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네번째 이야기

스푸트니크2016.05.18
조회12,873

 

저번 주 토요일에도 같이 있었어요. 제가 연락을 안하니, 역시나 W에게선 먼저 연락이 없길래 제가 금요일에 카톡을 보냈죠. 주말에 약속 있냐고. 카톡 보낸 지 한참이나 지나서, 없는데. 하고 답장이 왔더라고요. 약속 없다는 말만 듣고 그 뒤엔 더 카톡을 보내지 않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W는 신경도 안 쓰나보더라고요.

 

 

토요일 아침에 연락도 없이 무작정 W집에 갔어요. 나름 놀래켜주려는 의도였는데 집에 없더라고요. 한 삼십분정도 기다리니까 W가 왔어요. 운동 갔다 왔더라고요. 문 앞에서 W를 기다리고 있는 절 보더니 놀란 기색도 없이, 들어가있지. 하고 문을 열더군요.

 

W가 워낙에 자기 영역 침범당하는 걸 싫어하는 걸 아니까, 비밀번호를 알아도 못 들어가있겠더라고요, 저는. 물론 W 역시 제가 없을 때 혼자 문 열고 저희 집에 들어오진 않아요, 전 상관없는데. 아니 그 전에 W는 약속 없이 저희 집에 불쑥 오지도 않지만. 만약 왔다해도 제가 없으면 그냥 갔을 거예요, 성격상.

 

 

 

우리 관계를 보면 상당히 일방향적이에요. 저야 W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짝사랑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W가 너무 표현이 없어서.

 

근데 저는, 십년 가까이 묵혀둬서 그런지 W를 향한 감정이 요즘엔 좀 주체가 안 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전 원래도 스킨십을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그런 제 행동이 W는 싫은건지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싫지는 않겠지, 하고 혼자 지레짐작하고 있어요.

 

 

 

W 집에 같이 들어가자마자 제가, 우리집 가자. 하고 말했어요. W가 알겠다길래, 챙길 거 있냐고 물어보니 딱히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지금 바로 나가자고 하니깐, 샤워 하고 싶은데. 라고 대답하길래 우리 집에서 하라고 하고 옷만 대충 챙겨서 무작정 데리고 나왔어요.

 

W 집은 좀 불편해요. 가구도 그렇고, 집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고 해야하나. 물건이 별로 없어서인지 너무 허전하고 편히 쉬기엔 좀 부답스럽거든요. 어지르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도 느껴지고.

 

 

저희 집 들어와서 신발 벗자마자 제가 W에게 달려들다시피 했거든요. W가 정말 정색하더라고요, 자기 땀 많이 흘렸다고. 정색하는 거 보니까 좋더라고요, 왜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러고 W는 샤워하러 들어가고 전 W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저랑 W는 둘 다 샤워하고 나면 상의는 안 입고 반바지만 입고 나오거든요. 샤워하고 나면 덥기도 하고 바로 티셔츠 입으면 좀 답답하니까. W가 샤워하고 거실 나와서 티셔츠 입으려길래 제가 티셔츠를 뺏았어요. 근데 W는 반응도 없어요. 그냥 뭐야. 하고 말더라고요.

 

 

이런 글 적어도 되나 모르겠는데. 여기 전체관람게시판이라 좀 망설여지긴 하는데, 그냥 써볼게요.

 

제가 W 몸 보는 걸 좋아해요. 고등학생 때, 제가 한창 W한테 집적댔을 때 서로 집에서 자주 같이 잤었거든요. 그 때도 W가 옷 갈아입는다고 교복셔츠 벗으면 제가 괜히 옷 뺏아서 옷 못 갈아입게 하고 그랬거든요. 그 때야 그냥 장난치듯이 그랬던 거라서 W가, 옷 내놔. 라고 말하면 저도 좀 장난치다가 돌려줬는데, 지금은 대놓고 봐요.

 

고등학생 땐 W가 마른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보기 좋아요. 딱 여자들이 좋아하는 몸일 거예요, 잔근육있는 몸. 저랑 W가 키가 3센치? 정도 차이나는데, 몸무게 앞자리가 다르거든요. 제가 운동을 좀 많이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제 몸과 다르게 예쁘다고 해야 하나, 슬림하니까 자꾸 벗겨놓고 싶더라고요. 이거 너무 야한가.

 

키스할 때도 제가 항상 W 셔츠를 벗기거든요. 제가 변태인가 봅니다. 밤에 잘 때도 제가 뒤에서 W를 끌어안고 잘 때가 많은데 티셔츠 안에 손 넣어서 살결 만지다가 W 티셔츠를 벗겨버려요. W는 제 그런 행동에 딱히 저지는 안 하는데, 진짜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죠. 왜 또 이래, 이런 표정.

 

 

주말에 같이 있으면 저희는 항상 하는 게 거기서 거기예요. VOD 보거나, 술 마시거나. 제가 요리해주기도 하고 아님 각자 책 읽기도 하고. 진짜 재미없어보이죠? 저희는 둘 다 게임은 안 해서 피씨방도 안가고, 당구장 볼링장 노래방 등등도 안가요. 야구장이나 클럽처럼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도 당연히 안 가고요.

 

아니면 밤에 같이 운동나가서 조깅하거나 자전거타거나 해요. 가끔씩은 드라이브하기도 하고 심야 영화 보기도 하고.

