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글을 쓰다보니 살짝 두서도 없고 좀 기네요..... 그래두 인내심을 가지고 한번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23살 여대생입니다.
외모지상주의.... 매우 민감한 주제라서 글 쓰기가 조심스러워지지만.... 그래도 용기내서 한 번 글 써 봅니다.
요즘 사회, 외모지상주의가 매우 심각하죠.
'못생긴 여자는 용서해도 뚱뚱한 여자는 용서 못 해'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내뱉는 그런 시대니까요.
짧다면 짧고, 길다하면 긴 제 23년 인생 중 열여섯살때부터 스무살때까지, 5년 동안 저는 '뚱뚱한 여자'로 살아왔습니다.
'통통'정도로 커버가 되는 몸무게가 아니라 정말 '뚱뚱'했습니다.
정말 피크를 찍었을 때는 세자릿수의 몸무게...도 잠깐 경험했었으니까요.
뚱뚱해지기 전, 그러니까 열여섯살 전의 저의 삶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태어나고부터 일곱살즈음까지,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혼혈아같이 생겼네' 였습니다.
짙고 선명한 한 줄의 쌍꺼풀과 큰 눈, 오똑한 코와 새하얀 얼굴.
나름 축복받은 이목구비를 타고난 저였으니까요.
동양 어린아이들은 아무래도 이목구비도 좀 흐릿하고, 예쁘다기 보다는 귀여운맛?이 있다면 서양 어린아이들은 이미 이목구비가 완성이 되있어서 예쁜 인형 보는 느낌이잖아요.
제가 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자기자랑 절대 아닙니다.그냥 그렇게 태어나서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날씬했던 열여섯살때까지, 전 정말 마음대로 살았어요.
힘든 일들은 좀 힘들거나 귀찮은 내색을 하면 남자애들이 해 주고, 마음에 안 드는 소리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반박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드세도 그렇게까지 드세기는 참 힘들것 같은데, 어릴때부터 열일곱살때까지 쭉 그렇게 살았었는데도, 저에게 뭐라고 말 한마디 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오히려 그래, 여자가 외모만 믿고 여우짓 하는것보다 자기 주장 하면서 똑부러지게 행동하는 게 참 똑똑하고 예쁘다는 소리라던가 여자가 예쁘기만하고 백치같이 텅텅비어있으면 매력없지 하는 소리만 들었었죠.
아, 그리고 제가 목소리 톤이 약간 허스키하거든요.
저도 제 목소리가 여자아이들에 비해서 좀 낮고 허스키한 건 알았지만, 누구도 제 목소리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없었고 '네 허스키한 목소리가 참 매력있고 좋아'라는 고백도 상당수 받아본 터라 그게 콤플렉스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남들과 다른 나만의 매력요소라고 생각했었죠.
하여튼 열여섯살까지의 저는 참 편하고 밝은 세상에 살고 있었어요.
가지고 태어난 외모 덕분에 대접받으면서 편하게 살았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웃긴게 그때까지의 저는 외모에 대한 개념이나 생각이 정말 아주 없었어요. 날씬하면 날씬하구나~ 뚱뚱하면 뚱뚱하구나~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그런건 정말 본적도 들은적도, 생각해본적도 없는 순수한 뇌였어요.)
그렇게 살던 제 세상이 한순간, 불과 3개월만에 바뀌어버렸어요.
어렸을때부터 몸이 지지리도 약해서 경제적 능력이 좀 되시는 부모님들은 정말 세상에 좋다는 보약들은 다 가져다 먹이셨어요.
십년이 넘어가는 세월동안 꾸역꾸역 먹어온 한약들이 그제서야 빛을 발했는지 중딩이 끝나고 고등학생으로 입문할 준비를 하던 중 3 겨울, 불과 세 달의 기간동안 전 체중이 30kg가량 급격하게 늘었어요.
근데 이게 참 웃긴게 살이 찐건 나 자신인데 주변에서 어찌나 한탄을 하던지......
솔직히 전 '살'이라던가 '외모'로 사람을 차별한다는건 본적도, 들은적도, 생각한적도 없었던 터였던 터라 주변의 그 반응들이 정말 의아했어요.
