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추가)어버이날 선물로 말 됨? 판이 한몫했네요 참나

이소우2016.05.13
조회285,839
어버이날 있었던 일이에요
간략함을 위해 음슴체 갈게요

결혼한지 6개월 된 신혼 부부임
결혼하고 처음 맞는 어버이날이라 신경이 좀 쓰여
의미있는 게 없을까 싶어
같이 번화가를 걷다가 다이소가 있길래
부모님들께 간단히 한마디 쓰려고
편지지 고르러 들어갔음

얘기에 앞서 요즘 우리 엄마가 젤네일에 푹 빠지심
손톱 관리하러가면 기분 전환 되니 좋으신가 봄
몇 달을 그렇게 다니시다가 돈이 아까우시다며
직접 하시겠다고 네일 기구를 사심
울 엄마가 사진 찍어서 손톱 자랑을 자주 하니
남편도 이 사실을 알고있음

암튼 다이소에 들어가 각자 쇼핑을 좀 하다가
남편이 옆에 와서는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며
판에 있는 글 하나를 보여줌
그게 다이소에서 혼수 하겠다는 내용의 판이었음
그러면서 자꾸 발상 한 번 좋다고
그 사람 칭찬을 하는 것임
자기는 생각이 너무 부족했던 거 같다며..
편지지 고르는데 귀찮아서 대충 대답하고 나옴

돌아다니다보니 카네이션을 팔길래
울 엄마 아빠도 챙겨야지 싶어 예쁜 걸로 골라달라고 함
근데 살 필요 없다는 것임
왜? 물으니
자기가 사실은 선물을 미리 준비했대
그래서 너무너무x100 감동 받았음 ㅠㅠㅠ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내일 보라고,
자기의 섬세함에 놀라지나 말라고 하길래
더 기대하기위해(?) 더이상 묻지 않음
미리 준비한 마음이 너무나 예뻐
나는 백화점에서 시댁 선물로 양말이랑 스카프를 삼

당일 날 시댁에 먼저 가서 선물 드리고 점심 먹고
오후에 친정에 건너가서 저녁 먹는데
남편이 봉투 하나를 쓱 내밈
울 엄마 뭐 이런 걸 준비했냐며 좋아서 열어보시는데

...?
잉?
웬 스티커?
자기야, 오늘 어린이날 아니고 어버이날이야..

남편이 사온 것은 다이소에서 파는
(매니큐어 위에 붙이는) 네일 스티커였음..
친절하게 1000원이라고 적혀있는 그 스티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스티커 한 장으로는 지겨우실까 봐
두 장을 준비했다고.....
그 자리에선 기분이 나쁜 것보단 황당함이 컸음
귀여운 장난(?)을 치는 건가
차라리 제발 그런거였음 싶고
뭔가 무거운 분위기가 잠깐 흘렀는데
울 엄마 고맙다며 웃어주심
(심지어 울 아빠 선물은 없음 ㅠㅠㅠㅠㅠ)

집에 가는 길에
카네이션 하나 제대로 준비 못 한
나한테 짜증이 나고
남편한테 뭐부터, 어떻게 화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눈물이 남..
우는 나를 보고 남편이
지금 감동한 거냐 물어봄
그 말에 확 돌아서 막 쏘아부침
그냥 내가 울 엄마아빠 카네이션 사려고 할 때
말리지나 말지 이게 뭐냐고
시댁에는 백화점 선물 갖다바치고
울 집에는 이게 뭐냐고
아빠는 아무것도 없고
엄마한텐 스티커가 대체 뭐냐고 했더니
장인어른은 요즘 관심 있는 게 없으시니
저녁 사드린 거고
장모님은 좋아하시는 걸 드리고 싶어서
심사숙고 끝에 네일 스티커를 두.장. 이나 골랐다며
오히려 섭섭해 함
장모님은 고맙다고 하는데 왜 니가 난리냐며
내가 알기론 널 소박하게 키우신 걸로 아는데..
난 너의 그런 면을 좋아했던 건데..
이 따위의 망발을 시전함

다음날 남편이 화해하자고 말을 거는데
하는 말이 더 가관임
내가 부모님께 드린 선물을
니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할 줄 몰랐다
나는 혹시나해서 미리 너한테 판 얘기하며
의중을 떠봤는데 니 반응이 괜찮길래 진행한 거다
너에게도 의사표현을 제대로 안 한 잘못이 있으니
우리 이쯤에서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자

들고있던 냄비 엎고 친정집에 왔음
아직도 분이 안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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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판 봤대요 후기 추가합니다
이어지는 판 쓰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그냥 여기 써요

남편이랑은 1년 연애하고 결혼했어요
그동안 이런 짓거리 하는 거 한번도 본 적 없으니
결혼까지 했겠지요..
남편이 뭐가 됐든 자기가 옳다고 생각들면
그 방향으로만 추진하는 성향이 있긴했는데
전 소신이 있는 게 장점이라 생각했어요
근데 그 소신이 이런쪽으로 쓰일 줄이야;...

결론은 판 댓글을 봤는데도
아직도 남편은 저한테 섭섭해한단 겁니다
자기처럼 장모님 관심사에,
그것도 남자들이 잘 모르는 네일 관련 선물을
생각해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요
또 인터넷으로 클릭 몇 번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발로 직접 걸어가서 쇼핑한 건데
도대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대요
자기가 쓴 시간은 돈으로도 못 사는 거래요
소박하다는 의미는
다이소같은 천냥마트를 우리같은 사람들이 살려줘야
서민들이 잘사는 사회가 되는 거라고
저도 그런 활동에 동참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고
하지만 강요하진 않겠대요
서로 생각이 다를 수는 있으니 그 점은 미안하고
그냥 삐진 거 풀으래요..

저 얘기 들으니까 화난다기보다는 슬퍼요
저 아직 신혼이잖아요
이혼이 애 장난도 아니고 ㅠㅠ 그냥 슬퍼요
전 다이소 혼수글 보고 미x놈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글이 사실이라면
그 글과 같은 미x놈이 제 동반자인 것이
그 글이 자작이라면
소설 속 미x놈이 제 동반자인 것이
정말 너무너무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