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장님의 하네다사고 평 (펌)

추추트레인201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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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제주공항 폐쇄 이후, 이런 글 다시 안썼으면 하는데 불행하게도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HND-GMP편이 이륙도중 엔진에 화재가 발생, 전문용어로 Reject Take off 또는 Abort take off 한국말로 이륙단념을 했다.

가장 궁금한것이 '왜 화재가 발생했느냐?'일텐데, 현 시점에서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포털, 신문에 실린 기사등을 종합 유추해보면 관제타워에서 비행기 이륙중 왼쪽 엔진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보고, 즉시 조종사에게 알렸으며, 이쯤이면 조종석 내부에서도 사이렌이 울리면서 빨간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Warning light) 조종사들에게는 반사적으로 비행기를 타면서 지금까지 매 6개월마다 하는 훈련으로, 조건반사적인 액션을 취하게된다.

보통 V1이라고 하는 이륙단념속도가 되기전에 화재나 기타 엔진 고장이 발생하면. 조종사의 기장 중요한 임무는 활주로 중앙선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비행기를 빨리 세우는것이다. 활주로 중앙선 유지가 왜 힘드냐고 묻거든 다음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보통 140kt 또는 260km/hr가 V1이 되는데, 즉 시속 260km로 운전하다가 왼쪽 바퀴가 펑크났다고 생각해보자. 너라면 방향유지 할수 있겠냐? 1~2초만 이거 왜 이러지하면 바로 풀밭으로 꼬꾸라진다. 조금전 말했듯이 시속 260km면 1초에 72m를 나간다.

승객들 인터뷰를 들어보면 비행기가 쿵쿵 하면서 비행기가 정지하는 것을 느꼈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기장이던 부기장이던, 매 6개월마다 시험을보는 진가가 나온다. 기장은 STOP이라 콜 하면서(시험볼때 STOP이란 말 안하면 바로 지적받고, replay해서 잘 할때까지 계속 반복해야한다) 바로 조종간을 인수하고, Thrust lever Idle(한마디로 말해서 악셀러레이터에서 발때고), Speed brake lever 당기고, (표현이 적절하진 않지만 사이드브레이크 당기고) Thrust Reverser를 당긴다 (역추진장치) . 시속 260킬로 달리는 차에서. 갑자기 타이어 펑크가 난 상태에서 방향유지하면서 이 모든걸 1초내에 해야한다. 그것도 STOP이란 말도 동시에.

어찌됐던 비행기는 위 모든 조작과 함께 Auto Brake라는 장비(자동차에 있는 ABS)의 도움으로 비행기는 최대한 빨리 정지한다. 그러다가 얼마전 인천공항에서 싱가폴항공기가 정지한것 처럼 속도가 너무 빨라서, 타이어의 fuse plug가 폭발하는 것을 막고자 먼저 빠져나오기도 한다. 생각해봐라. 가뜩이나 엔진에 불 붙었는데 타이어의 고무가 터져서 불이 더 커져버리면 어떻게되나...

이제 항공기가 정지하게되면, 조종사는 빨리 제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떤 얙션을 취할것인지 상황을 분석해야한다.

가장 좋은건 관제탑이다. 물어본다. 실제로 내가 타는 B747은 조종석에 앉아서 날개 끝이 안보인다. 물론 화재감지기가 있지만. 외부에서 보는게 최고다.

일단 기본조치로 관제사에게 물어보기전에 아직도 화재감지기에 불이들어와있다. 지상이기때문에 소화기(엔진에 장착된 2개의 Fire extingusher)를 모두 다 터트린다. 그리고 기장은 기내 방송을한다. 화재기 때문에 일단 객실승무원과 약속된 조작인 This is captain speaking, Crew at station. 이건 아직 탈출하란 얘기는 아니다. 만약을 대비해 정위치에 있으라는 얘기고, 조종사는 안죽고 살아있으니까, 후속 지시를 기다리라는거다.

그리고 타워와 교신을 하고, 더 이상 화재의 증상이 없는지, 앰뷸런스와 소방차를 대기해달라고 교신을한다. 아직까지 기장임의대로 탈출 지시를 할수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B747, A380등은 조종석에서 날개끝이 안보인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벌써 소방차와 앰뷸런스는 정신없이 비행기로 달려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사고난것도 3명중 한명은 비행기충돌, 화재가 아니라 앰뷸런스에 치어서 사망했다.

여튼 승객인터뷰에선 빨리 탈출하고 싶은데, 승무원들이 머뭇거려서 불안했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상황을 모르고 하는거다. 조종사가 살아있는한 사무장임의로 비상탈출 하지 못하고, 승객들 만큼이나 객실 사무장도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않다. 다만 승객들과의 차이는 침착함이다. 승객들에게 앉아서 웃어줄때도 그들은 사고가 나면 본인들이 해야할 임무에 대해 30초간 리마인을 한다.