정말 순수하기 짝이없었던 그때의 마인드로는 살이 쪄서 예전 옷들을 못입겠네. 아 내가 제일 아끼는 원피스도 안맞아서 좀 서운하다. 그정도가 끝이었어요.
하지만 하나님 맙소사, 세상은 그렇게 순수하고 만만한 곳이 아니였죠.
한국 사회에서(여기서 한국 사회라고 지침하는 건 다른 나라의 사회는 제가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한국 사회라고 하는 겁니다) 뚱뚱한 여자가 받는 핍박과 스트레스는 정말 상상 이상이예요.
돼지년, ___ 등등은 애교스러운 수준이죠.
더 심한 욕을 다 들리게 뒤에서 하면서 창피하니까 나가 죽었으면 좋겠다면서 킬킬거리며 웃는 남학생 무리도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정말 억울했던 건, 전 정말 '성'에 관한 통찰(?)이 늦어서 스물두살 이전에는 연애감정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대다수의 남자들이 뚱뚱한 여성들이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사귀어 달라고 고백이라도 한 것인양 모욕하고 조롱을 해요.
'뚱뚱한 여자'는 거의 죄인 취급을 하는 기형적인 한국 사회.
뚱뚱한 여자는 밖에 돌아다니면 모욕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사고방식이 정말 싫었어요.
아니, 도대체 뚱뚱한 게 뭐가 잘못인가요?
사람의 몸은 인형이 아니라서 음식을 먹으면 살도 찌고, 똥도 싸고 하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닌가요?
그래요, 운동하고 덜 먹고 하면 살이 빠지죠.
하지만 운동 안하고 먹는 것을 줄이지 않는 게 죄인가요?
자기계발을 못하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건 게으른 거다. 게으른 것은 혼나야 마땅한 것 아니냐. 라고들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런 이상한 논리라면, 공부 열심히 안해서 명문대 못 가고, 토익 점수 안 나오고 마땅한 스펙 없어서 취직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희가 학생때 공부를 게을리 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냐. 너네는 조롱받고 혼나야 마땅하다'라면서 길을 가고 있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조롱을 퍼부어도 되는 것인가요?
타인이 게으르다고 해서 그걸 단죄하거나 조롱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하지만, 약자에게만 유난히 강해지는 몇몇 남성들은 그 이상한 논리를 뚱뚱한 여자에게 들이대며 심한 조롱을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정말 여실히 느꼈습니다.
이 사회는 뚱뚱한 여자를 정말 죄인 취급, 아니 사람 취급도 해 주지 않는구나.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러는 건 아닙니다.
동기들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형제들처럼 잘 놀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조용조용히 쥐죽은듯 학과 생활을 하려던 저의 앞길을 지지리도 방해하는 선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학과 사람들 전부가 모이는 술자리에 오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쩌다가 동기들과 함께 술자리에서 술한잔 하고 있으면 '넌 거울을 보고 살면서도 그 주둥이에 뭘 쳐넣게 되니.'하는 독설들을 들어야 했습니다.
주변 몇몇 사람들이 야 말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 하고 말리면 야, 내가 이렇게라도 해야 쟤 자극받아서 살 빼지, 나같은 사람 없으면 지가 정상인줄 알고 계속 쳐먹으면서 산다니까? 라고 나불대던 선배.
제가 그 선배 덕분에 내 목소리는 정말 끔찍하고 징그러운 거구나, 하는 시덥잖은 고민도 아주 진지하게 했었어요.
정말 어이없고 논리와 이치에 하나도 맞지 않는 것이지만, 그걸 뚱뚱한 여자가 반박하면 게으른 게 그럴 정신 있으면 살이나 빼! 라는 말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고 스무살 때, 악착같이 살을 뺐습니다.
정말 1학년 2학기 끝나고 겨울방학 두달간 거의 굶다시피 하면서 물이랑 야채만 먹었어요.
건강에 극도로 안 좋고 요요가 극심하게 올 수 있다곤 하지만, 성격이 급해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어요.
