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남자라는 건

25살여자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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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아들만 넷이다.
첫째 아들은 아들만 둘이다.
우리아빠는 그중 둘째다.
둘째 며느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허세만 그득한 아빠는 사업을 벌리고 망치고를 일수여서 따로 나가살 돈조차 없었다.

엄마는 딸을 낳았다. 할머니는 구박을 했다. 그 딸은 돌이 지나 급성백혈병으로 죽었다.

또 다시 엄마는 딸을 낳았다. 할머니는 역정을 내셨다. 아빠를 닮은 딸이었다. 아빠는 나름 기뻐했다.

그리고 엄마는 기계마냥 또 임신을 했다. 그 아이도 딸이었다. 아빠를 닮은 구석이 없는 아이였다. 아빠는 자신을 닮지않았다며 싫어했다. 몸을 제대로 풀지도 못한 채 돈을 벌러 엄마는 일터로 향했다.

엄마가 둘째 딸을 낳고 1개월 10일 후 셋째아들 며느리가 아들을 낳았다. 둘은 같이 누워있었고 같은 때에 울었지만 할머니는 손자만 품에 안으셨다. 울다 지쳐있어 불쌍한 둘째 손녀는 할아버지가 마지못해 키우셨다.

마지막 아이를 가졌을 때 병원에서는 출산 전날까지 아들이라 하였다. 낳고 보니 딸이었다. 의사의 거짓말이 아니었음 내가 우리집 막내딸이 되었을 것이다.

막내가 유치원에서 막 한글을 배울 무렵 아빠는 술집여자를 집에 데려왔다. 엄마보고 집을 나가라고 했다. 술을 마시면 엄마에게 손찌검을 했다. 어릴적 기억이라 단편적이지만 엄마 방 문에 머리빗이 날라온 기억은 선명하다.
당시 엄마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가 제대로 씻고 학교에 가는지 확인할 정신이 없었다. 내가 그 시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건 엄마는 아직도 모른다.
정신없는 엄마에게 할머니는 가차없이 말했다.
너 니딸들 버리고 가면 니 딸들 내가 안키울거다. 니딸들 버리고 가면 절대 안된다.
엄마는 짐덩어리같은 세 딸들때문에 빌어먹을 할머니와 아빠가 있는 집에서 버티게 되었다.

아빠는 그 뒤로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 일이 있고 3년정도 지나 따로 집을 구하셔서 나갔다.

생활비도 제때 주지 않는 아빠때문에 엄마는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않고 아침 9시에 일을 나가 11시에 돌아오셨다. 손발다리는 모두 굳은살 투성이였고 지문인식이 안될 정도로 손이 망가지셨다.

가끔 아빠는 따로 딸들을 만났다. 난 아빠를 만나는게 고역이었다. 내 인생을 송두리채 망가뜨린 사람이었다. 아빠도 엄마를 쏙 닮은 나를 싫어했다.

나는 운이 좋아 대학에 잘 갔다. 아빠는 처음으로 내이름을 제대로 불렀다. 평생을 넌 엄마딸이잖아 라고 말하던 아빠가 자기 딸이라고 처음으로 불렀다. 뱃속부터 토가 올라올 것같았지만 최대한 학자금을 뜯어내기 위해 친한 척을 했다.

어찌저찌 나 좋다는 애가 있어서 연애를 했다. 자상하고 착한듯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였고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여 내가 움직이고 내가 지갑을 열었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 아이를 군대에 보내고 기살리겠다고 선물을 보내고 편지를 보냈다. 걔 하나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휴가만 기다렸다. 기다리던 휴가 때 그 아이는 친구와 피씨방에 갔다고 일방적으로 나와의 약속을 깼다. 그러곤 미안하다며 밥을 사주겠다고 하더니만 지혼자 다 쳐먹고 카드에 돈이 없다고 찡찡거렸다. 돈을 낼 이유를 모르겠어서 그 아이의 친구에게 돈을 꾸게 시켰다.
그 다음날 그 아이의 친구는 그 아이에게 "보 ㅃ ㅏ ㄹ 의 최후다"라는 카톡을 보냈고 그 아이는 "이게 다 노무현때문이다"라고 답장을 써서 보냈다. 헤어지자고 말하고 이 사실을 뿌리겠다고 말하자 그 아이는 나와의 스킨쉽 진도를 남들에게 말하겠다고 했다. 내가 새롭게 만든 세상은 무너졌다.

남들보다 부족한 삶일지라도 남들보다 못난 삶은 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내 나름의 윤리기준에 맞게 살아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성적 수치심이 드는 말을 들을 이윤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이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살은 쪘고 피부는 망가졌지만 내 나름의 행복이었다. 그리고 자칭 내 아빠는 말했다. 여자는 지 덕 체 중에 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내게 아무리 지 덕이 쌓여있어도 그런 몸매 가지고 어떤 남자를 만나겠냐고.

내가 사랑이란 하찮은 감정으로 맺어진, 날 키우신 할아버지 외의, 남자들은 다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왜 내가 '남자'때문에 변화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내 인생에서 가장 필요없는게 남자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여러가지 사건을 보면서 그냥 떠오르는걸 적었다. 아마 몇시간 뒤 삭제하겠지만..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