비행기에 달려있는 2개의 fire extinguisher bottle을 모두 터뜨렸는데도 아직까지도 불이 꺼졌다는 징조가 보이지않는다. 기장은 비상탈출을 지시한다. 왼쪽엔진에 불이났으니 오른쪽으로 대피하라고 방송한다. Evacuation, Evacuation Right side only. Right side only.

자 이제까지 천사의 미소를 보이던 객실승무원들이 악다구니를 지른다. 승객인터뷰에서 봤다. 승무원들이 더 흥분해서 정신없어 보였다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거다. 객실승무원들은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받는다. 업자용어로 샤우팅이라고 한다. 나긋나긋하게 웃으면서 자 이쪽으로 대피해주세요. 그러면 누가 대피할까. 아 잠시만요 여권도 꺼내고 아까 산 핸드백도 좀 가져갈께요...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일이다. 친구들이 가방이나 뾰족한 물건을가지고 나가다 다른 사람이랑 부딪치고, 무엇보다도 슬라이드가 찢어지면 네 뒷사람은 3층 높이에서 그냥 아스팔트 바닥위로 떨어지는거다. 그러니까 제발 기내 안내방송할때 영화 뭐 하는지 살펴보지말고 1분만 투자해서봐라. 난 아직도 비행끝나고 호텔에 들어가면, 제일먼저 하는게 호텔에서 회재났을때 왼쪽으로 나가야하는지 아님 오른쪽으로 나가야하는지 비상구 위치부터 확인한다.

일단 탈출하면 빨리빨리 비행기에서 멀어져서, 대피할 공간을 획보해주어야한다. 네 뒤에 300명이있다. 네가 안가고 얼짱대고 있으면 네 뒤에 사람은 하이킥으로 네 등짝에 태클을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제 타이어의 퓨즈 플러그가 녹아서 네 옆구리를 관통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비오는데 인원파악한다고 대피한 승객들을 풀밭에 세워 놓았다고 불평한 글을 봤다. 역시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다. 거의 대부분 비행기에서 화재가 나면 비행기 내부가 깜깜해질 가능성이 많다. 그중에는 기절해서 아직 탈출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수도 있다.
결코 너희들 군기 잡을려고 줄 세워 놓은거 아니니까, 이왕 고생한거 살아남은거에 감사하고, 승무원들에게 조금만 더 협조해라. 승무원들도 참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도 운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퍼스트 비지니스 타고 다녔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체항공기가 늦었다고. 비행기는 차가 퍼졌다고 놀고 있는버스 들여오는 버스가 아니다. 일단 운항객실만 봐도 집에서 비상대기 (그래 5분 대기조처럼 나도 집에서 Home standby근무한다.)하는 조종사 호출해야지, 객실승무원들 호출해야지. 비어있는 비행기 확인하고, 연료주입하고 청소해야지, 식사 300명분 준비해야지. 국토부 감독관 모셔야지, 나가야 할 비행기 대체 스케쥴 땜빵해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네다 공항이 활주로가 4개지만, 실제로는 바람방향때문에 2개 밖에 안쓴다. 하나는 이륙용, 하나는 착륙용으로. 근데 대한항공 비행기가 퍼졌으니. 혹시모를 이물질이 활주로에 있을지도 모르기때문에, 꼼꼼히 살펴봐야한다.

또한, 혹시모를 사고 원인을 밝히기위해 잠시 활주로를 폐쇄하는게 정상이다. 인천공항에 활주로 하나로 operation해봐라. 두세시간 딜레이는 뭐 장난도 아니다. 비행편 하나만 캔슬되도 공항 아작나는데 더 자세히 설명하기도 입아프다.

친구들 공항에서 비행기 지연되면, 답답하겠지만 좀 참고 기다려라. 다시말하지만 이건 고속버스가 아니다. 이런 모든 결정과정을 도출하는데 쉽게 결정이 나는게 아니다. 조종사도, 객실승무원도, 정비사도, 운송직원도 모른다. 위에서 결정해줄때까지 말이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약속하건데 너희들이 제일먼저 알게될거다. 더 기다려야 할지 다른 회사 비행기로 너희를 보내줄지 말이다

여튼 대한민국의 모든 항공사 직원들은 세월호하고는 다르다. 제발 승무원들말 잘 들어주고, 무거운 짐들을 기내로 싣고 들어와서 올려달라고 하지마라. 그 양반들 겉만 멀쩡하지, 인력이 부족해 병가도 못내고 비행나오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여차하면 그분들이 다친 너희를 등에업고, 자신들이 다친줄도 모르고 100m를 전력질주해서 너희를 구할 사람들이란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혹시 남겨진 사람들이 없을까 그 위험한 비행기로 돌아갈 사람들이란 말이다.