게다가 독기도 있었으니 몇달간 안먹으면서 요요 안 오게 유지할 자신도 있었거든요.
건강에 안좋다는 말이 있기야 하지만, 무인도에서 정말 빗물만 받아먹고도 두달 이상 살아남으신 분도 있다던데, 이런걸로 생명의 위협이 되기나 하겠나. 내가 이 살을 못빼서 이대로 살면 속병 앓다 홧병 나서 죽는것보단 이게 건강에 훨~씬 나은 일이지 하면서 악착같이 굶었습니다.
결과는! 말할것도 없이 대성공이었습니다. (여성 여러분, 다이어트는 운동도 운동이지만 정말 식이요법이 최고입니다! 저 운동하면 배고파지기나 해서 그냥 안먹고 운동도 안했어요 ㅋㅋㅋ)
몸무게 반 이상을 떼어내버리고 164cm에 45kg. 소위 말하는 '예쁜 몸무게'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만날 힘도 없고 해서 학교 사람들과 아예 연락을 끊고 살았었습니다.
다이어트에 보기좋게 성공하고 한껏 꾸미고 개강총회에 간 날. 진짜 문자 그대로 놀라서 입이 떡 벌어져서 절 쳐다보던 그 남자선배의 얼굴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여자 동기들은 우와, 진짜 완전 대단하다면서, 역시 살 빼면 예쁠 얼굴이라고 진작에 알아봤다는 둥.
평소에 친하던 동기들은 진심어린 칭찬을, 별로 안 친하던 애들은 부러움 반 질투심 반?으로 하여튼 외모 칭찬 릴레이를 받았어요.
방학 때 못만났었으니 친한 동기들과 근황 체크를 하고, 진짜 인간승리라면서 이리저리 대화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 테이블로 그 막말하던 남자선배가 오더군요.
제 건너편에 앉아있던 동기를 옆으로 살짝 밀쳐 앉고는 테이블에 셋팅된 술병을 들고 뚜껑을 까더니
"이야~ 우리 ㅇㅇ이 오빠 술 한 잔 받아야지? 오빠가 하는 충고 받고는 완전 정신차려서 예뻐졌네? 오빠가 말 좀 격하게 했다고 밉거나 한거 아니지? 그게 다 너 예쁜거 알아보고 미모가 아까워서 그랬떤거야~"
하면서 너스레를 떨더라구요.
진짜 소란스러웠던 개강총회 자리였는데 일순간 조용해졌어요.
그 선배가 저 개쪽 줬던것도 과 전체가 모여있는 공개적인 자리였어서 그 새x가 저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신입생들밖에 없었거든요.
신입생들은 뭐, 선배들이 다 갑자기 조용해져서는 저희 테이블을 보니까 저들도 영문은 몰라도 눈치껏 조용히 하고 쳐다보더라구요.
진짜, 그 선배가 제 앞에 앉은 순간부터 머릿속이 복잡했거든요.
얘는 진짜 지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내 앞에 와서 앉는걸까, 하고.
그런데 술 한잔 받으라면서 너스레떠는 거 보니까 완전 스위치가 켜졌어요. 살쪄서 자격지심에 5년동안 숨겨왔던 저의 자유로운 영혼의 스위치가요.
정말 살이 찌면 주변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정말 말도 안되게 안좋으니, 자꾸 움츠러들었었죠.
뭐든지 다 잘못한 기분이고, 정말 내가 못생기고 뚱뚱해서 죄인이 된 것 같고.
사실 그 자격지심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게 눈에 띄었는지 엄마도 너 자신을 위해서 살 빼라고, 그러셨었죠.
하여튼 그 자격지심에 가려져있던 저의 여장부 본능(?)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이었어요.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먹고있던 밥을 그 선배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사람은 이성적으로 생각할수 있는 동물 아니겠습니까?
그냥 꾹꾹 참고 무표정으로 가방 들고 겉옷 챙겨서 일어났어요.
