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혼자 영화보러간다고 이혼하자했다던 글 글쓴이입니다.

이해불가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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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가글이 될듯합니다.

저는 지금 친정에 와 있고, 지금 신랑놈이 친정아버지를 뵈러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뭐 이런 일로 이혼까지 생각하냐..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거에요. 3월부터 제가 쓴 글들 이어붙여 놨습니다. 결혼한지는 1년 7개월 됐고, 신랑 고향엔 12월에 왔어요. 3월엔 정말 참을수가 없어서 판이라는 곳에 처음 글을 써봤어요. 누구한테도 못하는 얘기들 한풀이라도 해보려구요. 누군가 알아볼까봐 두루뭉술하게 써놓은 부분도 있어요.

 

3월달에 첫 글 쓴날 저 일 있고나서 다음날 서울에 있는 병원 다녀왔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려서 검사 받으려구요. 부정맥일까 싶어 이틀에 걸쳐 여러가지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불안증이었습니다. 신경안정제 처방받아왔어요. 대장은 스트레스성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 받았구요.

 

제가 살아야겠기에 이혼하고 싶었습니다. 한번만 더 참자.. 한번만 더.. 하던게 영화 혼자보러간다고 했다고 이혼하자는 지경에까지 왔어요. 평소에 자기랑 다른 의견을 말하거나 자기가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붙같이 화를 냈어요. 화나면 욕은 당연하구요. 다시는 욕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도 받았고, 이혼 서류도 줘봤고, 같이 욕도 해봤고.. 저는 해볼만큼 다해본거 같아요.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 최선을 다해 해볼만큼 해보자 싶어서 몸 상해가며 노력 했습니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얘기 듣고 싶네요.

 

이틀전 이혼하자고 하면서 자기부모님한테는 다 말씀드렸다.. 너랑 도저히 못살겠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다.. 부모님은 그렇게 알고 계시니 이혼하자 하길래 그러자 했습니다. 평소에도 친형한테(아주버니가 직장이 없어서 가게에서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니한테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거 알고 있었고, 지난번 어머니가 불러서 저렇게 말씀하신 이후 한번만 더 이런 일 있으면 나도 친정에 연락하겠다 얘기해놓은 상태여서 바로 친정엄마께 전화 했어요. 신랑이 이혼하자고 한다.. 나도 이혼하고 싶다.. 자세한 얘기는 가서 말씀드리겠다. 내일 첫차 타고 가겠다고요.

언니한테도 전화했습니다. 상황 얘기하고 나 더는 참기 싫다고.. 언니 나 이혼하고 싶다고.. 그래서 첫차 타고 친정가겠다고. 언니는 그런놈 옆에 더는 참으면서 있지 말라고. 새벽까지 기다릴거 없이 언니가 지금 데리러 가겠다고. 세시간만 기다리라고. 널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런일로 이혼소리까지 하냐고. 니가 얼마나 참고참다가 연락했겠냐고. 더는 참지 말라고.

눈물이 터졌습니다. 사실 '언니 나 이혼해도 될까?'라는 동의를 얻고 싶어 한 전화인데 저리 말해주니 서러움이 폭발하더라구요. 그렇게 언니 차 타고 친정에 왔습니다.

 

엄마는 화가 많이 나셨어요. 천하의 못된새끼라고..

아빠는..ㅋㅋㅋ 제가 이혼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가 아빠였는데 역시나였어요 ㅋㅋㅋ

위에 얘기 다 했습니다. 평소에 저 대하는 거며.. 밥상 엎은거.. 빨래건조대 던진거.. 때리려고 손 올린거.. 불안증.. 신경안정제 다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ㅋㅋㅋㅋ 가게 개업해놓고 싸웠다고 팽 와버리면 어떡하냐고.. 싸우다보면 욕도할 수 있고 그런거지.. 니네는 지금 과도기에 있으니 맞춰가면 된다고. 여자가 지고 들어가야 된다고. 며칠쉬다가 가서 가게 지키라고.

머리가 하얘지며 정말 내가 잘못한건가.. 철없게 군건가.. 싶더라구요.