 

W는 모르겠지만 전 굉장히 역동적인 사람이거든요. 근데 W랑 함께 있으면 저까지 굉장히 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근데 뭐 함께 하는 사람이 좋으니까 뭘 하든 사실 상관 없더라고요. 근데 한 번쯤은 둘이서 여행은 가보고 싶다, 그런 생각은 해요. 국내보다 해외가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글쎄 조만간은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과묵하지도 수다스럽지도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친구를 만나든 회식을 하든 적당히 대화하는 편인데, W는 정말 말이 없어요. 정말, 심하게. 자기 얘기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그거와 별개로 원래도 말이 없어요. 이렇게 말이 없는데 대체 연애는 어떻게 한 걸까, 싶기도 해요.

 

그래서 저랑 W는 같이 있으면 대화가 별로 없어요. 글에서도 다 느껴지지 않나 싶은데.

대화가 별로 없는 게 불편하지 않아요.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좋더라고요. 근데, 그에 따른 반동인지 제가 W한테 장난을 많이 쳐요.

 

주말에 집에서 같이 영화보다가 목이 말라서 물 마시면서,

물 마실래? 하고 물었더니 아니, 하고 대답하더라고요.

 

근데, 그냥 장난끼가 발동해서,

입에 물을 가득 머금고 소파에 앉아있는 W 한테 키스하듯이 물을 줬는데 솔직히 밀어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만 있더라고요.

 

그리곤 제가 준 물을 삼키더라고요. 제가 입을 떼니까 입가에 흐른 물 닦으면서,

물 안 마신다고 했는데.

라고 하더라고요.

 

제 눈에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전 그런 W가 좀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까칠할 것 같은데 은근히 순하달까.

 

 

아. 근데 확실히 까칠해요.

몇 주 전에 한강에 운동나갔었거든요. 밤에 간단히 조깅이나 하러. 한시간 반쯤 뛰고나서 편의점에서 맥주 사서 고수부지 앉아서 마시고 있는데 여자 두분이 저희한테 말을 걸었어요. 어떤 장소 물으면서 어딘지 아시냐고. 여기서 이삼십분 더 걸어가야 된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안 가고 서 계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몇 살이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몇 살이다 말씀드리고 대화를 좀 나눴어요. 여기 자주 운동오시냐, 몇 번 본 적 있다, 두 분이 친구시냐 뭐 이런 식의 질문과 대답이 오갔죠.

 

근데 심하게 저한테만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속으로 생각했죠. 사실은 목적은 내가 아니라 W인데 W한테는 말 걸기 어려우니 편해보이는 나한테 말거는구나, 이렇게.

 

전 솔직히 눈에 띄는 미남은 전혀 아니거든요. 예의상으로 훈훈하다는 말을 들은적은 있어도  외모 때문에 대시 받을 정돈 아니죠. 근데 W는 좀 눈에 띄는 외모거든요. 친구들이랑 다 같이 있어도 W한테 번호 묻는 여자들이 적지 않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 여자분들 가고나면 우리가 막 W 놀리고 그랬거든요.

 

 

그 날도, 저에게 말을 거셨지만 W에게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여자분이 근데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하고 묻길래 제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아.. 아니요, 하고 대답했어요. 그러고나니 시선이 자연스럽게 W에게로 가는데 W는 이 쪽을 보지도 않더라고요. 혼자 따로 온 사람 마냥 굴길래 괜히 제가 무안하더라고요.

 

괜히 제가 민망해져서, 친구가 원래 좀 말이 없어요, 하고 대신 대답했죠.

 

 

그렇게 3,4분 정도? 대화하다가 한 분이, 실례가 안 되면 같이 술 마셔도 될까요, 하고 물어봤어요. 두 분 다 예쁘셨어요. 둘 다 예쁘니까 아마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나 싶은데.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뭐라고 기분좋게 거절해야할지 몰라서 잠깐 망설이고 있는데,

 

W가

아니요.

라고 말하더라고요.

 

이때까지 한마디 안하다가 그 때 처음 입을 열었던 거였어요. W가 너무 단호하게 거절하니까 괜히 제가 죄송해져서,

저희가 오랜만에 만나서요,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드렸죠.

 

근데 그 여성 두분은 성격도 좋으시더라고요. 웃으면서, 담에 운동할 때 마주치면 인사나 하자고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벌떡 일어서서 인사했는데 W는 진짜 미동도 없이 가만 앉아선 이 쪽을 보지도 않더라고요.

 

여성분들 가고나서 제가 앉으면서

까칠하긴.  

하고 W에게 말거니까 W가 그제야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W 표정이,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말하는 것 같길래 제가,

그래서 좋다고. 라고 말했죠. 제가 그렇게 말하니까 W가 살짝 웃더라고요. 그 웃음에 또 감정이 끓어올라서 맥주 마시다말고 집으로 끌고왔었어요.

 

 

다른 분들은 재밌게 글 잘만 쓰시던데 전 정말 쓸 말이 없네요. 시간이 여유로워서 글 쓰러 왔다가 머리 터질 뻔했어요. 그리고, 저번 댓글에 제 직업 궁금해하시던데 저는 제 전공 살려서 일 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거랑은 아무 상관없는 직업이고요.

 

재미없는 남정네 둘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올 때까지 행복하게 계시길. 정말 쓸 얘기가 없어서 언제 올지 모르겠어요,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