그리고 눈 앞의 선배는 그냥 없는 사람인것처럼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동기들에게
"어우, 내가 요즘 다이어트한다고 밥을 못먹었더니, 기가 허해서 그런지 개가 짖는 소리가 사람말로 들리네. 몸이 너무 안좋아서 먼저 일어나볼께. 다들 맛나게 식사하고 재밌게 술 마셔~"
하고 방긋 웃으며 발을 떼었습니다.
너무 밝고 쾌활하고 능청스럽게 말하니까 테이블에 같이 앉아있던 친구들은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흔들어줬고 저희 테이블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과 사람들은 얼어붙었습니다.
벙쪄서 암말도 못하고 있던 그 선배는 벌떡 일어나서는 "야 이 xxx아, 뭐, 개짖는 소리? 이 미친x이 얼굴좀 반반해져서 왔길래 사람대접 좀 해주려 했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하고는 바로 쌍욕을 시전하시더라구요.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있던 저는 일부러 더 여우같이 새침하게 웃으면서 빙글 돌아서는
"아, 죄송해요 선배. 전 선배가 저한테 안좋은 소리를 너~무 하길래 그냥 개소리려니~하고 흘려듣고 그랬거든요. 그게 습관이 되서 저도 모르게 그만.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선배가 솔직히 저한테 이런 저런 심한 말 하신게 하루이틀이예요? 자살 안 하고 견디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어요. 죄송해요."
하면서 허리 꾸벅 숙여서 사과하면서 인사했어요.
제가 너무 이성적이고 정중하게 나가니까 더이상 어떻게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거리다가 그냥 자기가 술자리를 떠나더라구요.
그리고는 학교에 보이지 않더라구요. 소문에는 휴학을 했다나, 자퇴를 했다나, 편입을 했다나~ 뭐 확실한 건 잘 모르겠구요.
하여튼 그 사건(?)이후로 저희과 내에서는 여성의 몸매(?)로 인한 품평은 거의 금기어가 되었어요.
흠... 글이 너무 삼천포로 간 느낌인데..... 살찐 여자는 결코 죄인이 아니예요.
근데 정말 웃긴게, 살쪄서 뚱뚱하면 죄인취급하고, 사람 취급도 안하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그게 너무 당연하다는듯한 사회분위기라서 참 마음이 아파요.
저 뚱뚱하다고 뒤에서 안줏거리로 까대던 거 다 아는데, 살빼서 돌아오니까 완전 180도 달라져서는 미친듯이 들이대는 남자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솔직히 살 빼고 초반에는 회의감이 엄청 심했어요.
저란 사람은 정말 그대로인데 저울 수치에 따라 사회의, 사람들의 나에 대한 태도가 너무 극심하게 달라서 정말 여자는 몸무게가 다인가, 하는 회의감이 엄청 들었거든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3년의 인생 중 뚱뚱했던 5년.
꾸미지 않아도 예쁠 황금같은 시기에 뚱뚱하다고 미련하다고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지만, 전 그 5년의 세월을 가짐으로써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이 사회에 사는 뚱뚱한 여자들은 정말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외모로 평가를 받는다는 건 정말 비참하고 열받는 일이구나.
나부터가 사소한 것이라도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면 정말 안 되겠구나 하고요.
어우, 제가 글을 이렇게 써 본 적이 없는터라 글이 정말 두서없이 막 나가네요.
하여튼 결론은 남성 여러분들, 뚱뚱한 여성분들 구박 좀 하지 마세요 ㅜㅜ
진짜 저 뚱뚱하다고 무시하던 놈들 중에서 저 살빼고 나타나니까 들이대지 않은 놈이 하나가 없었어요.
똑같은 사람한테 저울 숫자 하나로 태도가 이렇게나 다른게 말이나 됩니까?
타인이 뚱뚱하다고 해서 본인에게 오는 피해같은건 하나도 없잖아요?
뚱뚱한 여자랑 한 공간에 있으면 기분부터 더러워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은데, 그럼 상대 여자분이 본인 때문에 기분 나빠지는 건 어떻게 보상하시려구요?
(스압주의) 뚱뚱한 여자는 죄인이 절대 아닙니다
이리저리 글을 쓰다보니 살짝 두서도 없고 좀 기네요.....
그래두 인내심을 가지고 한번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23살 여대생입니다.