아빠가 평소에 저러거든요. 엄마한테 욕하고 소리지르고.. 툭하면 짜증부려서 사람 피말리고.. 자기 뜻대로 안되면 화내고 욕하고. 엄마편에서 아빠랑 많이 싸웠습니다. 아빠가 유독 저를 예뻐했다던데 그래서그런지 저한테는 욕은 안해요. 제가 대들면 오냐오냐했더니 버르장버리 없다고..

엄마보며 저렇게 살거면 평생 혼자 살고말지.. 생각했었는데 제가 아빠랑 똑같은 인간을 만나서 살고 있더라구요 ㅋㅋㅋㅋ

그 말에 아빠는 내가 어디 한군데 맞아서 피멍이 들어오던가 병원에 실려가든가 몸 다 망가져서 병들어와야 이혼 허락할거냐.. 견디다 견디다 대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신경안정제까지 먹어야되는데 내가 더 버텨야하는거냐. 아빠는 막내딸 죽어나가는 꼴 보고싶은거냐.. 악을 쓰면서 얘기했더니, 지금 아빠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데 아빠한테 그런소릴 하냐.. 얘기하며 아빠 힘든 얘기를 하더라구요. 네.. 아빠 부쩍 건강도 많이 안 좋아지시고 형제관계 등 힘든 상황인건 사실이고 알고 있지만 아빠 상황 그렇다고 제가 참고 살아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아빠가 한참을 본인 힘든거 얘기하는데 신랑놈이랑 오버랩되더라구요. 그 순간 든 생각은 아빠도 참 이기적이구나..

 

아빠하는 얘기 다 들었습니다. 다 듣고 아빠가 나 여기 있는거 싫으면 언니네로 가겠다.. 다신 신랑놈 있는데는 안내려간다. 했더니 꼴값하지말고 며칠쉬다가 아빠가 하라는대로 하라고 합니다.

 

신랑놈은 어제 저녁부터 카톡을 보내오더라구요. 내용은(카톡내용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내가 스트레스에 너무 약하다. 스트레스 받을때 막 쏘면 죽을거 같다. 어제는 머리가 너무 아팠다. 니가 혼자 극장가는게 너무 싫은데 나랑 동선이 안 맞아서 너무 혼란스러웠다. 우린 서로 안 맞는다. 너랑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 널 진짜 사랑하는데 내가 자격이 안되는거 같다. 난 또 니가 날 무시한다고 느낄거고 대화가 안될때 오는 답답함을 어떻게 대처하야하는지 모르겠다. 인격적으로도 너무 부족하고 니가 참 좋은데 막상 마주하면 답답하고 힘들고 그렇다.

읽고 씹었습니다. 그랬더니 오늘 또 카톡이 왔는데

미안하다. 이혼하고 싶지만 또 그러고 싶지도 않고 죽을맛이다. 널 사랑하는건 진심이다. 니가 행복한쪽으로 했으면 좋겠다. 너희 부모님도 알고 계시고 우리부모님도 알게 되실거 같다. 힘들어진거 같다. 너무 안타깝고 온 속이 다 상하는데 방법이 없는거 같다. 아니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니가 와주면 제일 좋지만.. 어렵겠지? 다른 방법이 안 떠오른다. 이혼하는수밖에. 나도 여기서 진행할게. 너랑은 더이상 자신이 없네.

또 읽고 씹었습니다. 그랬더니 ㅋㅋ 지금 친정으로 오고 있다네요 ㅋㅋ

다른 사람들 다 빼고 장인어른하고 둘이서만 보고 싶다고 ㅋㅋㅋㅋ

저 정말 정신병 걸릴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둘이 무슨 얘길하든, 무슨 결정을 내리든 관심도 없고 그대로 할 마음도 없지만 내 이혼 의사를, 내 거취를 둘이 결정하려고 하는게 몹시 화가납니다.

 

너무 구구절절 지난하게 글을 썼지만 판에 글을 쓰는게 누군가한테 말하고 싶고 조언을 얻고 싶을때 위로가 되는거 같아요. 댓글들 보면서 생각도 정리하게 되고요. 하..지루한 글 읽어주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