이런 사건으로 매스컴이나 타려고 한다니까. 이런 사건들은 저들한테는 아무렇게나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수단에 불과해.”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원래 학자라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자신이 가설을 펼치고 싶어 안달인 사람 들이잖아요… 조용하면 오히려 더 이상하죠.”
“그런가… 그들도 나름대로 그들의 일에 충실한 건가…”

두 사람은 학자를 바라보며 잠시 말이 없었다.

“아참… 오늘 살해당한 최광호의 사무실에 갔었어요.”
“그런 애기는… 내일 서에 가서 하자고…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시기나 하라고…”
“…”

사건애기를 다음날로 미루는 강반장을 보며 최형사는 조금 불안해 졌다. 그러나 그는 이해할 것 같았다. 어쩌면 자신들이 찾은 단서는… 범인이 계획적으로 흘린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형사는 강반장이 이미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노기를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사건애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자신들이 범인의 심리트릭에 이미 한쪽 발을 들여 놓은 것이라면, 신중하게 조금은 돌아갈 필요도 있는 것이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혁필은 다시 텔레비젼 앞에 앉았다. 그러나… 뜻밖에 탤레비젼 에서는 이상한… 알 수 없는 화면이 상영되고 있었다. 그때 혁필은 비디오가 재생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그가 비디오를 끄려고 하는 순간… 그는 그만 공포에… 잠식되어 버렸다. 상영되고 있는 비디오는… 살인장면이 녹화된 테잎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자신이 있었다.

“아… 아냐… 이건…”

비디오 속 자신은 혁필을 보며 웃고 있었다. 비디오 속 혁필의 또 다른 자아는 각각의 사람들을 찾아 가서 그들을 둔기로 내리쳐서 기절시킨 후 그들을 차에 태우고 이동하고 있었다. 비디오 속 자아는 사람들을 어둡고 습한 폐쇄된 교회에 모아 놓았다. 그리고 그러한 광경을 마치 셀프카메라로 촬영하듯 영상에 그대로 담고 있었다.

자아는 그들을 한 곳에 모아 묶어놓은 채 능욕을 하고 학대하며, 잔인하게 고통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기를 벌써 한시간이 훨씬 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주위가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자아는 묶인 사람들을 풀어 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최면을 당한 듯… 자아의 의식에 이끌려 그의 명령대로 서로 날카로운 칼이 아닌 둔기로써 가해 하고 있었다. 그들의 피부는 둔기에 뜯겨지고 있었다. 뜯겨진 피부가… 마치 곰보처럼 너덜대는 고깃덩어리들이… 피덩이와 섞여 몸체에서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가해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혁필은 극심한 공포에 전율을 느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만 생리현상을 참지 못하고 하체가 다뜻해 짐을 느꼈다.

그렇게 그들을 학대하던 자아는 그중 한사람을 교회 휘장에 걸려 있는 십자가에 매달고서 그의 배를 매우… 서서히… 가르고 있었다. 그가 십자가에 매달려 마지막 피와 물 한방을을 다 쏟을 즈음… 갑자기 제정신이 돌아온 듯… 계속되는 희생자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이 혁필의 귓가를 때렸다. 그때 비디오의 120분 영상이 모두 지나간 듯… 화면이 갑자기 ‘직’ 하는 귀를 찢는 소음을 크게 내면서 검게 바뀌었다. 그리고 그 일그러진 화면에 비친 혁필은 공포에 잠식 된 눈으로, 잔인한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