외모지상주의.... 매우 민감한 주제라서 글 쓰기가 조심스러워지지만.... 그래도 용기내서 한 번 글 써 봅니다.
요즘 사회, 외모지상주의가 매우 심각하죠.
'못생긴 여자는 용서해도 뚱뚱한 여자는 용서 못 해'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내뱉는 그런 시대니까요.
짧다면 짧고, 길다하면 긴 제 23년 인생 중 열여섯살때부터 스무살때까지, 5년 동안 저는 '뚱뚱한 여자'로 살아왔습니다.
'통통'정도로 커버가 되는 몸무게가 아니라 정말 '뚱뚱'했습니다.
정말 피크를 찍었을 때는 세자릿수의 몸무게...도 잠깐 경험했었으니까요.
뚱뚱해지기 전, 그러니까 열여섯살 전의 저의 삶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태어나고부터 일곱살즈음까지,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혼혈아같이 생겼네' 였습니다.
짙고 선명한 한 줄의 쌍꺼풀과 큰 눈, 오똑한 코와 새하얀 얼굴.
나름 축복받은 이목구비를 타고난 저였으니까요.
동양 어린아이들은 아무래도 이목구비도 좀 흐릿하고, 예쁘다기 보다는 귀여운맛?이 있다면 서양 어린아이들은 이미 이목구비가 완성이 되있어서 예쁜 인형 보는 느낌이잖아요.
제가 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자기자랑 절대 아닙니다.그냥 그렇게 태어나서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날씬했던 열여섯살때까지, 전 정말 마음대로 살았어요.
힘든 일들은 좀 힘들거나 귀찮은 내색을 하면 남자애들이 해 주고, 마음에 안 드는 소리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반박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드세도 그렇게까지 드세기는 참 힘들것 같은데, 어릴때부터 열일곱살때까지 쭉 그렇게 살았었는데도, 저에게 뭐라고 말 한마디 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오히려 그래, 여자가 외모만 믿고 여우짓 하는것보다 자기 주장 하면서 똑부러지게 행동하는 게 참 똑똑하고 예쁘다는 소리라던가 여자가 예쁘기만하고 백치같이 텅텅비어있으면 매력없지 하는 소리만 들었었죠.
아, 그리고 제가 목소리 톤이 약간 허스키하거든요.
저도 제 목소리가 여자아이들에 비해서 좀 낮고 허스키한 건 알았지만, 누구도 제 목소리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없었고 '네 허스키한 목소리가 참 매력있고 좋아'라는 고백도 상당수 받아본 터라 그게 콤플렉스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남들과 다른 나만의 매력요소라고 생각했었죠.
하여튼 열여섯살까지의 저는 참 편하고 밝은 세상에 살고 있었어요.
가지고 태어난 외모 덕분에 대접받으면서 편하게 살았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웃긴게 그때까지의 저는 외모에 대한 개념이나 생각이 정말 아주 없었어요. 날씬하면 날씬하구나~ 뚱뚱하면 뚱뚱하구나~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그런건 정말 본적도 들은적도, 생각해본적도 없는 순수한 뇌였어요.)
그렇게 살던 제 세상이 한순간, 불과 3개월만에 바뀌어버렸어요.
어렸을때부터 몸이 지지리도 약해서 경제적 능력이 좀 되시는 부모님들은 정말 세상에 좋다는 보약들은 다 가져다 먹이셨어요.
십년이 넘어가는 세월동안 꾸역꾸역 먹어온 한약들이 그제서야 빛을 발했는지 중딩이 끝나고 고등학생으로 입문할 준비를 하던 중 3 겨울, 불과 세 달의 기간동안 전 체중이 30kg가량 급격하게 늘었어요.
근데 이게 참 웃긴게 살이 찐건 나 자신인데 주변에서 어찌나 한탄을 하던지......
솔직히 전 '살'이라던가 '외모'로 사람을 차별한다는건 본적도, 들은적도, 생각한적도 없었던 터였던 터라 주변의 그 반응들이 정말 의아했어요.
정말 순수하기 짝이없었던 그때의 마인드로는 살이 쪄서 예전 옷들을 못입겠네. 아 내가 제일 아끼는 원피스도 안맞아서 좀 서운하다. 그정도가 끝이었어요.
하지만 하나님 맙소사, 세상은 그렇게 순수하고 만만한 곳이 아니였죠.
한국 사회에서(여기서 한국 사회라고 지침하는 건 다른 나라의 사회는 제가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한국 사회라고 하는 겁니다) 뚱뚱한 여자가 받는 핍박과 스트레스는 정말 상상 이상이예요.
돼지년, ___ 등등은 애교스러운 수준이죠.
더 심한 욕을 다 들리게 뒤에서 하면서 창피하니까 나가 죽었으면 좋겠다면서 킬킬거리며 웃는 남학생 무리도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정말 억울했던 건, 전 정말 '성'에 관한 통찰(?)이 늦어서 스물두살 이전에는 연애감정을 가져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대다수의 남자들이 뚱뚱한 여성들이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사귀어 달라고 고백이라도 한 것인양 모욕하고 조롱을 해요.
'뚱뚱한 여자'는 거의 죄인 취급을 하는 기형적인 한국 사회.
뚱뚱한 여자는 밖에 돌아다니면 모욕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사고방식이 정말 싫었어요.
아니, 도대체 뚱뚱한 게 뭐가 잘못인가요?
사람의 몸은 인형이 아니라서 음식을 먹으면 살도 찌고, 똥도 싸고 하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닌가요?
그래요, 운동하고 덜 먹고 하면 살이 빠지죠.
하지만 운동 안하고 먹는 것을 줄이지 않는 게 죄인가요?
자기계발을 못하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건 게으른 거다. 게으른 것은 혼나야 마땅한 것 아니냐. 라고들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런 이상한 논리라면, 공부 열심히 안해서 명문대 못 가고, 토익 점수 안 나오고 마땅한 스펙 없어서 취직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희가 학생때 공부를 게을리 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냐. 너네는 조롱받고 혼나야 마땅하다'라면서 길을 가고 있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조롱을 퍼부어도 되는 것인가요?
타인이 게으르다고 해서 그걸 단죄하거나 조롱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하지만, 약자에게만 유난히 강해지는 몇몇 남성들은 그 이상한 논리를 뚱뚱한 여자에게 들이대며 심한 조롱을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정말 여실히 느꼈습니다.
이 사회는 뚱뚱한 여자를 정말 죄인 취급, 아니 사람 취급도 해 주지 않는구나.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러는 건 아닙니다.
동기들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형제들처럼 잘 놀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조용조용히 쥐죽은듯 학과 생활을 하려던 저의 앞길을 지지리도 방해하는 선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학과 사람들 전부가 모이는 술자리에 오지 말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쩌다가 동기들과 함께 술자리에서 술한잔 하고 있으면 '넌 거울을 보고 살면서도 그 주둥이에 뭘 쳐넣게 되니.'하는 독설들을 들어야 했습니다.
주변 몇몇 사람들이 야 말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 하고 말리면 야, 내가 이렇게라도 해야 쟤 자극받아서 살 빼지, 나같은 사람 없으면 지가 정상인줄 알고 계속 쳐먹으면서 산다니까? 라고 나불대던 선배.
제가 그 선배 덕분에 내 목소리는 정말 끔찍하고 징그러운 거구나, 하는 시덥잖은 고민도 아주 진지하게 했었어요.
정말 어이없고 논리와 이치에 하나도 맞지 않는 것이지만, 그걸 뚱뚱한 여자가 반박하면 게으른 게 그럴 정신 있으면 살이나 빼! 라는 말로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고 스무살 때, 악착같이 살을 뺐습니다.
정말 1학년 2학기 끝나고 겨울방학 두달간 거의 굶다시피 하면서 물이랑 야채만 먹었어요.
건강에 극도로 안 좋고 요요가 극심하게 올 수 있다곤 하지만, 성격이 급해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어요.
게다가 독기도 있었으니 몇달간 안먹으면서 요요 안 오게 유지할 자신도 있었거든요.
건강에 안좋다는 말이 있기야 하지만, 무인도에서 정말 빗물만 받아먹고도 두달 이상 살아남으신 분도 있다던데, 이런걸로 생명의 위협이 되기나 하겠나. 내가 이 살을 못빼서 이대로 살면 속병 앓다 홧병 나서 죽는것보단 이게 건강에 훨~씬 나은 일이지 하면서 악착같이 굶었습니다.
결과는! 말할것도 없이 대성공이었습니다. (여성 여러분, 다이어트는 운동도 운동이지만 정말 식이요법이 최고입니다! 저 운동하면 배고파지기나 해서 그냥 안먹고 운동도 안했어요 ㅋㅋㅋ)
몸무게 반 이상을 떼어내버리고 164cm에 45kg. 소위 말하는 '예쁜 몸무게'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만날 힘도 없고 해서 학교 사람들과 아예 연락을 끊고 살았었습니다.
다이어트에 보기좋게 성공하고 한껏 꾸미고 개강총회에 간 날. 진짜 문자 그대로 놀라서 입이 떡 벌어져서 절 쳐다보던 그 남자선배의 얼굴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여자 동기들은 우와, 진짜 완전 대단하다면서, 역시 살 빼면 예쁠 얼굴이라고 진작에 알아봤다는 둥.
평소에 친하던 동기들은 진심어린 칭찬을, 별로 안 친하던 애들은 부러움 반 질투심 반?으로 하여튼 외모 칭찬 릴레이를 받았어요.
방학 때 못만났었으니 친한 동기들과 근황 체크를 하고, 진짜 인간승리라면서 이리저리 대화하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 테이블로 그 막말하던 남자선배가 오더군요.
제 건너편에 앉아있던 동기를 옆으로 살짝 밀쳐 앉고는 테이블에 셋팅된 술병을 들고 뚜껑을 까더니
"이야~ 우리 ㅇㅇ이 오빠 술 한 잔 받아야지? 오빠가 하는 충고 받고는 완전 정신차려서 예뻐졌네? 오빠가 말 좀 격하게 했다고 밉거나 한거 아니지? 그게 다 너 예쁜거 알아보고 미모가 아까워서 그랬떤거야~"
하면서 너스레를 떨더라구요.
진짜 소란스러웠던 개강총회 자리였는데 일순간 조용해졌어요.
그 선배가 저 개쪽 줬던것도 과 전체가 모여있는 공개적인 자리였어서 그 새x가 저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신입생들밖에 없었거든요.
신입생들은 뭐, 선배들이 다 갑자기 조용해져서는 저희 테이블을 보니까 저들도 영문은 몰라도 눈치껏 조용히 하고 쳐다보더라구요.
진짜, 그 선배가 제 앞에 앉은 순간부터 머릿속이 복잡했거든요.
얘는 진짜 지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내 앞에 와서 앉는걸까, 하고.
그런데 술 한잔 받으라면서 너스레떠는 거 보니까 완전 스위치가 켜졌어요. 살쪄서 자격지심에 5년동안 숨겨왔던 저의 자유로운 영혼의 스위치가요.
정말 살이 찌면 주변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정말 말도 안되게 안좋으니, 자꾸 움츠러들었었죠.
뭐든지 다 잘못한 기분이고, 정말 내가 못생기고 뚱뚱해서 죄인이 된 것 같고.
사실 그 자격지심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게 눈에 띄었는지 엄마도 너 자신을 위해서 살 빼라고, 그러셨었죠.
하여튼 그 자격지심에 가려져있던 저의 여장부 본능(?)이 다시 깨어나는 순간이었어요.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먹고있던 밥을 그 선배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사람은 이성적으로 생각할수 있는 동물 아니겠습니까?
그냥 꾹꾹 참고 무표정으로 가방 들고 겉옷 챙겨서 일어났어요.
그리고 눈 앞의 선배는 그냥 없는 사람인것처럼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동기들에게
"어우, 내가 요즘 다이어트한다고 밥을 못먹었더니, 기가 허해서 그런지 개가 짖는 소리가 사람말로 들리네. 몸이 너무 안좋아서 먼저 일어나볼께. 다들 맛나게 식사하고 재밌게 술 마셔~"
하고 방긋 웃으며 발을 떼었습니다.
너무 밝고 쾌활하고 능청스럽게 말하니까 테이블에 같이 앉아있던 친구들은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흔들어줬고 저희 테이블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과 사람들은 얼어붙었습니다.
벙쪄서 암말도 못하고 있던 그 선배는 벌떡 일어나서는 "야 이 xxx아, 뭐, 개짖는 소리? 이 미친x이 얼굴좀 반반해져서 왔길래 사람대접 좀 해주려 했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하고는 바로 쌍욕을 시전하시더라구요.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있던 저는 일부러 더 여우같이 새침하게 웃으면서 빙글 돌아서는
"아, 죄송해요 선배. 전 선배가 저한테 안좋은 소리를 너~무 하길래 그냥 개소리려니~하고 흘려듣고 그랬거든요. 그게 습관이 되서 저도 모르게 그만.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선배가 솔직히 저한테 이런 저런 심한 말 하신게 하루이틀이예요? 자살 안 하고 견디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어요. 죄송해요."
하면서 허리 꾸벅 숙여서 사과하면서 인사했어요.
제가 너무 이성적이고 정중하게 나가니까 더이상 어떻게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거리다가 그냥 자기가 술자리를 떠나더라구요.
그리고는 학교에 보이지 않더라구요. 소문에는 휴학을 했다나, 자퇴를 했다나, 편입을 했다나~ 뭐 확실한 건 잘 모르겠구요.
하여튼 그 사건(?)이후로 저희과 내에서는 여성의 몸매(?)로 인한 품평은 거의 금기어가 되었어요.
흠... 글이 너무 삼천포로 간 느낌인데..... 살찐 여자는 결코 죄인이 아니예요.
근데 정말 웃긴게, 살쪄서 뚱뚱하면 죄인취급하고, 사람 취급도 안하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그게 너무 당연하다는듯한 사회분위기라서 참 마음이 아파요.
저 뚱뚱하다고 뒤에서 안줏거리로 까대던 거 다 아는데, 살빼서 돌아오니까 완전 180도 달라져서는 미친듯이 들이대는 남자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솔직히 살 빼고 초반에는 회의감이 엄청 심했어요.
저란 사람은 정말 그대로인데 저울 수치에 따라 사회의, 사람들의 나에 대한 태도가 너무 극심하게 달라서 정말 여자는 몸무게가 다인가, 하는 회의감이 엄청 들었거든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3년의 인생 중 뚱뚱했던 5년.
꾸미지 않아도 예쁠 황금같은 시기에 뚱뚱하다고 미련하다고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지만, 전 그 5년의 세월을 가짐으로써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이 사회에 사는 뚱뚱한 여자들은 정말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외모로 평가를 받는다는 건 정말 비참하고 열받는 일이구나.
나부터가 사소한 것이라도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면 정말 안 되겠구나 하고요.
어우, 제가 글을 이렇게 써 본 적이 없는터라 글이 정말 두서없이 막 나가네요.
하여튼 결론은 남성 여러분들, 뚱뚱한 여성분들 구박 좀 하지 마세요 ㅜㅜ
진짜 저 뚱뚱하다고 무시하던 놈들 중에서 저 살빼고 나타나니까 들이대지 않은 놈이 하나가 없었어요.
똑같은 사람한테 저울 숫자 하나로 태도가 이렇게나 다른게 말이나 됩니까?
타인이 뚱뚱하다고 해서 본인에게 오는 피해같은건 하나도 없잖아요?
뚱뚱한 여자랑 한 공간에 있으면 기분부터 더러워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은데, 그럼 상대 여자분이 본인 때문에 기분 나빠지는 건 어떻게 보상하시려구요?
외모로 사람 차별을 하는 건 결국 본인 얼굴에 침뱉기랍니다.
예쁘고 잘생긴 것을 좋아하게 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 칩시다.
그렇다고 해서 예쁘지 않고, 날씬하지 않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제발, 뚱뚱한 여성들을 죄인 취급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